2011년 12월 17일 토요일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들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에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