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4일 토요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맹하린의 생활 산책

아르헨티나 조선일보

2002년 10월  25일

미국의 쌍둥이 빌딩에서 테러에 희생됐던 사람들, 그 가족들에 대한 해당정부의 보상금이 1인당 1백만 달러로 굳혀지고 있다는 소식이 얼마 전  신문의 한 면을 장식했다.
1백만 달러.
세금 등을 뗀다고 해도 대단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졸지에 가족을 잃은 대가.
피해가족들이 1백만 달러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되면 예전보다 나은 경제적 윤택을 누릴 수는 있겠으나, 더 행복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상실감은 오래토록 지독한 아픔으로 잔존하듯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의 고국에서는 복권에 당첨된 서민층의 형제가 25억 원이라는 당첨금을 서로 양보하려고 해서 화제다.
동생과 그 친구에게 추석선물로 나눠 준 복권이었다고 한다.

어느 연구소는 복권이나 카지노 등에서 일확천금을 획득한 사람들의 80퍼센트가, 운명이 바뀌기 이전보다 훨씬 불행한 삶을 초래한다고 통계학적으로 밝혔다.
제대로 버는 방법도, 제대로 쓰는 방법도, 제대로 적응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이리라.
따지고 보면 벼락부자가 됐다고 해서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저러한 와중에도 세상은 온통 테러와 전쟁과 전염병, 그리고  천재지변의 여파로까지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세상은 그만두고라도 아르헨티나가, 그 속에 몸담고 있는 우리가, 그 우리 속에 사는 내가 당장에 불편을 겪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하도들 어렵다, 앞이 안 보인다, 절망적이다를 외쳐대니까 나의 곤경은 이유도 내력도 못되는 사항 같아서 의연하게 참고 견디자니 나를 다 부러워하는 사람까지 생겨난다.
전혀 외로워 보이지도 않고 어딘지 모르게 초연해 있다는 것이다.
그럴까?
가진 거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데 나는 뭘 믿고 이리도 당당하단 말인지,
그러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싶어 유심히 거울을 들여다 보게 될 때가 있다.
내가 아는 나는 몸도 마음도 나약한 이미지다.
그러나 그 나약함의 이면에는 자아의식이  튼튼하게 감겨 있음을 본다.
분명한 것은 나는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기에 앞서,  차라리 실패를 인정하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선택 했으리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최근의 몇 년인가를 참 절약에 절약을 다하면서 살아냈다.
그 결과인지 나 이제 아무리 힘든 일과 대면해도 별로 겁내거나 두려워하지를 않게 되었다.
너무 오래 걸어 낸 순례객이 느끼는, 절룩임 같은 증상도 내게는 무딘 옹두리처럼 저절로 굳혀지고  변형되었다.

세상이  첨예롭다 보니까 처세도, 처신도 , 주고받는 말까지도 사뭇 조심을  쏟게  된다.
분명한 것은 고난을 받는 이웃에게 편견을 배제하고 이해하는 자세까지 갖춘다면 아름다운 세상은 자연처럼 오리라는 점이다.
언제 내 앞에 불행이 닥칠 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행운도 불행도 미리 예고하고 찾아오는 예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단 들, 비록 고달픈 시선으로 지켜볼 때라도 이 세상의 온갖 자연들은 얼마나 수려하고 각별한가.
회의적일 때 일수록 돌 틈을 비집고 싹트는 잡초까지도 신비롭게 대하고 바쁠 때 특히,  야외나 근교라도 자주 들러보아야겠다는 각성이 싹튼다.
우리 모두 오늘만 살고 그만 둘 수는 없음에랴.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작은 일에도 나, 그리고 나 아닌 남까지도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습득해 나가리라는  결심을 굳히고 굳히게 된다.

나, 이쯤에서 잠시 글 쓰는 일에 약간의 틈을 남길까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다.
내 거실과 주위의 눈에 익은 사물들이 하나 같이 나처럼 글의 마무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 같은 게 나도 모르게 밀려 오게 된다.
나는 이런 식의  말없는 신뢰와 지지가 바탕이 되는 신비로움이 소중해서
그게  사랑스러워 글을 쓰고 또 쓰고 그러는 건지도 모르겠다.
간혹 어떤 상황에 처한 다는 게 얼마나 산뜻하게 우리의 생을 추상화처럼 유도하던지...... .
이 새벽,  나는  글 쓰는 일,  그  자체가 자유를 의미하고 있음을 오롯이 긍정하게 된다.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 내 안에서 환히 빛나는 어떤 메시지를 발견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라.
작은 새처럼 단순하거라.

내 안의 격정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채울 것 같은
매우 이른 아침이다.
나는 지속적으로 글을 가까이 하고
그리고 쓰겠다.
뭔가에  영감을 얻었기에 쓸 것이고
그 뭔가를  태연하려는 마음일 때도  쓸 것이다.







-초여름-
  


일년에 두어 번 다이어트를 하는 친구가 있다.
한 번에 거의 보름 쯤 굶는 플랜이다.
내 보기엔 요요현상 때문인지
매번  똑 같아 보이던데
친구는 그걸 극기훈련처럼
잘도 치뤄낸다.
배고픔을 참는 과정일 때 친구는
일부러 한국요리책을 팔랑팔랑 넘기며반복하고 그런다.
음? 맛있겠다!
음? 맛있겠다!

나는 이맘때쯤이면 바닷가에
혼자는 못가고
이런 식의 사진들을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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