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작은 화재(火災) 앞에서




         맹하린


일요일이 닥치면 오늘은 성당에 좀 가야지, 그러면서 9시 미사에 닿으려고 준비를 하지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꼭 무슨 일이 생기고 만다.
성묘(省墓)용 꽃다발이라거나 여럿이나 겹치는 주문일 경우 이미 갈아입은 외출복을 미련없이 평상복으로 바꾸게 된다.
어제도 유리문에 붙이려고 "일요일은 10시 15분에 엽니다" 라는 안내문을 쓰는데, 이웃가게에서 한국수입상품을 취급하는 C사장께서 초인종을 누른다.
“아드님, 있어요?”
“일요일엔 바쁠 때나 나오지만, 무슨 일이시죠?”
“건너편에 불이 났어요. 거지 놈들이 뭘 어떻게 잘못 한 건지, 내 원 참!”
우리 가게 이웃에서 한인 타운을 조성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대다수가 아니고, 거의도 아니고 모두 한인 1세대들이 점령하고 있다.
2세들은 중심상가인 온세나 아베쟈네다에 입성(入城)하여 한국으로 치면 중소기업 정도 되는 의류도매상들을 경영하기 때문이다.
C사장이나 나 역시 신고(申告)정도는 해낼 수 있으나 주소록 찾고 그러느라 시간을 낭비하느니, 신속한 대응(對應)을 아들에게서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주지(周知)하고 있는 사실이다.
내가 집으로 전화를 하자, 아들이 부탁하기를 정확한 주소와 화재의 크고 작음을 설명하라고 해서 나는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사고현장으로 갔다.
무선인 가게 전화는 150M까지는 수신이 가능하다.

서너 명의 젊은 노숙인(老宿人)들이 둥지를 틀고 살던 한인철공소 옆의 빈 가게 앞이었다.
불길은 점차 번지는 과정에 있었고, 매우 위협적인 속도로 타고 있었다.
타닥거리며 타는 소리도 그렇지만, 작은 폭파 음까지 파생되고 있었다.
매사에 상상력이 지나친 나는 바로 옆가게인 철공소의 가스통이 터지는 연상(聯想)을 나도 모르게 해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5분도 안 되어 세 대의 경찰차가 요란하게 도착했다.
화재상황의 크고 작음을 경찰이 먼저 파악한 후에 소방차를 부르는 법이라는 아들의 설명이 나중에 있었다.
신고할 때도 장난 전화를 방지(防止)하기 위해 일단 확인전화가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 집으로 전화를 해서 불길이 어느 정도인지를 캐물었다는 얘기다.
“난 모르죠. 모친(母親)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아들이 웃으며 말하자 경찰도 웃더라고 했다.

이윽고 5분도 안되어 다시 소방차 한 대가 왔다.
한 대로도 충분하다는 의미였다.
금세 옆 가게로 번질 것만 같았고, 한인 타운 전체를 폭파시킬 듯 했던 화재는 싱거울 정도로 단박에 잠재워졌다.
번질 불은 번지게 되어 있고, 꺼져야 할 불은 꺼지게 되어 있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인 모양이다.

일 년에 가장 큰 대목이 되는 어머니날이 일주일 뒤로 임박(臨迫)하여 정신적으로 대단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교회에 나온 김에 주문하고 가는 고객도 이미 여럿이나 있었다.
큰 대목이 닥칠 때마다 어떻게 하면 대박이 날까를 염두에 두기보다, 어찌해야 고객들에게 친절히 대하면서 소담스럽고 깔끔한 꽃장식을 안길까를 고심(苦心)하게 된다.
내 지표가 그렇기 때문에, 상인연합회의  벼룩시장이 무료인 줄 잘 알면서도 애초부터 이용을 삼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내 나름의 긍지란 게 그렇다.
너무  수입이나 이익만 따지며 살기는 싫은 편이다.

작다면 작은 화재(火災)사건을 지켜보면서 내 안에 내재(內在)된 세상에 대한 몰이해(沒理解)의 불씨를 내 스스로 투덕거리며 끄기 시작한다.
하여간에 해내야 할 숙제 몇 개가 성큼 다가오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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