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접기로 한다

박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 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 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