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하린
어제는..
수필동아리에서 비빔밥파티를 연다며 저녁초대를 해왔습니다.
생선전, 잡채, 오이소박이 붉은 김치와 백김치, 그리고 와인까지 곁들여진 진정 푸짐한 식탁이었어요.
열다섯이 둘러 앉아 정갈하면서도 맛까지 있는 식사를 몹시도 기분 좋게 했었네요.
그런데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그릇을 비워낸 저는 살짝 빠져 나온 거 있지요?
왜냐하면 오늘은 새벽에 꽃시장에 가야 했거든요.
어제는..
예외 없이 8시쯤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와 부엌과 거실의 바닥을 물걸레로 말끔히 닦아냈습니다. 그리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다가와 자장가를 불러 줬나 봅니다.
잠이 나를 토닥이며 재워준 밤.
울먹이지도 못하게 금세 재워준 밤.
잠속으로 빠지면서는 그러는 잠이 참 야속하고 미웠지만, 아침에 일어나선 그래줬던 잠이 참 고맙고 소중한 존재로 부상되었던…….
어제는..
누군가 나를 좀 속 썩인 듯도 한데 지금은 그 사실 말짱 잊고 말았군요.
왜 그랬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는 나의 그 속상함이 지금 나는 속 안 상합니다.
친애하는 그대..
산다는 건 그렇더군요.
닫아 걸어도 마음의 문은 때로 열리기 마련이더군요.
원망과 몰이해는 어떤 면으로는 끌고 당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더군요.
내게 평화와 소통을 선물하는 뜨락이어도 어떤 행간에서는 부호가 증발하는 찰나가 참으로 많은 장르가 아니었나 싶어집니다
그런데 나는 그 뜨락이나 낯익은 얼굴들에게 이렇다하게 도움을 준 일이 없었으므로, 나 또한 이렇다하게 바라는 게 없었던 게 아닐런지요.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처럼
슬픔은 이미 내 감정의 문으로 들어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듯 새삼 엷게 퍼지는 기미가 느껴집니다.
내 눈에 이제야 눈물이 약간 맺히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책상에 앉아 있지만
내 맘은 혼자 서성이는 시간인 줄 착각을 시도하려고 해서
나 지금 내 맘 호되게 다구치고 있답니다.
지금은 기분이 거의 회복된 상태라서 사진에 대해 설명을 좀 하겠습니다.
문협총회에서 제가 상 받았어요. 일 년 동안 문협을 위해 애썼다고 주는 상이랍니다.
알죠.
졸립다고, 성가시다고, 꽃시장 가야한다고
요리조리 핑계 대고 자주 안 나올 게 뻔 하니까 그렇게 올가미 씌운다는 거!!!
화사한 꽃그림이 그려진 부부찻잔이었어요.
이미 내 소유니까 당장에 이름을 바꿨어요.
친구찻잔.
또 다른 사진은 그날 2차 가서 먼저 손부터 씻느라 늑장을 피웠더니 제 자리를 박 회장과 중앙일보 기자하던 종신 씨의 중간에 아주 비좁게 마련해 둔 장난꾸러기들...... .
날씬한 사람이라 그랬다는, 짓궂긴 하지만 언제나 동생 같은 예쁜회원들.
연말이라 거리를 빙빙 돌며 세 번째에야 찻집에 들어 갈 수 있었어요. 찻집마다 만원.
그런데 사진을 찍어 둬야 한다고 노부회장이 찍는 순간 종신 씨가 피신을 해서 박 회장하고만 찰칵!
아쉬어라~
종신 씨가 필히 함께 했어야 하는데.
왠가 하면 종신 씨 부인께서 저한테 맨날 만년소녀라고 놀림인지 칭찬인지 그러거든요.
근데 나 왜 저리 웃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