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대신 매를 맞고

 -복효근


알고 지내는 사람으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당신은 목에 너무 힘을 준다는 것 알아요?
시인이라 이거지요? 시인이라 이거지요?

마음이 한 움큼 뜯겨나가고
뉘우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뉘우치며 하루가 지나고
또 e-메일이 왔다

-어젯밤 술에 취해 방배동에서 모 시인과 다퉜는데
돌아와 그 시인에게 e-메일을 보낸다는 게
잘 못 배달된 것 같네요. 죄송해서 어쩌지요?

평소 내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나도 답 메일을 이미 보낸 뒤였다

딸아이 피부약을 내 감기약인 줄 알고 먹고서
감기가 나은 적도 있다
대신 매맞고 뉘우친 마음의 자리 푸른 매 자국이 싱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