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3일 월요일

반대 현상




      맹하린


인류가 살고 있는 천체인 둥근 지구의 끝에서 끝에 위치해 있는 관계라 그럴까.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반대 현상이 의외로 많다는 걸 항상 신기한 맘으로 접하게 된다.
말씀을 재밌게 하시는  교민분들은 항상 이렇게 표현하신다.
"한국에서 땅을 똑바로 파 들어가면 종국에 가서는  아르헨티나가 나옵니다."
그 말씀이 맞을 것도 같다.
여러 반대 현상들을 대하게 될 때마다 그런 공감이 안 드는 건 아닌 것이다.

* 제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건,  밤과 낮의 시차(時差)가  12시간이나 다르다는 점이다.
즉 한국이 밤 12시면 아르헨티나는 낮 12시인 것이다.
* 계절 또한, 약간 반대라면 모를까  확실한 반대다. 한국이 여름일 때 아르헨티나는 겨울이고, 한국이 한겨울이면 아르헨티나는 한여름이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는 눈이 내릴 가능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땡볕과 무더위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맞고 보내게 된다. 
* 한국은 여름에 습기가 많고 겨울에 건조한 편이지만. 아르헨티나는 여름에 건조하고 겨울에 습기가 많다.
* 숫자를 셀 때 한국은 엄지부터 시작하는데 비해,  아르헨티나는 새끼손가락부터 세고. 한국은 손을 편 뒤 손가락을 접으며 세지만, 아르헨티나는 먼저 주먹을 쥔 뒤 손가락을 펴나가면서 센다.
* 코를 닦을 때,  한국은 콧등에서 아래로 내려 쓰다듬듯 닦는데, 아르헨티나는 인중에서 올려붙이듯 위로 닦아낸다.
* 걸레나 행주, 그리고 빨래를 짤 때, 한국은 몸 안쪽으로 모으면서 짜는데, 아르헨티나는 몸 바깥 쪽으로 짠다.
* 약혼식과 결혼식, 생일 파티 등 모든 잔치나 행사는 밤에 치른다.
* 사람을 오라고 부를 때, 한국식으로  손등을 위로하고 흔들면 가라는 뜻이다.
손등을 바깥으로 하고 손가락이 허공 쪽을 바라보게 한 뒤 흔들어야 오라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식으로 부르자 계속 갔고, 아르헨티나 식으로 바꾸니까 와줘서 실소(失笑)를 면치 못한 적도 있었다.
* 쌍둥이를 낳았을 경우,  한국은 세상에 먼저 나온 아기가 형이나 언니가 되는데 ,  아르헨티나는 나중에 태어난 아기가 형이고  언니가 된다.
씨가 먼저 심겨졌다는 원리가 바탕이 된 의미라고 하는데, 꽤 그럴듯하게 생각되는 게 한국의 쌍둥이들은 대부분 형이나 언니가 동생보다 더 작았던 게 아닌가 하는 기억이 새롭다.
* 껍질이 흰 고구마는 밤고구마이고, 껍질이 붉은 고구마는 물고구마이다.
* 25페소(5달러 상당) 가격의 물품을 사면서 50페소를 내면, 거스름을 받을 때 먼저 5페소를 받으면서 삼십 페소, 사십 페소, 오십 페소, 하면서 5페소와 10페소의 지폐를 하나씩 받는데, 50페소까지 채워지면 아귀가 들어맞는 계산으로 끝을 맺게 된다.
* 상현과 하현의 달이 지닌 현도 한국과 반대다.
그밖에도 반대 현상은 많지만 일일이 모두 나열하는 일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굳이 중국철학의 지배원리인 음양오행설을 따지지 않더라도 아르헨티나에서 병약한 날들을 보냈던 사람일지언정  한국이나 미국에 다니러 가서는 거뜬하게 건강을 되찾아 오기도 한다.
반대로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선병질이던 사람이, 아르헨티나에 오면 쉽게 건강을 되찾는 경우까지 있어 보통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종의 신비로움으로 느껴지던 예를 수 차례 보아왔다.

우주와 인사(人事)의 상관관계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영역인 게 확실한 모양인데, 태어난 나라를 멀리 떠나와,  반대되는 현상이 파다(頗多)한 이치를 자주 겪고  살면서도 굳이 반대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은 아직껏 튼튼하게 건재하고 있음을 수시로 자각처럼 붙들고  있다,
구태여 손가락을 주먹 쥔 뒤 새끼손가락부터 세고 싶지 않을뿐더러, 걸레나 행주 그리고 빨래를 짜 낼 때,  굳이  몸 안에서 바깥 쪽으로 비틀며 짜내고 싶지 않다는 데서 우리 이민자의 강한 의지력은 살아 움직이는 게 아닌지 감히 역설하게 된다.

산책도 산책이지만,  꽃을 다루면서
설거지 하면서, 집이나 가게의 창밖을 내다 보면서
나는 글에 대한 영감(靈感)을 참으로 많이 받아 왔다.
실생활에 있어선 잘 다루지 못하나
글을 쓸 때는 반대 현상을 리듬처럼  띄우는 경우가 간혹 있었을 것이다.

전투에서 병력배치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 나듯
작곡을 하는 과정에서 음계의 배열과 위치에 다라 색다른 음악이 탄생되듯
기존의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사유(思惟)할 때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이 그에 알맞는 열매를 맺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아르헨티나의 개미는 먹이를 머리에 이고 간다는데
사실이 그런지 언제 그 점을 확인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해 왔으면서
아직도 그거 하나 제대로 찾거나 실행하지 못했다.
하수도로 빠져 나가는 물도 반대로 휘돈다는 학설이 있다고 아들이 귀뜸을 해줬으므로
그점을 제대로 실감하려고  아무리 자세히 봐도 정확성을 못 찾겠어서 진즉 포기한 상태다.

남들은 휴가 여행이다, 얼음산이다, 신나게 나다니는데
나 겨우 일에나 몰두하는  지독한 반대쟁이???????
이 무더위에 글이나 끼적이고 있는 나여.
대단한 반대 현상 속의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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