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감사합니다) 맹하린 엊그제부터, 새벽만 되면 소르살 꼴로라도가 노래를 시작한다. 우리 말로 하자면 유색의 개똥지빠귀다. 해마다 이맘 때면 유행처럼, 나팔수처럼, 응원단장처럼 나타나 도심의 첫시간을 상큼발랄경쾌하게 눈뜨게 해주는 참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새다. 나는 대부분 기지개를 켤 즈음에 듣는 경우가 많은지라 매번 하루가 쾌청할 것만 같은 산뜻한 메시지를 받는다. 오늘 내게 아침을 선사하는 시는 <어머니의 그륵>이다. 어머니의 그륵/ 정일근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이 구절에서 내 맘이 좀 아프다. 다시 한 번 일부러 기지개를 켠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나 나는 아침마다 기지개를 굳이 켠다.
대수롭지 않을 것만 같아도 기지개는 내가 나에게 건네는 아침인사다. 그러고 보면 첫새벽에 함께 하는 존재가 내겐 적잖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나의 가장 커다란 행복바이러스들...... . 샤워, 음악, 시, 기도, 커피, 기지개... 그리고 기지개를 켤 때마다 필수적으로 덧붙이는 말
"그라시아스 아라 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