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우산

                       맹하린

비 때문에 우산을 펴지는 않아요
아리도록 미어지는 마음을 펴는 거에요

해 반짝 얼굴 내밀어 
우산을 접는 건 아니어요
다독다독 너무 과다하게 펼쳐지려는 마음
가다듬으려는 의미를 접는 거에요

감성이, 선연한 평온이나 고뇌에 닿아 있을 때
기다려도 비 내리지 않으면 무의식적이게도
우산을 폈다 접었다 그래요
그 어떤 사막에서도 우산을 패대기치지는 않았거든요
우산은 어쩌면 생존 주머니 같아요
살아가는 갸륵한 구도 가득어니 
펴지거나 접히거든요

저런! 몇 년이나 아무 일도 안 일어났군요
난생 처음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어요
내 눈은 어느새 우산을 찾고 있어요
이미 우산을 펼치고 있는 나의 손이어요
비가 나를 초대 할 때면, 비는 그래요
시도 때도 없이 손짓하고 불러내요
비에게 낯가림 하듯 우산을 펴 왔어요
역광을 받은 것처럼 우산 속에서는 
비의 얼굴 잘 안보여요
비의 무릎이나 발이 주로 보이죠
찢기고 벗겨지고 헐어버린 무릎과 발이어요

보이세요
격정으로 뿌리 뻗으며 발끝으로 다가서는 비
문득 위기에서의 생존되어 
달래듯 우산을 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