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하린 어제 정오. 아베쟈네다지역 산니콜라스와 아랑구렌 거리의 모퉁이에 위치한 '초밥왕 1번지'에서 점심약속이 있었다. 10여 년 전에 환국했었고 잠깐 여행을 온 문우 K여사를 환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문협의 고문들이 거의 대동되었던 것 같다. 만년신사 C선생님, 걸어 다니는 사전 P선생님, 백발이 성성한 K선생님, 어떤 환경에서도 뒷바라지를 즐기는, 뒷바라지의 대명사라고 표현하고 싶은 왕언니 S여사, 선교사인 P여사, 미니스커트가 잘 어울려 윤복희로 불림 받던 주인공 K여사, 그리고 나. 초밥과 우동은 맛이 꽤나 그럴 듯 했다. 식탁이 들썩여질 정도로 오가는 독설들도 모처럼 신이나 과연 독설다웠고 특히 맛깔스러웠다. 양념으로 뿌리던 내 독설 또한 톡 쏘며 그분들을 파안대소로 이끌었다고 본다. 모두들 나의 상쾌함을 산뜻해 하던 시간 역시 살몃 있었다. 넘치는 20여년. 슬픔과 암울의 시절을 안슬픔과 못암울이라는 명찰 가슴에 바꿔달며 다른 사람들의 시야로 보면 얄밉고 당당할 정도로 씩씩하게 살아냈던 날들이었다. 이제 겨우 나는 평화가 어떻게 생겼고, 비운다는 과정이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가까스로 터득한 늦깎이 철딱서니로 겨우 환원된 게 아닌가 싶다. 문협의 막내 정은님이 편지에 이름 붙여준 '멋´, 그걸 위해 앞으로는 진정 그리 살아내려고 한다. 자연을 사랑할뿐더러 자연 그 자체이기를 소망하는 내게 우정이나 사랑, 그거 참 골치 아픈 애증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들어, 나를 곰곰 묵상의 풀밭으로 이끌어주는 가장 긴 내 마음속 언어는 겉으로야 그다지 길지는 않다. 너무나 흔한 말……. (역류를 고집하지는 말아야지... .) 지금, 새벽인데도 화안하다. 묵은 감성 사그락사그락 닦이는 중이라서 그렇다는 걸 내가 나에게서 눈치 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