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1일 화요일

Feriado(국경일)에

                                 맹하린

국경일이었던 어제도 나는 가게 문을 열었다.
이웃 가게들이 모두 열기 때문에도 열고, 휴일에
묘지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서도 열고, 그리고
가게가 곧 내 오피스텔 역할을 함으로 해서도 연다.
이유다운 이유를 전부 대라고 누가 그런다면 갖다
부칠 이유라는 게 너무 많기만 하다.

아침나절엔 부인회장인 N여사의 기습방문이 있었다.
차기 한인회장 출마를 이유로, 추천을 받기 위한 
서명용지를 든 채였다.
아르헨티나 한인사회에 여장부한인회장이 탄생될
기미가 싹튼 셈.

오후 2시에는 Rivadavia 6700대에 위치한 Aromi라는 
현지인 레스토랑 2층에서 카페아메리카노를 매우매우 
맛있게 향을 음미하면서까지 천천히 마셨다.
토요한국학교에서 개최된 한글날기념글짓기대회 심사를 
겸한 로스안데스문학지 편집회의가 있었던 덕택이었다.
(조금 전 주총무의 파격적인 전화를 받았다. 고국방문
을 위해 공항으로 나가는 찻속에서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어제 했었는데...  특별히 다시 해 온 것. 감격!!!)

오후 6시 무렵이 되자 가게 앞거리는 여름휴가철처럼 
자동차도 사람도 전혀 안보여 결국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는 가게도 집도 너무 좋아한다.
살짝 걱정이 앞선다.
이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부분이 자꾸만 넘쳐나서 
나, 나중에 어찌 세상을 곱게 떠날 수 있으려나,
그 비슷한 염려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꽉꽉 채운 내 책들.
적당히 어지럽혀진 커다란 원탁의 내 앉을벵이 책상.
그리고 아직은 추워서 보일러를 켜둔 온돌방.
나는 시나 소설을 쓸 경우엔 원탁을 마주하고,
이런 식의 잡문을 쓸 때는 온돌에 납작 엎뎌
쓰는 습관을 지녔다. 
더할 나위 없이 진중하려거나
가장 편하게 쓰려는 의중에서 그러는 듯하다.
잡문 성격을 지닌 글들을 앞으론 자주 
써낼 생각이다.

이쯤에서 어느 이름이 떠오른다.
어떤 언어도 떠오른다.
문득 새록새록 아프다.
난데없지는 않은 그런 통증이다.

변화를 추구하듯 기도를 당기며 촛불을 켠다.
고통을 내던지기 위해 고통도 받아들이기를.
새로이 태어난 생명처럼 그리 살아가기를,
많은 분주함과 외로움 속에
살고 있는 이들 위해 
좋은 글 좋은 음악으로 다시 거듭나기를.
결론적으로는 우리 서로 
그대는 그대를 아꼈고, 나는 나만을 사랑했나니.
다시는 서로 전투 삼기를 원치 않사오니.
나는 상관없지만, 
그대 
그리고 그대 
그리고 또 그대
세상의 바로미터
세계의 기상청
은둔이나 은유라기보다
음유, 그 자체.
온 누리 날마다 건설해 올리는 건축가.
혁명을 혁명답게 이끄는 
혁명이 외롭다는 것도 인지하는
그리도
그리도
씩씩하고 의로운 선함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