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6일 목요일

화장을 하는 여자


                                  맹하린


버스 향해 손을 든다
승객 많은 버스가 외로울 확률 파다해서
외로움은 덜 외로워진다면 모를까 외로우려고 할수록 안 외롭다
오라 삐꼬* 속에서도, 버스 안의 밀집 가운데에서도
현지인들 각 개인의 숨겨진 공간 교묘하게 칸칸으로 금 그으며
투명한 커튼까지 치고 있다
북새통 안에서도 금세 비워지는 나의 앞자리
창 쪽에 앉은 모로차* 누구라도 앉기를 기다린 것처럼 
나볏이 화장을 시작한다
용감한 생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세상이라는 고난 모조리 응축 시킨 것만 같은 거울, 흘겨보고 치켜보며
세월의 갈피마다 스민 옹색함 애써 감추거나 기어이 드러내는 여자
마주 바라볼 필요는 없는 간격에 안도 하며 눈을 감는다 또는 뜬다
감으면 보이고 뜨면 안 보이는 불편한 와중이다


때로 생은 파격적인 상황에서도 주목을 못 받는다
내 외로움의 목적지 아베쟈네다*는 가까워지고
드디어 화장을 끝내던 여자 대안 제시하듯 
핸드폰의 얼굴 토닥토닥 두드리고 있다
거울이 된 여자를 파악하고 반응하는 그녀의 핸드폰
나 일어선 의자에 다른 생애가 머물고 모로차 다시 
거울 바짝 당겨 화장을 시작하고 있다
나의 사방은 왜 이리도 낯설까
한동안 거울보기도 두려울 것만 같은 느낌의 가냘픈 어깨
껴안으며 무대 내려서듯 아침나절 위로 하차를 시도한다

인파로 북적대는 아베쟈네다*라는 장르, 발길 내디딜 때마다
자동문처럼 앞을 터주고 있다
새삼 우주인처럼 보여지는 낯선 현지인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찬 공기를 풍선처럼 불며 스치듯 오고, 그리고 간다
운명의 신이 일찍부터 던져대는 그물에 사로잡히지는 않은 것 같은
하루의 첫머리다 
다행이다
나는 드디어 외따롭다

*오라 삐꼬; 러시아워
모로차; 까무잡잡한 여자
*아베쟈네다; 한국인 유태인 볼리비아인 등등의 상인들로 밀집된 아르헨티나 제 1의 
의류도매상가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