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일 토요일

편지





맹하린


동그라니 몸 웅크리고, 팽이처럼 엎딘 적 있나요
고단함 잔득잔득 껴안은 채
해체되는 신분질서의 도시 한 복판에
표류되어 떠내려가는 느낌은 맛보셨나요
뽑혀진 풀포기처럼 네 활개 잔뜩 늘어트리고

아세요
오로지 마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가치 드높이는 자리매김의 벽을
어딘지 모르게 감춰진 이미지 불현듯 부각되는
사람의 벽을 일컬음이어요

서로가 서로 향해 창백한 이마되어
지평을 열면, 대책이 안 서는 과제들은
경계를 지우며 이윽고 시야를 트이게 하죠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 할 이야기
혼자일 때에야 소통 확인하는 은은한 공명은
누군가의 절절한 마음을 밀쳐낸
대가인 듯싶어요

묵인만으로는 포용 할 수 없던 간격
번개 되어 화해의 호홉을 터뜨리기도 해요
바장이듯 노동의 황금률에 정신 함초롬히 퍼부은
반지도 버거워지는 하루의 끝자락일 때
어스름 자락마다 기억들 사무치게 가라앉아요

한 때의 허물을 잊고 사는 생은 흔해서
함성되어 쏟아진 소나기에
몇 십 년 혹은 그보다 더한 자생의 순간되어
또 하나의 또 다른 함성되어 외쳐요

초록 빛 숲의 안부 해오름을 앞당기듯,
반기는 군요 
설움가닥 어루만지듯 격려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