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복효근 이 몽당빗자루 같은 날 운암댐 소롯길에 서서 날개소리 가득히 내리는 청둥오리떼 본다 혼자 보기는 아슴찬히 미안하여 그리운 그리운 이 그리며 본다 우리가 춥다고 버리고 싶은 세상에 내가 침 뱉고 오줌 내갈긴 그것도 살얼음 깔려드는 수면 위에 머언 먼 순은의 눈나라에서나 배웠음직한 몸짓이랑 카랑카랑 별빛 속에서 익혔음직한 목소리들을 풀어놓는 별, 별, 새, 새, 들, 을, 본다 물 속에 살며 물에 젖지 않는 얼음과 더불어 살며 얼지 않는 저 어린 날개들이 건너왔을 바다와 눈보라를 생각하며 비상을 위해 뼈 속까지 비워둔 고행과 한 점 기름기마저 깃털로 바꾼 새들의 가난을 생각하는데 물가의 진창에도 푹푹 빠지는 아, 나는 얼마나 무거운 것이냐 내 관절통은 또 얼마나 호사스러운 것이냐 그리운 이여, 네 가슴에 못 박혀 삭고 싶은 속된 내 그리움은 또 얼마나 얕은 것이냐 한 무리의 새떼는 또 초승달에 결승문자 몇 개 그리며 가뭇없는 더 먼 길 떠난다 이 밤사 나는 옷을 더 벗어야겠구나 저 운암의 겨울새들의 행로를 보아버린 죄로 이 밤으로 돌아가 더 추워야겠다 나는 한껏 가난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