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3일 목요일

편지

                  채호기

 

 
맑은 물 아래 또렷한 조약돌들
당신이 보낸 편지의 글자들 같네.
강물의 흐름에도 휩쓸려가지 않고
편안히 가라앉은 조약돌들
소근소근 속삭이듯 가지런한 글자들의 평온함
그러나 그중 몇 개의 조약돌은
물 밖으로 솟아올라 흐름을 거스르네.
세찬 리듬을 끊으며 내뱉는 글자 몇 개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었겠죠.
그토록 자제하려 애써도
어느새 평온함을 딛고 빠져나와
세찬 물살을 가르는 저 돌들이
당신 가슴에 억지로 가라앉혀둔 말이었겠죠.
당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심장 속에 두근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