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후에는 재아한인회장취임식이 있었다.
재아 한인사회에 첫 여성한인회장이 탄생된 것이다.
나는 사고방식이 꽤나 보수적이라선지 여자들이 앞장서 일하는 걸 박수치며 찬성하는 성향은 아니다.
젊은 남성들 , 일 잘할 수 있도록 보필하는 게 여자들이 진정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더욱 바라는 바는 어떤 목적에 의해서, 여자를 앞세우는 일 또한 없었으면 한다.
금요일에 있을 취임식 축하화환과 축하화분을 목요일 오후에야 주문을 받게 되어 나는 그야말로 그날 새벽 4시에 일어나 꽃시장으로, 나무시장으로, 휘젓고 다녔고, 화환 7개, 화분11개 포장하고 리본 쓰고 꽃다발, 꽃바구니 10개쯤 만들어내느라 날아다닌 게 아니라 총알처럼 쏘아져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전에 없던 실수가 있었다.
한 그루의 행운목에 두 군데의 단체 이름을 달아 낸 것이다.
한쪽에 축 취임이라고 썼어야 했던 것을,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만 확인하고 재삼 확인하지 못한 게 그런 결과를 만든 것이다.
토요일 정오쯤, 관계자 되시는 분이 일부러 술을 마시고 왔다면서 찾아와 그 사실을 지목하는데 매우 예사롭지 않은 몰이해였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빈 건 아니지만, 웃으며 이해를 청해도 술의 힘에 의해서인지 전혀 납득을 못하는 상태라서, 나는 결국 약간 울음이 터졌고 그제야 비로소 화해로 이어졌다.
그분을 보내고, 나는 나를 위해서 그 사실 금세 접었다.
그렇지만 다시는 그런 실수가 없고 싶어 일기 쓰듯 이리 적는다.
여름이라서가 아니라, 올해는 더위를 잘 안 타는 나일지라도 유난히 무덥게 느껴진다.
내 친애하는 그대들은 모두 바케이션을 떠났지 않았나 싶어질 정도로 이 며칠 감감무소식이다.
오, 무척이나 개성미 넘칠 것 같으면서도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나의 정나미여!
왜 이럴 경우 나는 그대들이 아득하고 멀게 느껴지는가?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지금 50년만의 가뭄이라고 한다.
지방도시 코르도바는 71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이라고도 한다.
인터넷 서핑하다가 20여개의 현장사진을 보았으므로 몇 개 골랐다.
굳이 아픔까지 얹어 함께 올리게 된다.
이런 계제에 내가 겪는 고단함이나 막막함, 또는 작가적 인식의 원형질, 그 모든 문제들은 가장 심각한 이슈로 떠오른 가뭄이 겹친 이상기온 앞에서 너무도 부끄러운 팻말에 불과한 게 아닌가 싶어진다.
나는 나의 하루하루가
내문학의 도도한 흐름에서
자칫 발목을 삐끗하지 않기만을
바랐던 게 아니었을까.
오늘.
나.
며칠 전의 수난시대는 이미 잊고 오로지 비를 간구하게만 된다.
비를 그리워하고
비를 맞이할 무렵
특히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될 것이기에.
지금 현재
더위는 흡사 거대한 거울처럼
우리 인간의 결핍과 갈증을 무덥고 메마른 방식으로
갈등처럼 비춰주고 있다.
나는 지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파수꾼 되어
혼자서 조용히 기우제를 지내는 심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