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일 토요일
자연보호 공원(Reserva Ecologica)
맹하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에는 라 플라타 조류협회가 주관하는 무료관광안내가 있다.
얼마 전, 신문광고를 보고 혼자서 떠났다.
누구라도 함께 다녀오고 싶었는데,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었지만, 모두들 바쁘다는 비명이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안에 위치해 있고, 'Costanera Sur=남(南) 코스타네라 '지역이었다.
이 '자연보호 공원'은 1918년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공간이 되었다. 무려 3백 50헥타르의 광활한 면적이며 멀리 도시의 빌딩들이 둘러싸인 분지(盆地)다.
1백년이 가까워 오는 동안, 자연도태(自然淘汰)와 변혁을 거듭해 왔으나, 해수욕장은 시민들로 하여금 돌계단을 내려가 발을 적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자연적인 운치를 한껏 뽐내며 장관을 이루게 되었다.(전염병의 우려에 의해 수영장은 페쇄 되었다.)
70년대 초, 바람에 의해서 날아들기 시작한 여러 가지 식물의 씨앗들은 이곳에서 싹이 트면서 많은 흥성(興盛)을 펼쳐왔다.
Parana 강과 La plata강이 불어나면서부터 많은 동물들 역시 이 지역에 정착을 시도했으며 이밖에도 여러 시기에 걸쳐 이곳에 먹이를 구하기 위해 들렀다가 아예 머물거나 경유하면서 번식을 늘이게 된 철새들까지도 이 지역을 아늑한 도래지(渡來地)로 삼게 되었다.
이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도시와의 경계를 넘어서 거대하고 매혹적인 삼각지대를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많은 종류의 수중식물 사이를 헤엄치고 다니며, 목에 검은 나비넥타이를 두른 것 같은 검은 목 백조무리가 서식지로 삼은 호수는, 그 둘레에 키 높지 않은 나무들로 무성하고 싱그러운 산림의 지평선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 광범위한 자연공간에는 228종류의 척추동물, 8종류의 포유동물, 11종류의 파충류, 9종류의 양서류, 그리고 부엉이, 오리, 비둘기 , 검은 물오리, 해오라기, 새매, 떼루때루 새등을 합쳐 모두 2백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
특히 조심해야 할 일은 이 공원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살모사를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원 당국은 아무리 저명한 동물학자일지라도 이 산책로를 절대로 혼자서는 다닐 수 없도록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살모사를 쫒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팡이나 막대기로 땅을 두들기는 것이라는 당부가 여러 번이나 지시되고 있을 정도다.
오랜 전통을 지켜오면서 이 지역을 돋보이게 한 낚시터는 휴식과 기분전환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과 낚시 애호가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불러 들였다.
백조, 이빼까, 검은 물오리, 까라오, 시리리, 까라까라, 차하에, 가위새 등의 조류들은 이 공원을 산책하는 모든 이들에게서 감탄사를 터뜨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자태를 뽑내고 있었다.
인공적으로 가다듬지 않은 천연의 이 '자연보호 공원'을 두 시간이 넘도록 돌아보면서, 도시 생활에 찌들었던 어깨가 저절로 펴지는 기분이었다.
도심(都心) 속의 '자연보호 공원'.
천연림 가운데 살고 있는 여러 종류의 동물들과 수많은 새들을 바라보면서 두 시간이 너무 짧다는 아쉬움이 생겨났을 정도로, 훌륭한 자연보호 공원 길을 감격으로 걸어 냈다.
한동안 나는 열정을 다해 생활하고 있었으나, 마음의 일부는 때로 경직되는 느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그동안 내가 지녔던 고통들을 다른 사람이 몰랐다 해도 섭섭해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어떤 관심을 감당할 수 있고, 어떤 관심을 감당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이제 괘념치 않을 테다.
가이드의 침착하고 차근차근한 태도 속에는 설득력이 가득 했다.
그는 주먹을 쥐고 한쪽 손바닥을 치던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설명하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산책하면서 많은 걸 보았다,
특히 강의 얼굴인 물결들의 찰랑임에서 , 내가 살아가는 단호하거나 나약한 당위성들이 빛다발로 서로 아우르며 어른거림을 놓칠 수는 없었다.
그 곳을 거니는 내내, 나는 내가 사는 테두리 안의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않으려 애썼다.
'자연보호 공원'을 산책하는 동안 그래서 더 발걸음이 가뿐 했을 것이다.
세상에, 도대체 나는 어떤 세상을 살아 내고 있었다는 얘기인가!
가까운 날 다시 틈을 내어 찾아볼 생각이다.
공원의 출구를 나설 때, 일부러 뒤를 한 번 유심히 돌아보았다.
나는 한 줄기 바람을 들이마시며 깨달았다.
처음엔 평범해 보였으나 걷고 걸어도
새롭고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세상이 거기 살아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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