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7일 수요일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동안



-맹하린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동안
소떼 한가로이 풀 뜯고 잔디는 뒤덮을 듯 들판 에워쌌다
바둑판처럼 네모나게 펼쳐진 사방으로 파란만장에 가까우리라는 예감
잡초처럼 왕성하게 가지를 뻗어내고 있었다

틈틈이 아이들과 근교에 나가 가오리 연 날리며
돌아가고 싶은 마음  반향사고로 뒤집어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각오의 실토리 바짝 붙들며
풀었다 늦췄다를 거듭했다

하늘을 찌를 것처럼 인플레 최고조일 때
침대 밑에 감추어둔 생때 같은 사과 박스 뒤늦게 껴안고
은행에 당도하면 기껏 푸르름 꼬장꼬장한
약간의 달러 손에 쥐어줘
여름날 아스팔트보다 더 끈끈한 검질긴 느낌
신발에 자꾸만 달라 붙어 마음에 까지 달라 붙어
한참을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자칭 패잔병되어 자꾸만 걷고 걷다가
네모 반듯한 거리 꺾고 꺾으면
‘우리 모두 고골리의<외투>에서 나온 사람들이다’*라는 사실
공감의 외투 걸친 채 나를 제치고 저 먼저 대문으로 들어갔다

나는 지금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금세 도착한 것만 같은 생경스러움으로
히말라야시더처럼 사시장철 푸르러 있고 이방인에게도 다채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감상 새록새록 싹터 올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냥 살아 내려는
결심 개개비사촌새처럼 머릿속 까맣도록 굳혀져 있다

여름은 예외없이 닥쳐와 뎅기 열병 시골구석에 장기적으로 주둔하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점령도 하기 전 작전상 후퇴를 되풀이 했다

모든 집들이 전부 틀린 모양으로 어깨동무는 했으나 각각 토라져 앉아
그점을 참 기이하게 여겼다
똑 같아도 이상한데 하나도 안 똑 같음이 볼수록 이상하여
나는 이상한 나라의 예상치 못한 사람들과 그들의 독특한 생에 대하여
접근 가능성을 계획하거나 친화의 등피 닦아 창문 가까이 렘프 걸어 두었다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동안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동안      


도스트에프스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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