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하린
내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본국의 문예지 서너 군데의 담당자분들께서는 이 먼
나라까지 잊지 않고 꼭 월간지나 계간지를 보내준다.
그런 연유가 닿아서인지 가끔은 저명하신 시인들에게서 새로 나왔다며 보내주는
사인과 직인이 곁들여진 시집을 받아볼 때도 적잖은 편이다.
그럴 때마다 가장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 대목은 그분들의 약력을 훑어 볼 즈음이다.
그럴 때 내 눈은 찰나처럼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 것도 못 본 듯한 눈길일
때, 더러 있다.
유명하다는 문학상을 유명하다는 분일수록 모조리 받았다는 증표를 보노라면 특히 더 그렇다. 문학상이 많기도 많지만 타기도 많이들 타냈다고 보인다.
열 개도 부족하여 열다섯 개나 스무 개까지 탄 분까지 계신다.
대단한 출세요 엄청난 성공이라고 보여진다.
그저 부족한대로 둘, 혹은 셋만 받아들이고, 도약하는 젊은 시인들에게 영광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와 배려를 아끼지 않았더라면 더욱 성공한 문학인이 되지 않았으려는지.
그런 분들의 작품집일수록 가까이 안 하게 될 뿐 아니라 한켠으로 밀쳐 두기 십상이다.
이미 약력에 질리고 말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 질리는 일이 일어난다.
서로 더 우월하다고 , 서로 더 높다고, 서로 더 위엣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자고새면 전쟁이나 다름없는 다툼의 무대에 명예를 팽개치거나 짓이겨 뭉퉁그린다.
싸움질로도 양이 안차는지 이 머나먼 곳까지 친절을 베풀며 이메일로 싸움질의 스코어를 알려 온다. 한쪽에서 보내면 금세 딴 쪽에서도 보내온다.
이쪽 교민사회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곳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가게나 집이나 땅따먹기다.
누구는 아베쟈네다 상가지역에 가게를 10개쯤 가졌다고 그러고 누구는 20개쯤 확보했다고 그러고, 또 누군가는 온세지역을 겨냥하고 점령했다고도 한다.
지구에 사람이 산 지는 대략 삼백만년이 된다고 하고, 땅의 주인들도 헤아릴 수없을 정도로 거듭 바뀌고 바뀐 상황이었을 게 자명한 일이기는 하다.
톨스토이의 민화가 주는 교훈처럼, 적은 평의 직사각형 네모난 땅이 최후에 지니게 될 땅이되겠고, 만약 화장을 할 경우엔 훨훨 날아다닐 넓은 세상인 것을…….
아무리 그렇단 들 나는 사촌이 땅을 사면 진심을 다해 기뻐하리라.
열 개나 스무 개만 아니라면 .
두 서넛 정도만 된다면.
어제 저녁 나절엔 어찌하여 자꾸만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참을 만큼 참은 뒤 집에 돌아가서 펑펑 울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나의 이 철딱서니 없는 정서 나부랭이는 집에 가자마자 졸려서 못 울고 말았다.
울기도 성가셔서 그냥 잠든 밤.
울고 싶을 때 울지도 못하고 내처 잠든 밤.
아마 이런 글귀를 읽다가 잠들었지 않았으려나.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생떽쥐베리
행복은 크고 복잡하고 화려한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밀려오는 날.
오늘은 어제와 달리 매우 긍정적인 날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 느긋이 바라보며 충분히
공감하는 시절을 공유하는 것.
그게 바로 기쁨이 아닐까를 되짚어 보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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