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천국에서 온 김수환 추기경의 편지

-작자미상



사랑하고 사랑하는 신부님, 수녀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에게 베푼, 보잘 것 없는 사랑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선택된 자로 살아온 제가 죽은 후에도 이렇듯 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니...나는 행복에 겨운 사람입니다.

감사하며 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생전에 하지 못한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불교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보라는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을 쳐다본다!"



달은 하느님이시고... 저는 손가락입니다.

제가 그나마 그런대로 욕 많이 안 먹고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분입니다.

성직자로 높은 지위에 까지 오른 것도...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 그분의 덕입니다.



속으론 겁이 나면서도, 권력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부자들과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는 유혹이 많았지만

노숙자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화가 나 울화가 치밀 때도 잘 참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입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유머로 넘긴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나중에 내가 보고도 약간은 놀란 내가 쓴 글 솜씨도... 사실은 다 그분의 솜씨였습니다.

내가 한 여러 말들... 사실은 2천 년 전 그분이 다 하신 말씀들입니다.

그분의 덕이 아닌... 내 능력과... 내 솜씨만으로 한 일들도 많습니다.



빈민촌에서 자고 가시라고 그렇게 붙드는 분들에게... 적당히 핑계 대고 떠났지만

사실은 화장실이 불편할 것 같아 피한 것이었습니다.

늘 신자들과 국민들만을 생각했어야 했지만... 때로는 어머니 생각에 빠져

많이 소홀히 한 적도 있습니다.



병상에서 너무 아파... 신자들에게는 고통 중에도 기도하라고 했지만

정작 나도 기도를 잊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훨씬 못한, 나약하고 죄 많은 인간에 불과합니다.

이제 저를 기억하지 마시고. 잊어 주십시오.

대신... 저를 이끄신 그분... 죽음도 없고, 끝도 없으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그분만이 우리 모두의 존재 이유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서로 사랑하십시오" 라는 말,

사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이십니다.

저는 손가락 일뿐입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천국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여기서는 더 이상 추기경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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