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3일 목요일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천양희

   원고료도 주지 않는 잡지에 시를 주면서
  정신이 밥 먹여 주는 세상을 꿈꾸면서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제 숟가락으로 제 생을 파먹으면서
  발빠른 세상에서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하면서
  냉정한 시에게 순정을 바치면서 운명을 걸면서
  아무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면서
  새소리를 듣다가도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고 책상을 치면서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시적인 삶에 대해 쓰고 있는 동안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무지하게 땀이 났다

*연암 박지원의 글





악수


-천양희

내가 시를 받아주는 줄 알았는데
요즈음은 시가 날 받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가 날 받아줄 때 시인인 게 행복하고
시가 시답지 않을 때 시인인 게 부끄럽다
그러니 시여, 날마다 내 손을잡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