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선인장
-맹하린
문화가 문화를 양산하고
문학이 문학을 좁쌀로 여기거나 홀대하고
선행이 선행을 오지랖 한껏 펼치며
마음이 마음먹고 헤프거나 졸아드는 일 거듭하는
누구나 인물이 되는
이 풍진 세상에
어정쩡한 문명의 사막에 갇혀
생각마다 가시로 뻗고
푸르른 열정 곰삭혀
노랗고 붉은 꽃
가시 세우며 토해낸다.
모래 위 행진하는 낙타처럼
잔등에 타는 갈증 서리서리 저장하고
하늘 향해 뻗어나는 도타운 순례
- <선인장>, 전문
서평: 황정산 (문학박사. 평론가.시인)
선인장은 한국에 있는 우리의 선인장이기도 하고 남미의 사막에 지천으로 돋아나 있는 선인장이기도 하다. 그것은 다르지만 같은 것이고 같지만 또한 서로 다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우리 것으로 남의 것을 비교하고 남의 것을 통해 우리 것을 보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것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보이기도 하고 남의 것에 대한 무비판적 숭상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그러한 편협한 태도가 세상에 갈등과 폭력, 지배와 착취를 만들어 낸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그런 파괴적인 문화가 아닌 여러 문화를 동시에 감싸 안는 다문화적 시각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선인장 잎(사실은 줄기)이 하나씩 포개지는 형상을 통해 ‘문화가 문화를 양산’한다고 말하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중층적인 문화적 경험이 척박한 땅에서라도 꽃으로 피어나고 또한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영원을 향한 순례가 됨을 지적하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언어는 새로운 언어이다. 그것은 고국의 언어도 아니고 또한 외국의 언어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둘을 섞어놓은 어정쩡한 혼합물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경계의 언어이고 기존의 언어가 가진 한계와 이념적 틀을 넘어서게 해주는 또 다른 가능성의 언어이다. 맹하린 시인의 시들에게서 바로 이 디아스포라 문학의 언어적 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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