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자기가 살던 집을 훌쩍 나오라는 소리가 아니다.
낡은 생각에서, 낡은 생활 습관에서 떨치고 나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눌러 않아서 세상 흐름대로 따르다 보면
자기 빛깔도 없어지고 자기 삶도 없어진다.
자주적으로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남의 장단에 의해서, 마치 어떤 흐름에 의해서
삶에 표류당하는 것처럼 되어 버린다.
버리고 산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산다는 것이다.
자기답게 거듭거듭 시작하며 사는 일이다.
낡은 탈로부터, 낡은 울타리로부터,
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생명은 늘 새롭다.
생명은 늘 흐르는 강물처럼 새롭다.
그런데 틀에 갇히면, 늪에 갇히면, 그것이 상하고 만다.
거듭거듭 둘레에 에워싼 제방 을 무너뜨려라도,
늘 흐르는 쪽으로 살아야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밖에서 오는 행복도 있겠지만
안에서 향기처럼,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것은 많고 큰 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조그마한 데서 찾아온다.
조그만 것에서 잔잔한 기쁨이나 고마움 같은 것을 누릴 때
그것이 행복이다.
너무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지 말고
때로는 밤에 텔레비젼도 다 끄고,
전깃불도 끄고, 촛불이라도 한 번 켜보라.
그러면 산중은 아니더라도 산중의 그윽함을 간접적으로라도 누릴 수가 있다.
또한 가족들끼리, 아니면 한두 사람이라도
조촐한 녹차를 마시면서 잔잔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거기서 또한 삶의 향기가 피어나올 수 있다.
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 신문도 보지말고,
단 십 분이든 삼십 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 벽을 보고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물어보라.
이렇게 스스로 묻는 속에서 근원적인 삶의 뿌리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명의 커다란 이기로부터 벗어나
하루 한 순간만이라도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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