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하린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참석하는 모임은 셋이다.
문협과 동문회와 부인회.
부인회는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것 같아 내년부턴 후방에서 관망이나 하려는 결심이지만.
문협과 동문회는 아마 계속적으로 나가게 될 듯.
입에 발린 칭찬인 줄 다 알면서도 나를 보석이라고 아껴주는 맘씀씀이가 고맙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받아들일 칭찬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여도 될 칭찬은 기꺼이 배제하는 성격이다. 왜냐하면 나는 매사에 합리적인 존재는 못되기 때문이다. 질타 역시 그런 식이지만 익살이나 관심을 산뜻하게 접수할 경우도 꽤 많다.
학교 다닐 때 용돈을 타면 나의 가장 라이벌이던 바로 밑의 동생은 비싼 옷 두어 벌 사서
한 철을 입는데, 나는 같은 값이면 저렴한 옷으로 여러 벌을 골라 변화롭게 입어내기를
선호했었다. 얼마 못가 서로 옷을 바꿔 입고는 했지만...... .
그런 선택들도 운명을 결정짓는 것일까?
동생은 여전히 비싼 옷만 입고 사는데, 나는 아직도 날마다 변화를 갈망하는 생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그때의 옷처럼 동생이 인생도 바꾸자고 한다면 절대로 안 바꿀 작정이다.
내 살아온 날들 너무 묵정밭과 같았기에, 내 사랑하는 동생에게 그 맛, 결코 보이고 싶지는 않아서...... .
나는 누구와도 저녁약속을 꺼려 한 달이면 저녁 외출이 고작 모임으로만 굳혀진다.
책 읽고 음악 듣고 글 쓰고 그리 사는 일로 대만족인 생활이라고 거의 자족하며 살고 살아내는 것이다.
오죽하면 가족한테 잊을 만 하면 놀림처럼 불린다.
-맹수녀님!
-맹스님!
옷만 변화를 추구할 뿐 나는 거의 수도자와 다름없는 생활리듬과 사고방식을 실행하며
살고 있어 그런 별명을 얻었을 것이다.
오늘 2시에 Nazca거리와 Rivadavia거리의 Esquina(모퉁이)에 위치한 Clapton에서
문협의 미팅이 있다.
주말이라 자리를 비우면 안 되지만 내가 나다니는 걸 가장 흐믓해 하는 가족을 위해
사뿐 다녀올 생각이다.
사실 나에겐 외출이 휴식이다.
내 영혼 깊숙한 곳에 창조의 본능 같은 게 심겨져 있음으로 해서
나는 자주, 거의 매일 글을 쓴다.
사람은 자기 바라는 대로 되는 편이라지만, 나는 생겨먹은 대로 되어가고 있다.
글을 써야하게 생겨먹은 것이다.
글을 전혀 안 쓰고 골프나 치고 비싼 옷 걸치고 남편이나 자식이나 재산자랑도
은근슬쩍 해내는 부류의 사람들은 결코 안 부러워 해왔지만, 나는 글을 안 쓰는
사람들만은 부러워 할 때 간혹 있었다고 본다.
내가 흘러왔고, 흘러 갈 길에 글이라는 간이역이 서 있어 나 그나마
행복했었고 행복할려나.
문제는 내가 아픔이 있을 때 글을 더 자주, 많이 써낸다는 데에 있다.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산책을 안 나갈 생각을 하니 내 맘이 좀 아픈 모양이다.
어차피 아픔답던 아픔이었다.
참 많이도 갈등했었다.
안 나가자니 아팠고, 나가자니 그 역시 아팠던 그런 날들의 연속…….
이 아픔을 덜 아프면서 견디려면 나는 더욱 변화롭게 옷을 입어야 하리.
틈만 되면, 핑계만 생기면, 기회만 닿는다면 자꾸만 나다닐 수밖에 이렇다 할
도리라고는 그 어디에도 없으리.
나여!
진정 아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