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철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모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들
그들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 쌍 수저
식탁 위에 올린다
잊혀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되는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를 위해
내 쌀 씻어 놀 같은 저녁밥 지으며
........청각의 이상을 알고 난 베토벤은 철학적인 책들을 꽤 많이 섭렵했다고 합니다.
호머의 오딧세이, 일리어드를 베토벤이라는 천재이자 음악의 성인 떠올리며, 그의 음악을 빗소리처럼 귀익혀 들으며 참 신명나게 읽었던 기억 새롭습니다.
제 생애의 갈피마다 베토벤의 음악들이 참 많은 청량감을 비처럼 뿌려줬다고 여겨집니다.
오늘은 이 곡이 유난히 감명 깊게 소나기로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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