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너 달 적조했습니다.
쨍쨍함이라거나 어스름을 가리려 할수록 더 많이
빛이시던 님…….
그대를 기억에서 지우려고 자주 산책을 일삼던 길의 꽃과 잎에서
세상을 향한 의미일지도 모르는 메시지를 마치 내 것인 양 마시고
흡수하고 그랬던 적 여러 번 있었을 겁니다.
맨날 외로움이나 노래 삼아 읊고, 틈날 때마다 시에 매료되고
음악에만 의지하고 살다가 오늘은 최근의 아르헨티나를 약간
조명해보고 싶어져 고즈넉한 맘 애써 밀치며 이 글을 적습니다.
달러 구입 봉쇄령, 연방 세입청의 환전 승인, 또는 불가 판정…….
때 아닌 굵직굵직한 활자들이 신문의 지면을 쿠데타처럼 점령하고
있는 작금입니다.
대통령 크리스티나가 바보는 아니겠지요. 저의 표현이 지나쳤나요?
집권 초반부터 정계나 민심을 이런 식으로 흔들고 있다는 건, 결코
미련해서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상상이 떠올려져서 꺼내는
얘기입니다.
초장부터 해외도피자금유출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거대한 암묵적 플랜이
저 같은 서민에게도 훤히 엿보이고 있습니다.
고통이 동반된 물밑작전이 급물살을 탔을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악어의 눈물'도 흘렸을 테지요.
그동안 이미 20퍼센트 정도 상승곡선을 그었던 인플레와 물가까지도 어깨를
나란히 세운 뒤 함께 행진을 시키기 위해선 달러의 상승작용은 거의 불가피한
입지전적 변수로 여겨지는군요.
20프로 이상은 오르리라고 관망한다해도 큰 무리수는 아니라고 우기며
강압적으로 실행될 수도 있으리라고 사료됩니다.
서서히……. 또는 한꺼번에.
이건 순전히 현지인의 논평에서 얻어낸 소견일 따름입니다
대통령 크리스티나의 에비타 흉내 내기 지향은 지난 몇 년처럼 계속되어질
전망은 다소 흐릿해 보입니다.
저소득층이라고 볼 수 있는 종업원들이나 노동자들에게 많은 혜택과 보상을
베풀어 오면서 예상치를 넘는 표밭의 수확과 목표달성을 무난히 이룩했고,
점차 보상금을 줄이겠노라는 발표까지 있었기에 하는 말입니다.
자명한 일은 만약 경제파동이 몰려 온다하더라도 저소득층이야 크게 압박 받지
않으리라는 점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체질적으로 연금이나 보험이라거나 보상금 따위에 알레르기를
일으켰던 저와 비슷한 부류는 갈수록 이런 제도에 거부감을 일으키리라는 거죠.
더욱 절약을 익혀야 하리라고 작정하게도 됩니다.
이보다 더? 이 이상 더 어떻게? 그리 투덜대기도 하면서요.
어쩌겠어요.
10년 마다 주요 행사처럼 치르고야 마는 고질병 아니던가요?
이미 지난 일이라고는 해도 우린 그동안 얼마나 어쩌구니없고 암울하던 세상을 태연히, 그리고 무난히 겪어냈을런지요.
자고 새면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로 숨을 쉬게 되던 물가와 인플레에 시달리면서요.
그야말로 아침마다 물가가 올라도 단지 선비기질을 못버렸던 영향 탓에 그나마 견뎌왔었지 않았나 싶군요.
사재기까지 하면서 살기는 싫다며 모아둔 지페들이 하루하루가 아니라 시시각각 휴지조각처럼 가치를 상실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지켜만 보던...... .
그땐 기도 안 막혔었지만 지금에와선 참으로 흥미진진했던 시절들이었다고 흔쾌히 웃어 넘길 수도 있게된 세월들...... .
하물며 얼굴은 백만페소지만 값어치는 백달러에도 턱없이 못미치게 되는 그리도 희한한 지폐까지도 등장하고 받아들였지 않았던가요?
모국 여행 중에 조카들에게 한 장씩 나눠주자, 사용은 못하지만 그 나름의 희귀성 때문에
무진장 좋아라 하던그런 날들...... .
어려서 부터 우표와 동전, 그리고 각국의 지폐를 수집하는 아들은 지금도 백만페소 화폐를 수십장이나 지니고 있기도 하지요.
다시 힘내야겠지요.
내 나라에서도 힘들다 그러고, 미국이나 멕시코에서도 아우성이고
그야말로 우리는 언제 유목민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는지요 .
다시 소식 드리겠습니다.
주말이라 바쁘다는 핑계로, 점묘화 그리듯 쉬엄쉬엄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수시로 고치게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
.
어젠, 비 같지도 않은 비였고 무덥기까지 했지만
가장 산뜻한 맘으로
오늘 그렇게 흐르시기를 바라며…….
토요일 정오 무렵에
맹하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