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엄마여!


                  맹하린

평소의 나는 많은 사람과는 아니지만 열 손가락 안에 들만큼의 가족이나
지인들과 편지를 주고받아 왔다.
몇 분은 친구이고, 그중에는 오빠와 남동생도 들어 있다.
여동생들도 있고, 그리고 여자 친구도 많은데 어쩐 일인지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 모두 남자들이다.
나도 여자라면 여자지만 여자란 참 델리킷한 존재인지라 언제라도 조심스럽기
이를 데 없어 그러는 모양이다.
한 친구는 부인과의 불화를 잠재우고 화목한 장르로 접어든 것 같고,
이혼한 부인을 거의 못 잊는 눈치인 또 다른 친구는 새로이 사귀는 여인이
생겼다는 소식이 여러 바람에 실려 온다.
그런 연유로 나는 멈칫멈칫 편지나 왕래하던 행동에게까지 제동과 함께
조심을 다해 왔다.
편지나 글 쓰는 일만큼은 일사천리라고 볼 수 있는 내 관습을 날이면
날마다 침잠 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나야 워낙 아픔하고만 친구가 될 수 있는 괴짜 아니던가.
찬미의 대상에 대한 감상을 넘어선 미적 관조.
그건  역시 진리에 가까운 또 하나의 예술처럼 느껴졌었다.
굳이 짚고 넘어가자면 기쁨과 고통이 공존하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거기까진 봐주겠는데…….
한동안 뜸했다가 얼마 전 엄마가 보고 싶어 남동생에게 멜을 보냈었는데,
그런 내게 중대한 소식을 보내 온 오빠와 남동생에게조차 지금 답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물며 날마다 딴청이다.
여동생들에게라도 전화를 해줘야 하는데 어찌하여 그 일까지도 차마 못하고
있다. 전혀 안 되고 있다.
모를 일이다.
회한의 삽을 그 어디 쯤 대기만 해도 나라는 방죽이 봇물을 터뜨릴 기세만
같아 그게 두려운지도…….

동생도 되고 조카도 되며 아들이기도 하던 내 친구들이 자주 나를 괴롭히며
놀리던 말…….
“엄마가 아포!”
아파가 아니라 아포라고 위트를 섞던 그 아픔…….
진정 내가 아니라 내 엄마가 편찮으시다고 한다.
기러기 아빠가 된 아들을 정성으로 거두던…….
저녁나절이면 오늘은 어떤 반찬을 해줄까를 즐겁게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셨던
내 엄마가 몇 달째 경희병원에 입원 중이시라고 한다.
여자 친구들이 내 가게에 수시로 드나들지만 나는 내색조차 삼간다.
언제나 그래왔었다.
기쁨은 몰라도 슬픔에 대해선 언제나 혼자서 삭혔으니까.
단지 고요로운 시간을 선택해 묵묵히 기도나 바쳐 왔을 것이다.
도대체 면목이라고는 없다.
이리도 멀리 떠나온 자체가 불효다.
할 말을 잃었지만 그래도 모자란 나는 자주 웃기는 한다.
누구에게든 편지를 전하고 싶은 그런 날이기는 해도, 나 오늘도 여전히 새치름
홀로 자중하게 될 것이다.

엄마여!
간곡히 쾌유를 바랍니다.
꼭 한번만이라도 뵈올 수 있도록 부디 이 청개구리  더좀 기다려 주시기를!!!!!!




......조용하면서 기도까지도  되는 음악을 올리고 싶었는데
오늘 유난히 이 음악이 듣고 싶어 아픔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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