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5일 화요일

나의 맨발

-맹하린

나는 특별한 날 이외에는 구두를 안 신는다.
슬리퍼나 샌들을 거의 매일이다 싶게 즐겨 사용하는 셈이다.
언제라도 편안하고 싶은 심리상태가 그런 식의 맨발로 증명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엊그제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우리 가게와 반 블록 떨어진 어느
행사장에 꽃배달을 갔었다. 그런데 제때에 빠져나오지를 못한 게 실수였다.
어느 순간,
교민사회에서 내노라하는 이들이 모인 그곳에 있는 나를 내가 발견하게 되었다.
한 손엔  목걸이화환을 든 채
어정쩡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서 있는…….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듯 한 내 몰골이여!
그리고 맨발, 슬리퍼…….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내가 그런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서
있을 때가 있다니.

나도 한 때는 단아했던 날들이 있었지 않을까?
새벽에 앨범을 뒤적여 몇 장의 사진들을 고른 뒤 굳이 여기에 올리게
된다. 새삼 감사로움이 솟는다.
내게 저리도 산뜻한 날들이 주어졌었음에 대한 감사로움이다.
어제까지는 물론이고 지금껏 과히 아름답지 않았던 날들은 없었지 않았던
게 아닌가 그런 상념도 새삼 치밀어 오른다.
앞으로의 내 나날들 또한 아름답지 못할 이유라고는 없다.

사실 최근의 나는 모든 사물이라거나 살아감의 진행이 그저 농담처럼,
단순한 휴식처럼 접수되고,  상쾌함이라거나 의연함에 저절로 얹혀 지나
가고 있는 듯 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음을 구태여 부인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내 찬미하올 신께서는 머리카락의 한 가닥처럼만 사랑한다는
제목이나 계획의 미명 아래 너무도 흔히,  마치 머리카락 전체처럼 나를
갈구고 닥달하는 상황을 자주 연출해온 터이므로.
흡사 전염병의 만연과 같은 환경에서조차 나의 아직껏 유연한 두뇌는 문제의
여러 면을 각양각색으로 포착하는 일에 그다지 소홀하지는 않아 왔다.

나의 슬리퍼, 그리고 나답기에 충실한 내 맨발이여!
어떤 환경에서도 끝끝내 당당 하여라. 결코 어제처럼 스스로를 부끄리는 일은
없기를 소원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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