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
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천국에서 온 김수환 추기경의 편지
-작자미상
사랑하고 사랑하는 신부님, 수녀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에게 베푼, 보잘 것 없는 사랑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선택된 자로 살아온 제가 죽은 후에도 이렇듯 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니...나는 행복에 겨운 사람입니다.
감사하며 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생전에 하지 못한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불교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보라는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을 쳐다본다!"
달은 하느님이시고... 저는 손가락입니다.
제가 그나마 그런대로 욕 많이 안 먹고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분입니다.
성직자로 높은 지위에 까지 오른 것도...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 그분의 덕입니다.
속으론 겁이 나면서도, 권력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부자들과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는 유혹이 많았지만
노숙자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화가 나 울화가 치밀 때도 잘 참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입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유머로 넘긴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나중에 내가 보고도 약간은 놀란 내가 쓴 글 솜씨도... 사실은 다 그분의 솜씨였습니다.
내가 한 여러 말들... 사실은 2천 년 전 그분이 다 하신 말씀들입니다.
그분의 덕이 아닌... 내 능력과... 내 솜씨만으로 한 일들도 많습니다.
빈민촌에서 자고 가시라고 그렇게 붙드는 분들에게... 적당히 핑계 대고 떠났지만
사실은 화장실이 불편할 것 같아 피한 것이었습니다.
늘 신자들과 국민들만을 생각했어야 했지만... 때로는 어머니 생각에 빠져
많이 소홀히 한 적도 있습니다.
병상에서 너무 아파... 신자들에게는 고통 중에도 기도하라고 했지만
정작 나도 기도를 잊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훨씬 못한, 나약하고 죄 많은 인간에 불과합니다.
이제 저를 기억하지 마시고. 잊어 주십시오.
대신... 저를 이끄신 그분... 죽음도 없고, 끝도 없으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그분만이 우리 모두의 존재 이유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서로 사랑하십시오" 라는 말,
사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이십니다.
저는 손가락 일뿐입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천국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여기서는 더 이상 추기경이 아닙니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신부님, 수녀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에게 베푼, 보잘 것 없는 사랑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선택된 자로 살아온 제가 죽은 후에도 이렇듯 많은 분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니...나는 행복에 겨운 사람입니다.
감사하며 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생전에 하지 못한 마지막 부탁이 하나 있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불교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보라는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을 쳐다본다!"
달은 하느님이시고... 저는 손가락입니다.
제가 그나마 그런대로 욕 많이 안 먹고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분입니다.
성직자로 높은 지위에 까지 오른 것도...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 그분의 덕입니다.
속으론 겁이 나면서도, 권력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부자들과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는 유혹이 많았지만
노숙자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화가 나 울화가 치밀 때도 잘 참을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분의 덕입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유머로 넘긴 것도... 사실은 다 그분의 덕입니다.
나중에 내가 보고도 약간은 놀란 내가 쓴 글 솜씨도... 사실은 다 그분의 솜씨였습니다.
내가 한 여러 말들... 사실은 2천 년 전 그분이 다 하신 말씀들입니다.
그분의 덕이 아닌... 내 능력과... 내 솜씨만으로 한 일들도 많습니다.
빈민촌에서 자고 가시라고 그렇게 붙드는 분들에게... 적당히 핑계 대고 떠났지만
사실은 화장실이 불편할 것 같아 피한 것이었습니다.
늘 신자들과 국민들만을 생각했어야 했지만... 때로는 어머니 생각에 빠져
많이 소홀히 한 적도 있습니다.
병상에서 너무 아파... 신자들에게는 고통 중에도 기도하라고 했지만
정작 나도 기도를 잊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훨씬 못한, 나약하고 죄 많은 인간에 불과합니다.
이제 저를 기억하지 마시고. 잊어 주십시오.
대신... 저를 이끄신 그분... 죽음도 없고, 끝도 없으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그분만이 우리 모두의 존재 이유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서로 사랑하십시오" 라는 말,
사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이십니다.
저는 손가락 일뿐입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분을 쳐다보십시오.
천국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여기서는 더 이상 추기경이 아닙니다)
2011년 11월 29일 화요일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노희경
나는 한 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나는 한 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소통
맹하린
나는 새벽마다 기도를 약 30분 정도 한다.
여러 가지 기도다. 대략 일곱 종류?
내가 몸담고 있는 가톨릭은 보수적이면서도 상쾌한 면도 꽤 많다고 보여진다.
헌금을 조금만 해도 누구한테 들키지 않으니 그 점 특히 좋은 것 같고, 가정을 위한 기도라거나 병자를 위한 기도 등 이미 정해진 기도문을 그저 읽기만 하면 되므로 그 또한 편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기도가 끝날 무렵이면 구약을 한 장쯤 읽고, 신약도 비슷한 분량을 읽으며 성가를 빠트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성가 역시 한 페이지를 끝절까지 흥얼대며 부른다. 오늘 부르게 될 성가가 430페이지니까 벌써 일 년도 넘게 성가를 아침마다 하나씩 불렀다는 얘기다.
성서와 성가의 모든 페이지가 끝나면 다시 시작하기를 20년 이상 거듭해 왔을 것이다.
내가 많은 세월의 새벽 빗장을 그런 식으로 열어 냈던 이유는, 신앙심이 깊어서라기보다는, 문학이라는 성곽은 거저 얻는 게 아니라는 걸 내가 나에게 가르치고 단련시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사실 나는 성서를, 바치는 일에만 충실해 왔기 때문에 이렇다하게 외우는 구절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내가 생각해도 이런 태도는 참 잘한 일 같다. 성서를 내 것으로 만들려 하지 않고 그저 바쳐만 왔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성서와 성가를 끝마치기 전에 꼭 해내는 기도는 이웃을 위한 기도다.
특히 동문의 아들 엄안토니오에 대한 기도는 이미 6개월째 접어들었다고 보여진다.
엄안토니오는 한국인이지만,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Argentino(아르헨티나인)이기도
하다.
(엄안토니오에게 딱히 잘 어울릴만한 제대로 된 표현을 하고 싶은데 난감하게도 자꾸만 순수, 토종, 혈통 그런 낱말만 떠오름에랴.)
20대 중반인 그는 우리 가게의 고객이기도 했다.
부모가 바쁜 이민생할에 몸담고 살아와선지 엄안토니오는 우리 가게에 오면 한국말보다 까스떼쟈노(서반아어)를 주로 사용 했었다.
그는 중요한 날마다 선물이나 꽃을 꼭 챙기는 감성이 풍부한 청년이었다.
아르헨티나인 들이 연인의 날이라고 명칭을 바꾼 화이트 데이는 물론이고 봄의 날, 생일, 어머니 날. 그리고 크리스마스. 만난 지 몇 년이 됐다는 기념일.
그는 애인과 만나게 된 그날만은 장미의 개수로 햇수를 표시해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고 해냈었다.
그러던 그가 3년 가까이 대인기피증과 고소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애인에게서 배신을 당한 대가가 그런 처절한 과정을 안겼다는 진단결과가 있었나 보았다.
몇 번인가는 입원치료도 했었지만 최근엔 통원 치료 중에 있다.
어젯밤 해운대회관에서 있었던 동문회 도중에 나와 같은 식탁에 마주앉았던 엄안토니오의 엄마 J여인은 식사 중에 두 번 쯤 핸드폰을 받았고, 두 번 정도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했다.
모두 엄안토니와의 통화였다.
"응, 그래. 다 끝났어. 지금 가고 있단다. Hijo(아들)!"
엄안토니오는 집안에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가장 불안해 한다는 부연설명이 남겨졌다.
어차피 밥이나 먹고 헤어지는 동문회인데도 그녀는 언제나 서둘러 돌아간다.
여덟 명의 볼리비아인들 이끌고 제품을 하면서도 그녀는 아들의 뒷바라지에 헌신적인 부지런하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고 맑은 생활인이다.
엄안토니오가 가정방문 중에 만난 목사님에게 해냈다는 대답은 몇 달이나 지난 지금껏 나를 여러 차례 눈물 글썽이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믿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네. 있다는 건 분명해요. 그런데 나는 그분한테 많이 섭섭해요.
몇 달 전 처음 엄안토니오의 와병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나는 회장과 총무와 상의하여 동문회 차원에서 위로금을 전달하도록 주선했던 사실조차 자주 부끄럽게 된다.
J여인이 일꾼들 다 보낸 저녁, 그녀가 차 한 잔 드는 시간 즈음 전화라도 자주 하리라는 마음만 여러 번이나 다지게 된다.
그녀가 총총한 발걸음으로 떠나갈 때 나는 잊지않고 그랬을 것이다.
"자꾸만 하느님을 억지로 심어주려고는 말아요. 지금은 섭섭할 때거든요."
-펌- |
피카소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늘 새로운 작품을 시도했던 '큐비즘'이라는 새로운 회화영역을 개척했다. 그로 인하여 '미술계의 황제'라는 호칭을 받아온 예술가이기도 하다. 큐비즘은 단순한 시점으로 대상을 보는 게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자유자재로 사물을 보아내고 그것을 동일한 평면 위에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
나는 불경하게도 피카소의 블랙홀처럼 너무도 자연스러운 시각과 각도를 펼치며, 뜻이 같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겪게 하며 그리 살아오지는 않았었나 오늘 뒤늦은 각성에 나를 맡겨 보게도 된다.
소통.
내게 너무 거창한 벽이었고, 난해한 고지였던 그 언어가 홀연
나를 을씨년스러이 지켜보고 있다.
......................................................................
-초여름-
모차르트의 이 음악은 얼마 전에 이미 한 번 올렸었습니다.
하지만, 피카소의 그림을 곁들이려는 의도에서 다시 올리게 되었습니다.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슬프다고만 말하지 말자
-이기철
저렇게 푸른 잎들이 날빛을 짜는 동안은
우리 슬프다고만 말하지 말자
저녁이면 수정 이슬이 세상을 적시고
밤이면 유리 별들이 하늘을 반짝이고 있는 동안은,
내 아는 사람들 가까운 곳에서
펄럭이는 하루를 씻어 널어놓고
아직 내 만나지 못한 사람들
먼 곳에서 그날의 가장 아름다운 꿈을 엮고 있는 동안은,
바람이 먼 곳에서 불어와 머리카락을 만지고
햇빛이 순금의 깁으로 들판을 어루만지는 동안은,
우리들 삶의 근심이 결코 세상의 저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밤새 꾸던 꿈 하늘에 닿지 못하면 어떠랴
하루의 계단을 쌓으며
일생이라는 건축을 쌓아 올리는 사람들,
우리 슬프다고만 말하지 말자
그 아름답고 견고한 마음들 눈감아도 보이는 동안은
그들 숨소리 내일을 여는 빗장 소리로
귓가에 들리는 동안은
저렇게 푸른 잎들이 날빛을 짜는 동안은
우리 슬프다고만 말하지 말자
저녁이면 수정 이슬이 세상을 적시고
밤이면 유리 별들이 하늘을 반짝이고 있는 동안은,
내 아는 사람들 가까운 곳에서
펄럭이는 하루를 씻어 널어놓고
아직 내 만나지 못한 사람들
먼 곳에서 그날의 가장 아름다운 꿈을 엮고 있는 동안은,
바람이 먼 곳에서 불어와 머리카락을 만지고
햇빛이 순금의 깁으로 들판을 어루만지는 동안은,
우리들 삶의 근심이 결코 세상의 저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밤새 꾸던 꿈 하늘에 닿지 못하면 어떠랴
하루의 계단을 쌓으며
일생이라는 건축을 쌓아 올리는 사람들,
우리 슬프다고만 말하지 말자
그 아름답고 견고한 마음들 눈감아도 보이는 동안은
그들 숨소리 내일을 여는 빗장 소리로
귓가에 들리는 동안은
지혜를 찾는 기쁨
-이해인
하루의 길 위에서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할지
분별이 되지 않을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설임만 길어질 때,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서 삶에 평화가 없을 때,
가치관이 흔들리고 교묘한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힘들 때,
지혜를 부릅니다.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때에도,
글을 써야 하는데 막막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에도 지혜를 부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중간역할을 할 때,
남에게 감히 충고를 할 입장이어서 용기가 필요할 때,
어떤 일로 흥분해서 감정의 절제가 필요할 때에도
"어서 와서 좀 도와주세요." 하며
친한 벗을 부르듯이 간절하게 지혜를 부릅니다.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하지만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런 분위기를 지닌 사람,
재치 있지만 요란하지 않은 사람,
솔직하지만 교묘하게 꾸며서 말하지 않는 사람,
농담을 오래해도 질리지 않고
남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사람,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 사람,
들은 말을 경솔하게 퍼뜨리지 않고 침묵할 줄 아는 사람,
존재 자체로 평화를 전하는 사람,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과시하거나 교만하게 굴지 않고
감사하게 나눌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타인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기에 자신의 유익이나 이기심은
슬쩍 안으로 감출 줄 아는 사람 등등...
생각나는 대로 나열을 해보며 지혜를 구합니다.
지혜의 빛깔은 서늘한 가을 하늘빛이고
지혜의 소리는 목관악기를 닮았을 것 같지 않나요?
하루의 길 위에서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할지
분별이 되지 않을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설임만 길어질 때,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서 삶에 평화가 없을 때,
가치관이 흔들리고 교묘한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힘들 때,
지혜를 부릅니다.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때에도,
글을 써야 하는데 막막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에도 지혜를 부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중간역할을 할 때,
남에게 감히 충고를 할 입장이어서 용기가 필요할 때,
어떤 일로 흥분해서 감정의 절제가 필요할 때에도
"어서 와서 좀 도와주세요." 하며
친한 벗을 부르듯이 간절하게 지혜를 부릅니다.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하지만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런 분위기를 지닌 사람,
재치 있지만 요란하지 않은 사람,
솔직하지만 교묘하게 꾸며서 말하지 않는 사람,
농담을 오래해도 질리지 않고
남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사람,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 사람,
들은 말을 경솔하게 퍼뜨리지 않고 침묵할 줄 아는 사람,
존재 자체로 평화를 전하는 사람,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과시하거나 교만하게 굴지 않고
감사하게 나눌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타인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기에 자신의 유익이나 이기심은
슬쩍 안으로 감출 줄 아는 사람 등등...
생각나는 대로 나열을 해보며 지혜를 구합니다.
지혜의 빛깔은 서늘한 가을 하늘빛이고
지혜의 소리는 목관악기를 닮았을 것 같지 않나요?
2011년 11월 27일 일요일
나 때문에 슬퍼진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이기철
내 걸어온 길 되돌아보며
나로 하여 슬퍼진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내 밟고 온 길
발에 밟힌 풀벌레에게 사죄합니다
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이
내 길 건너며 무표정했던
이웃들에 사죄합니다
내 작은 앎 크게 전하지 못한 교실에
내 짧은 지식 신념 없는 말로 강요한
학생들에 사죄합니다
또 내일을 맞기 위해선
초원의 소와 순한 닭을 먹어야 하고
들판의 배추와 상추를 먹어야 합니다
내 한 포기 꽃나무도 심지 않고
풀꽃의 향기로움만 탐한 일
사죄합니다
저 많은 햇빛 공으로 쏘이면서도
그 햇빛에 고마워하지 않은 일
사죄합니다
살면서 사죄하면서 사랑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
-초여름-
세계 여러 나라에 계신 분들께서 날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10여개국의 나라에 계신 분들이십니다.
하루에 50에서 70정도의 검색입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분들이 많으십니다.
물론 중복검색도 있으시겠지만요.
검색수위에 욕심 부리지 않으렵니다.
더욱 열심으로 가꾸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잡문 또한 자주 올리도록 하렵니다.
감사합니다.
내 걸어온 길 되돌아보며
나로 하여 슬퍼진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내 밟고 온 길
발에 밟힌 풀벌레에게 사죄합니다
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이
내 길 건너며 무표정했던
이웃들에 사죄합니다
내 작은 앎 크게 전하지 못한 교실에
내 짧은 지식 신념 없는 말로 강요한
학생들에 사죄합니다
또 내일을 맞기 위해선
초원의 소와 순한 닭을 먹어야 하고
들판의 배추와 상추를 먹어야 합니다
내 한 포기 꽃나무도 심지 않고
풀꽃의 향기로움만 탐한 일
사죄합니다
저 많은 햇빛 공으로 쏘이면서도
그 햇빛에 고마워하지 않은 일
사죄합니다
살면서 사죄하면서 사랑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
-초여름-
세계 여러 나라에 계신 분들께서 날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10여개국의 나라에 계신 분들이십니다.
하루에 50에서 70정도의 검색입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분들이 많으십니다.
물론 중복검색도 있으시겠지만요.
검색수위에 욕심 부리지 않으렵니다.
더욱 열심으로 가꾸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잡문 또한 자주 올리도록 하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박용재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채우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채우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내 이웃
-맹하린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도토리나무는 심겨진 후 50년을 보내고 나서야 자식이라는 열매를 해마다 맺기 시작한다는 자연학 연구를.
그렇다면 우리 가게 건너 편 중앙분리대에 조성된 산책로의 여러 그루나 되는 도토리나무는 자그마치 수령이 100년도 넘었다는 얘기 아닌가.
가을이 닥칠 때, 그 도토리나무 주위를 바라보노라면 도토리를 줍기 위해 허리를 연신 굽혔다 펴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현지인들은 도토리를 왜 먹어야 하는지를 모르고, 먹으려고도 안하는 부류들이라선지 어쩌다 한국인 주인을 돕는 가사도우미 정도나 볼 수가 있다.
그러한 장면을 유심히 지켜볼 때마다 나는 웃음이 퐁퐁 솟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저 도토리들이 우리 교민들의 도토리묵도 되고 도토리 전도 되고 도토리 차도 되어 식탁에 오르내린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정겹게 안겨 오기 때문이다.
물론 나야 도토리를 줍지는 않는다.
자연 그대로를 아끼는 취향이 강해서.
도토리나무와 여러 나무들이 서 있는 산책로는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나와 수없는 눈길을 주고받으며 묵언의 말을 나누는 솔직담백한 이웃 말이다.
재작년이었던가.
우리 가게와 반 블록 떨어진 에스끼나(모퉁이)에서 끼오스꼬(편의점)를 운영하는 묻지도 여인이 혼자서 도토리를 줍다가 마침 거리를 내다보고 있는 나를 다급히 손짓하며 불렀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껑충대며 차도를 건너갔었고.
그녀는 가끔씩 내게 묻지도 않는 얘기를 잘 해대서 내가 가족들한테 묻지도 여인이라고 우리가족만 알아들을 수 있는 별명을 호칭으로 사용해 오던 중이었다.
그날 역시 묻지도 않는 얘기를 꺼내기 위해 창밖 내다보기를 즐기는 나를 일부러 부른 것.
낮에 젊은 한국남자가 담배를 사러 왔었다는 걸로 얘기는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단골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라서 대뜸 물었다고 했다.
-아저씨, 안면이 무척 많으신데 우리가 어디서 만났지요?
그랬더니 그 남자가 매우 점잖게 웃으면서 친절을 아끼지 않으며 대답하더라는 것.
-네. 저도 안면이 있으신 분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아저씨를 어디서 뵈었을까? 혹시 성당 다니세요? 우리 교우신가?
그때 그 젊은 남자는 약간 더 웃었다고 한다.
-아, 네. 교우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아이고, 아저씨도 참. 성당 다니는 게 무슨 죕니까? 참나! 뭘 그렇게 숨기고 쑥스러워 하고……. 왜 그러시는데요?
그랬더니 그 남자는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는 웃음을 남기며 장사 잘하시라고 덕담까지 얹어주며 총총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도토리를 주울 무렵에야 그 젊고 점잖고 예의 바른 남자가 누구인지가 뒤늦게 떠올랐다는 설명이었다.
-글쎄, 그 남자가 우리 서신부님이라는 사실이 왜 이제야 떠오르는데?
-근데 그분이 서신부님이라는 걸 이제야 알아 챈 게 무슨 죄인데?
나도 질세라 그렇게 대답하고 묻지도 그녀와 커다랗게 웃는데 도토리 나무도 , 그리고 도토리들도 덩달아 웃음을 못 참겠던지 바람에 잎을 흔들며 쏴아쏴아 팔랑대었다. 이미 땅에 내려앉은 도토리 열매들은 데굴데굴 구르며 까르륵 대는 느낌까지도 들게 했다.
주말이면 교회에 나오는 한국인 1세나 2세들 때문에 한층 바빠서, 일 년이면 성당을 고작 서너 번이나 갈까말까한 묻지도 그녀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미사참례를 하는 나는 그날 참 많이도 웃어댔다.
때때로 내 왼쪽과 오른 쪽, 그리고 이층의 이웃들까지도 하나하나 조명해 나갈 생각이지만 어쨌거나 나는 묻지도 그녀 같은 이웃이 있고, 사시장철 나와 눈길을 주고받는 도토리나무라는 이웃까지 있어 사는 일 그다지 무료한 편은 아니라고 본다.
더욱 겸손한 순례자가 되고 싶다
비밀처럼 조용조용, 사는 게 참 아름답다는 걸 겨우 알아챈 느낌이다.
운명의 신이 쉽사리 발견 못하도록 고요히, 그렇게 걷고 걷겠다.
나를 사로잡고 있는 그 한없는 갈망이 무엇인지는 굳이 캐내고 싶지가 않다.
고독한 모색의 길쯤 되지 않으려나.
나 여전히 내게 주어진 섭리의 길, 순례의 길을 가고 가리라.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공감, 지향, 열정 그런 언어들이 요즘 내게 새삼 친근하다.
그다지 느닷없지는 않은 일이지만 나 또 다시 정처 없어지고 말았어라.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도토리나무는 심겨진 후 50년을 보내고 나서야 자식이라는 열매를 해마다 맺기 시작한다는 자연학 연구를.
그렇다면 우리 가게 건너 편 중앙분리대에 조성된 산책로의 여러 그루나 되는 도토리나무는 자그마치 수령이 100년도 넘었다는 얘기 아닌가.
가을이 닥칠 때, 그 도토리나무 주위를 바라보노라면 도토리를 줍기 위해 허리를 연신 굽혔다 펴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현지인들은 도토리를 왜 먹어야 하는지를 모르고, 먹으려고도 안하는 부류들이라선지 어쩌다 한국인 주인을 돕는 가사도우미 정도나 볼 수가 있다.
그러한 장면을 유심히 지켜볼 때마다 나는 웃음이 퐁퐁 솟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저 도토리들이 우리 교민들의 도토리묵도 되고 도토리 전도 되고 도토리 차도 되어 식탁에 오르내린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정겹게 안겨 오기 때문이다.
물론 나야 도토리를 줍지는 않는다.
자연 그대로를 아끼는 취향이 강해서.
도토리나무와 여러 나무들이 서 있는 산책로는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나와 수없는 눈길을 주고받으며 묵언의 말을 나누는 솔직담백한 이웃 말이다.
재작년이었던가.
우리 가게와 반 블록 떨어진 에스끼나(모퉁이)에서 끼오스꼬(편의점)를 운영하는 묻지도 여인이 혼자서 도토리를 줍다가 마침 거리를 내다보고 있는 나를 다급히 손짓하며 불렀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껑충대며 차도를 건너갔었고.
그녀는 가끔씩 내게 묻지도 않는 얘기를 잘 해대서 내가 가족들한테 묻지도 여인이라고 우리가족만 알아들을 수 있는 별명을 호칭으로 사용해 오던 중이었다.
그날 역시 묻지도 않는 얘기를 꺼내기 위해 창밖 내다보기를 즐기는 나를 일부러 부른 것.
낮에 젊은 한국남자가 담배를 사러 왔었다는 걸로 얘기는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단골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라서 대뜸 물었다고 했다.
-아저씨, 안면이 무척 많으신데 우리가 어디서 만났지요?
그랬더니 그 남자가 매우 점잖게 웃으면서 친절을 아끼지 않으며 대답하더라는 것.
-네. 저도 안면이 있으신 분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아저씨를 어디서 뵈었을까? 혹시 성당 다니세요? 우리 교우신가?
그때 그 젊은 남자는 약간 더 웃었다고 한다.
-아, 네. 교우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아이고, 아저씨도 참. 성당 다니는 게 무슨 죕니까? 참나! 뭘 그렇게 숨기고 쑥스러워 하고……. 왜 그러시는데요?
그랬더니 그 남자는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는 웃음을 남기며 장사 잘하시라고 덕담까지 얹어주며 총총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도토리를 주울 무렵에야 그 젊고 점잖고 예의 바른 남자가 누구인지가 뒤늦게 떠올랐다는 설명이었다.
-글쎄, 그 남자가 우리 서신부님이라는 사실이 왜 이제야 떠오르는데?
-근데 그분이 서신부님이라는 걸 이제야 알아 챈 게 무슨 죄인데?
나도 질세라 그렇게 대답하고 묻지도 그녀와 커다랗게 웃는데 도토리 나무도 , 그리고 도토리들도 덩달아 웃음을 못 참겠던지 바람에 잎을 흔들며 쏴아쏴아 팔랑대었다. 이미 땅에 내려앉은 도토리 열매들은 데굴데굴 구르며 까르륵 대는 느낌까지도 들게 했다.
주말이면 교회에 나오는 한국인 1세나 2세들 때문에 한층 바빠서, 일 년이면 성당을 고작 서너 번이나 갈까말까한 묻지도 그녀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미사참례를 하는 나는 그날 참 많이도 웃어댔다.
때때로 내 왼쪽과 오른 쪽, 그리고 이층의 이웃들까지도 하나하나 조명해 나갈 생각이지만 어쨌거나 나는 묻지도 그녀 같은 이웃이 있고, 사시장철 나와 눈길을 주고받는 도토리나무라는 이웃까지 있어 사는 일 그다지 무료한 편은 아니라고 본다.
더욱 겸손한 순례자가 되고 싶다
비밀처럼 조용조용, 사는 게 참 아름답다는 걸 겨우 알아챈 느낌이다.
운명의 신이 쉽사리 발견 못하도록 고요히, 그렇게 걷고 걷겠다.
나를 사로잡고 있는 그 한없는 갈망이 무엇인지는 굳이 캐내고 싶지가 않다.
고독한 모색의 길쯤 되지 않으려나.
나 여전히 내게 주어진 섭리의 길, 순례의 길을 가고 가리라.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공감, 지향, 열정 그런 언어들이 요즘 내게 새삼 친근하다.
그다지 느닷없지는 않은 일이지만 나 또 다시 정처 없어지고 말았어라.
2011년 11월 26일 토요일
섬진족의 가을
-박정대
누군가 내게 족보를 물어오면
나는 내 마음의 좌측 심장을 관통해 흐르는
강물의 이름으로, 섬진족이라 말하리라
강가에 쌓아놓은 모래알들의 낟가리
그 따스한 모래 속에 발을 묻고
섬진강 물결 속에 손을 담그면
강바람은 내 얼굴을 모닥불처럼
피워올리리, 따스하리
바라보는 풍경들이 내 시선에 익어
고요히 단풍 들어 갈 때
은어떼 내 손금 속 강물을 따라
점점 가을로 올라가리니
누군가 내게 가을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오면
그를 데리고 하동 평사리 백사장으로 가리
처음부터 끝까지 맨발로 걸어
뜨겁게 단풍 드는 발바닥이
섬진족의 가을에 당도할 때까지
누군가 내게 족보를 물어오면
나는 내 마음의 좌측 심장을 관통해 흐르는
강물의 이름으로, 섬진족이라 말하리라
강가에 쌓아놓은 모래알들의 낟가리
그 따스한 모래 속에 발을 묻고
섬진강 물결 속에 손을 담그면
강바람은 내 얼굴을 모닥불처럼
피워올리리, 따스하리
바라보는 풍경들이 내 시선에 익어
고요히 단풍 들어 갈 때
은어떼 내 손금 속 강물을 따라
점점 가을로 올라가리니
누군가 내게 가을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오면
그를 데리고 하동 평사리 백사장으로 가리
처음부터 끝까지 맨발로 걸어
뜨겁게 단풍 드는 발바닥이
섬진족의 가을에 당도할 때까지
천생연분
-정끝별
후라나무 씨는 독을 품고 있다네
살을 썩게 하고 눈을 멀게 한다네
그 짝 마코 앵무는 열매 꼬투리를 찢어 씨를 흩어놓는다네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멀리,
흩어진 씨를 배불리 쪼아먹은 후
어라! 독을 중화시키는 진흙을 먹는다네
베르톨레티아나무 열매는 이름 만큼이나 딱딱해
너무 큰 데다 향기도 없어
그 열매를 좋아하는 건 쳇! 토끼만한 아고우티 뿐이라네
앞니로 껍질을 깨 속살과 씨를 먹고 남은 씨를 땅 속에 숨긴다네
다른 짐승이 찾기 어려울 만큼 깊이,
싹이 돋아나기 쉬울 만큼 얕게,
잊어버릴 만큼 여기저기
너에게만은 독이 아니라 밥이고 싶은
너에게만은 쭉정이가 아니라 고갱이고 싶은
그리하여 네가 나를 만개케 하는
후라나무 씨는 독을 품고 있다네
살을 썩게 하고 눈을 멀게 한다네
그 짝 마코 앵무는 열매 꼬투리를 찢어 씨를 흩어놓는다네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멀리,
흩어진 씨를 배불리 쪼아먹은 후
어라! 독을 중화시키는 진흙을 먹는다네
베르톨레티아나무 열매는 이름 만큼이나 딱딱해
너무 큰 데다 향기도 없어
그 열매를 좋아하는 건 쳇! 토끼만한 아고우티 뿐이라네
앞니로 껍질을 깨 속살과 씨를 먹고 남은 씨를 땅 속에 숨긴다네
다른 짐승이 찾기 어려울 만큼 깊이,
싹이 돋아나기 쉬울 만큼 얕게,
잊어버릴 만큼 여기저기
너에게만은 독이 아니라 밥이고 싶은
너에게만은 쭉정이가 아니라 고갱이고 싶은
그리하여 네가 나를 만개케 하는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내 워크맨 속 갠지스
-김경주
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 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리지만 눅눅한 불빛을 흘리고 있는 낮은 스탠드 아래서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메아리 하나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날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말을 떠올리며 스무 마리의 담배를 사 오는 골목에서 나는 이 골목을 서성거리곤 했을 붓다의 찬 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고향을 기억해낼 수 없어 벽에 기대 떨곤 했을 붓다의 속눈썹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겨우 음악이 된다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
워크맨은 귓속에 몇 천 년의 갠지스를 감고 돌리고 창틈으로 죽은 자들이 강물 속에서 꾸고 있는 꿈냄새가 올라온다 혹은 그들이 살아서 미처 꾸지 못한 꿈냄새가 도시의 창문마다 흘러내리고 있다 그런데 여관의 말뚝에 매인 산양은 왜 밤새 우는 것일까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표정 하나를 배우기 위해 산양은 그토록 많은 별자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바게스트 하우스 창턱에 걸터앉은 붓다의
사랑은 가슴에 띄우는 열이었다고 쓰고 싶어지는 생이 있다 눈물은 눈 속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열이었다
세상속이야기
작은 메시지들
☆。첫번째 메시지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일은
가슴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더욱 가슴아픈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람에게 당신이
그사람을 어떻게 느끼는지
차마 알리지 못하는 일입니다.
☆。두번째 메시지
우리가 무엇을 잃기 전까지는
그 잃어버린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얻기 전까지는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세번째 메시지
인생에서 슬픈 일은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지만
결국 그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네번째 메시지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기까지는 1분밖에 안걸리고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1시간밖에 안걸리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기까지는
하루밖에 안걸리지만
누군가를
잊는데는 평생이 걸립니다
☆。다섯번째 메시지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모든면에서
가장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대부분의 것들을 저절로 다가오게 만듭니다
☆。여섯번째 메시지
꿈꾸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꿈을 꾸세요.
가고싶은 곳은 어디든 가세요.
되고싶은 것은 되도록 노력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이 하고싶은 일을 모두 할수 있는
인생은 오직 하나이고
기회도 오직 한번이니까요.
☆。일곱번째 메시지
진정한 친구란
그 사람과 같이 그네에 앉아
한마디 말도 안하고
시간을 보낸후 헤어졌을 때,
마치 당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대화를 나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입니다.
☆。여덟번째 메시지
외모만을 따지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을 현혹시킬 수 있습니다.
재산에 연연하지 마세요.
그것들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당신에게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세요.
미소만이 우울한 날을
밝은 날처럼 만들 수 있습니다.
☆。아홉번째 메시지
부주의한 말은 싸움을 일으킬수 있습니다.
잔인한 말은 인생을 파멸시킬수도 있습니다.
시기적절한 말은 스트레스를 없앨수 있습니다.
사랑스런 말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축복을 가져다 줍니다.
☆。열번째 메시지
항상 자신을 다른사람의 입장에 두세요.
만약 당신의 마음이 상처받았다면
아마 다른사람도 상처받을 겁니다.
☆。마지막 메시지
사랑은 미소로 시작하고
키스로 커가며 눈물로 끝을 맺습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혼자만이 울고 있었고
당신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혼자만이 미소짓고
당신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사세요.
☆。첫번째 메시지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일은
가슴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더욱 가슴아픈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 사람에게 당신이
그사람을 어떻게 느끼는지
차마 알리지 못하는 일입니다.
☆。두번째 메시지
우리가 무엇을 잃기 전까지는
그 잃어버린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얻기 전까지는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세번째 메시지
인생에서 슬픈 일은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지만
결국 그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네번째 메시지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기까지는 1분밖에 안걸리고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기까지는
1시간밖에 안걸리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기까지는
하루밖에 안걸리지만
누군가를
잊는데는 평생이 걸립니다
☆。다섯번째 메시지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모든면에서
가장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대부분의 것들을 저절로 다가오게 만듭니다
☆。여섯번째 메시지
꿈꾸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꿈을 꾸세요.
가고싶은 곳은 어디든 가세요.
되고싶은 것은 되도록 노력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이 하고싶은 일을 모두 할수 있는
인생은 오직 하나이고
기회도 오직 한번이니까요.
☆。일곱번째 메시지
진정한 친구란
그 사람과 같이 그네에 앉아
한마디 말도 안하고
시간을 보낸후 헤어졌을 때,
마치 당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대화를 나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입니다.
☆。여덟번째 메시지
외모만을 따지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을 현혹시킬 수 있습니다.
재산에 연연하지 마세요.
그것들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당신에게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세요.
미소만이 우울한 날을
밝은 날처럼 만들 수 있습니다.
☆。아홉번째 메시지
부주의한 말은 싸움을 일으킬수 있습니다.
잔인한 말은 인생을 파멸시킬수도 있습니다.
시기적절한 말은 스트레스를 없앨수 있습니다.
사랑스런 말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축복을 가져다 줍니다.
☆。열번째 메시지
항상 자신을 다른사람의 입장에 두세요.
만약 당신의 마음이 상처받았다면
아마 다른사람도 상처받을 겁니다.
☆。마지막 메시지
사랑은 미소로 시작하고
키스로 커가며 눈물로 끝을 맺습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혼자만이 울고 있었고
당신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혼자만이 미소짓고
당신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사세요.
섬말에서
-김신용
갈대밭이었습니다
갈대 셋이 몸 엮어 서 있었습니다
둘은 넘어지기 쉬우니 셋이 기둥 버티고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누가 그것을 눈물의 집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눈물로 벽돌 쌓은 집이 아니라고 고개 갸우뚱 하겠습니까
마치 솥 정(鼎)자처럼 갈대 엮인 그곳에 조그만 새의 집이 지어져 있었습니다
뻘흙을 물고 날라 갈대잎 촘촘히 침 섞어 놓은
작은 새의 집이 지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간장 종지만한 작은 흙집에, 쬐그만, 아기 손톱 만치 쬐그만
새의 알이 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새의 알을 갈대 셋이서 품고 서로 몸 엮어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전신으로 서로가 서로를 버팅기면서
바람 속에서, 서로가 몸 부딪쳐 버텨내면서
안간힘으로 품고 있는 정말 간장 종지만한 새집 속의 새알 한 알
그것을 어찌 빛나는 눈물방울이라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
솥 정(鼎)자 속에 담겨진 빛나는 눈이라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
작은 새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갈대도 셋이 엮이면 기둥이 된다는 것을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이 된다는 것을
갈대밭이었습니다
모두가 바람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벌판이었습니다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저녁강에서
-복효근
사는 일 부질없어
살고 싶지 않을 때 하릴없이
저무는 강가에 와 웅크리고 앉으면
내 떠나온 곳도
내 가야 할 그 곳도 아슴히 보일 것만 같으다
강은 어머니 탯줄인 듯
어느 시원始原에서 흘러와 그 실핏줄마다에
하 많은 꽃
하 많은 불빛들
안간힘으로 매달려 핀다
이 강에 애면글면 매달린 저 유정무정들이
탯줄에 달린 태아들만 같아서
강심江心에서 울리는 소리
어머니 태반에서 듣던 그 모음만 같아서
지금은 살아있음 하나로 눈물겹다
저문 강둑에 질경이는 더욱 질겨
보일둥말둥 그 끝에 좁쌀 같은 꽃도 부질없이 핀다
그렇듯
세상엔 부질없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어
오늘 밤 질경이 꽃 한 톨로
또한 부질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아직 하류는 멀다
언젠가 이 탯줄의 하류로 하류로 가서
더 큰 자궁에 들어 다시 태어날 때까지는
내일도 나는 한 가닥 질경이로
살아야겠는 것이다
저 하류 어디쯤에 매달려
새로이 돋는 것이 어디 개밥바라기별뿐이겠느냐
나는 다시 살고만 싶다
사는 일 부질없어
살고 싶지 않을 때 하릴없이
저무는 강가에 와 웅크리고 앉으면
내 떠나온 곳도
내 가야 할 그 곳도 아슴히 보일 것만 같으다
강은 어머니 탯줄인 듯
어느 시원始原에서 흘러와 그 실핏줄마다에
하 많은 꽃
하 많은 불빛들
안간힘으로 매달려 핀다
이 강에 애면글면 매달린 저 유정무정들이
탯줄에 달린 태아들만 같아서
강심江心에서 울리는 소리
어머니 태반에서 듣던 그 모음만 같아서
지금은 살아있음 하나로 눈물겹다
저문 강둑에 질경이는 더욱 질겨
보일둥말둥 그 끝에 좁쌀 같은 꽃도 부질없이 핀다
그렇듯
세상엔 부질없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어
오늘 밤 질경이 꽃 한 톨로
또한 부질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아직 하류는 멀다
언젠가 이 탯줄의 하류로 하류로 가서
더 큰 자궁에 들어 다시 태어날 때까지는
내일도 나는 한 가닥 질경이로
살아야겠는 것이다
저 하류 어디쯤에 매달려
새로이 돋는 것이 어디 개밥바라기별뿐이겠느냐
나는 다시 살고만 싶다
둘, 혹은 셋
-맹하린
내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본국의 문예지 서너 군데의 담당자분들께서는 이 먼
나라까지 잊지 않고 꼭 월간지나 계간지를 보내준다.
그런 연유가 닿아서인지 가끔은 저명하신 시인들에게서 새로 나왔다며 보내주는
사인과 직인이 곁들여진 시집을 받아볼 때도 적잖은 편이다.
그럴 때마다 가장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 대목은 그분들의 약력을 훑어 볼 즈음이다.
그럴 때 내 눈은 찰나처럼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 것도 못 본 듯한 눈길일
때, 더러 있다.
유명하다는 문학상을 유명하다는 분일수록 모조리 받았다는 증표를 보노라면 특히 더 그렇다. 문학상이 많기도 많지만 타기도 많이들 타냈다고 보인다.
열 개도 부족하여 열다섯 개나 스무 개까지 탄 분까지 계신다.
대단한 출세요 엄청난 성공이라고 보여진다.
그저 부족한대로 둘, 혹은 셋만 받아들이고, 도약하는 젊은 시인들에게 영광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와 배려를 아끼지 않았더라면 더욱 성공한 문학인이 되지 않았으려는지.
그런 분들의 작품집일수록 가까이 안 하게 될 뿐 아니라 한켠으로 밀쳐 두기 십상이다.
이미 약력에 질리고 말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 질리는 일이 일어난다.
서로 더 우월하다고 , 서로 더 높다고, 서로 더 위엣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자고새면 전쟁이나 다름없는 다툼의 무대에 명예를 팽개치거나 짓이겨 뭉퉁그린다.
싸움질로도 양이 안차는지 이 머나먼 곳까지 친절을 베풀며 이메일로 싸움질의 스코어를 알려 온다. 한쪽에서 보내면 금세 딴 쪽에서도 보내온다.
이쪽 교민사회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곳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가게나 집이나 땅따먹기다.
누구는 아베쟈네다 상가지역에 가게를 10개쯤 가졌다고 그러고 누구는 20개쯤 확보했다고 그러고, 또 누군가는 온세지역을 겨냥하고 점령했다고도 한다.
지구에 사람이 산 지는 대략 삼백만년이 된다고 하고, 땅의 주인들도 헤아릴 수없을 정도로 거듭 바뀌고 바뀐 상황이었을 게 자명한 일이기는 하다.
톨스토이의 민화가 주는 교훈처럼, 적은 평의 직사각형 네모난 땅이 최후에 지니게 될 땅이되겠고, 만약 화장을 할 경우엔 훨훨 날아다닐 넓은 세상인 것을…….
아무리 그렇단 들 나는 사촌이 땅을 사면 진심을 다해 기뻐하리라.
열 개나 스무 개만 아니라면 .
두 서넛 정도만 된다면.
어제 저녁 나절엔 어찌하여 자꾸만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참을 만큼 참은 뒤 집에 돌아가서 펑펑 울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나의 이 철딱서니 없는 정서 나부랭이는 집에 가자마자 졸려서 못 울고 말았다.
울기도 성가셔서 그냥 잠든 밤.
울고 싶을 때 울지도 못하고 내처 잠든 밤.
아마 이런 글귀를 읽다가 잠들었지 않았으려나.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생떽쥐베리
행복은 크고 복잡하고 화려한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밀려오는 날.
오늘은 어제와 달리 매우 긍정적인 날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 느긋이 바라보며 충분히
공감하는 시절을 공유하는 것.
그게 바로 기쁨이 아닐까를 되짚어 보게도 된다.
내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본국의 문예지 서너 군데의 담당자분들께서는 이 먼
나라까지 잊지 않고 꼭 월간지나 계간지를 보내준다.
그런 연유가 닿아서인지 가끔은 저명하신 시인들에게서 새로 나왔다며 보내주는
사인과 직인이 곁들여진 시집을 받아볼 때도 적잖은 편이다.
그럴 때마다 가장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 대목은 그분들의 약력을 훑어 볼 즈음이다.
그럴 때 내 눈은 찰나처럼 응시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 것도 못 본 듯한 눈길일
때, 더러 있다.
유명하다는 문학상을 유명하다는 분일수록 모조리 받았다는 증표를 보노라면 특히 더 그렇다. 문학상이 많기도 많지만 타기도 많이들 타냈다고 보인다.
열 개도 부족하여 열다섯 개나 스무 개까지 탄 분까지 계신다.
대단한 출세요 엄청난 성공이라고 보여진다.
그저 부족한대로 둘, 혹은 셋만 받아들이고, 도약하는 젊은 시인들에게 영광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와 배려를 아끼지 않았더라면 더욱 성공한 문학인이 되지 않았으려는지.
그런 분들의 작품집일수록 가까이 안 하게 될 뿐 아니라 한켠으로 밀쳐 두기 십상이다.
이미 약력에 질리고 말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 질리는 일이 일어난다.
서로 더 우월하다고 , 서로 더 높다고, 서로 더 위엣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자고새면 전쟁이나 다름없는 다툼의 무대에 명예를 팽개치거나 짓이겨 뭉퉁그린다.
싸움질로도 양이 안차는지 이 머나먼 곳까지 친절을 베풀며 이메일로 싸움질의 스코어를 알려 온다. 한쪽에서 보내면 금세 딴 쪽에서도 보내온다.
이쪽 교민사회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곳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가게나 집이나 땅따먹기다.
누구는 아베쟈네다 상가지역에 가게를 10개쯤 가졌다고 그러고 누구는 20개쯤 확보했다고 그러고, 또 누군가는 온세지역을 겨냥하고 점령했다고도 한다.
지구에 사람이 산 지는 대략 삼백만년이 된다고 하고, 땅의 주인들도 헤아릴 수없을 정도로 거듭 바뀌고 바뀐 상황이었을 게 자명한 일이기는 하다.
톨스토이의 민화가 주는 교훈처럼, 적은 평의 직사각형 네모난 땅이 최후에 지니게 될 땅이되겠고, 만약 화장을 할 경우엔 훨훨 날아다닐 넓은 세상인 것을…….
아무리 그렇단 들 나는 사촌이 땅을 사면 진심을 다해 기뻐하리라.
열 개나 스무 개만 아니라면 .
두 서넛 정도만 된다면.
어제 저녁 나절엔 어찌하여 자꾸만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참을 만큼 참은 뒤 집에 돌아가서 펑펑 울어버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나의 이 철딱서니 없는 정서 나부랭이는 집에 가자마자 졸려서 못 울고 말았다.
울기도 성가셔서 그냥 잠든 밤.
울고 싶을 때 울지도 못하고 내처 잠든 밤.
아마 이런 글귀를 읽다가 잠들었지 않았으려나.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생떽쥐베리
행복은 크고 복잡하고 화려한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밀려오는 날.
오늘은 어제와 달리 매우 긍정적인 날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 느긋이 바라보며 충분히
공감하는 시절을 공유하는 것.
그게 바로 기쁨이 아닐까를 되짚어 보게도 된다.
빈들
-강연호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누구도 그립지 않은 날
혼자 쌀을 안치고 국 덮히는 저녁이면
인간의 끼니가 얼마나 눈물겨운지 알게 됩니다
멀리 서툰 뜀박질을 연습하던 바람다발
귀 기울이면 어느새 봉창 틈새로 기어들어와
밥물 끓어 넘치듯 안타까운 생각들을 툭툭 끊어놓고
책상 위 쓰다만 편지를 먼저 읽고 갑니다
서둘러 저녁상 물려보아도 매양 채우지 못하는
끝인사 두어줄 남은 글귀가 영 신통치 않은 채
이미 입동 지난 가을 저녁의 이내 자욱이 깔려
엉긴 실꾸리 풀듯 등불 풀어야 합니다
그래요. 이런 날에는 외투 걸치고 골목길 빠져 나와
마을 앞자락 넓게 펼쳐진 빈들에 나가지 않으렵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누구도 그립지 않은 날
웅크린 집들의 추위처럼 흔들리는 제 가슴 속
아 이곳이 어딥니까, 바로 빈들 아닙니까
2011년 11월 23일 수요일
꽃씨를 거두며
-도종환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슬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있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
-초여름-
그때를 벌써 예전이라고 표현해야 하나요?
예전의 내가 밤낮으로 즐겨 듣던 팝송입니다.
지금까지 가사를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몇 곡 중의 하나죠.
다시 들어도 새롭고, 차르르르 마음이 찰랑대기도 합니다.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슬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있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
-초여름-
그때를 벌써 예전이라고 표현해야 하나요?
예전의 내가 밤낮으로 즐겨 듣던 팝송입니다.
지금까지 가사를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몇 곡 중의 하나죠.
다시 들어도 새롭고, 차르르르 마음이 찰랑대기도 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유하
그대와 나 오랫동안 늦은 밤의 목소리로
혼자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왔네
홀로 걸어가는 길의 쓸쓸한 행복과
충분히 깊어지는 나무 그늘의 향기,
그대가 바라보던 저녁 강물처럼
추억과 사색이 한몸을 이루며 흘러가는 풍경들을
서로에게 들려주곤 했었네
그러나 이제 그만 그 이야기들은 기억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네
어느날인가 그대가 한 사람과의 만남을
비로소 둘이 걷는 길의 잔잔한 떨림을
그 처음을 내게 말해주었을 때 나는 다른 기쁨을 가졌지
혼자서 흐르던 그대 마음의 강물이
또 다른 한줄기의 강물을 만나
더욱 깊은 심연을 이루리라 생각했기에,
지금 그대 곁에 선 한 사람이 봄날처럼 아름다운 건
그대가 혼자 서 있는 나무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라네
그래, 나무는 나무를 바라보는 힘만으로
생명의 산소를 만들고 서로의 잎새를 키운다네
친구여, 그대가 혼자 걸었던 날의 흐르는 강물을
부디 잊지 말길 바라네
서로를 주장하지도 다투지도 않으면서, 마침내
수많은 낯선 만남들이 한몸으로 녹아드는 강물처럼
그대도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스며드는 곳에서 삶의 심연을 얻을 거라 믿고 있네
그렇게 한 인생의 바다에 당도하리라
나는 믿고 있네
...............................................
-초여름-
얼마 전에 비발디의 여름을 올렸었지만,
다시올립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지금 여름이옵고, 그리고 저는 여름 태생이라선지
비발디의 사계가 많이 흔해진 음악일지라도 가끔은 즐겨 듣게 됩니다.
그대와 나 오랫동안 늦은 밤의 목소리로
혼자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왔네
홀로 걸어가는 길의 쓸쓸한 행복과
충분히 깊어지는 나무 그늘의 향기,
그대가 바라보던 저녁 강물처럼
추억과 사색이 한몸을 이루며 흘러가는 풍경들을
서로에게 들려주곤 했었네
그러나 이제 그만 그 이야기들은 기억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네
어느날인가 그대가 한 사람과의 만남을
비로소 둘이 걷는 길의 잔잔한 떨림을
그 처음을 내게 말해주었을 때 나는 다른 기쁨을 가졌지
혼자서 흐르던 그대 마음의 강물이
또 다른 한줄기의 강물을 만나
더욱 깊은 심연을 이루리라 생각했기에,
지금 그대 곁에 선 한 사람이 봄날처럼 아름다운 건
그대가 혼자 서 있는 나무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라네
그래, 나무는 나무를 바라보는 힘만으로
생명의 산소를 만들고 서로의 잎새를 키운다네
친구여, 그대가 혼자 걸었던 날의 흐르는 강물을
부디 잊지 말길 바라네
서로를 주장하지도 다투지도 않으면서, 마침내
수많은 낯선 만남들이 한몸으로 녹아드는 강물처럼
그대도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스며드는 곳에서 삶의 심연을 얻을 거라 믿고 있네
그렇게 한 인생의 바다에 당도하리라
나는 믿고 있네
...............................................
-초여름-
얼마 전에 비발디의 여름을 올렸었지만,
다시올립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지금 여름이옵고, 그리고 저는 여름 태생이라선지
비발디의 사계가 많이 흔해진 음악일지라도 가끔은 즐겨 듣게 됩니다.
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버리고 떠나기
-법정스님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자기가 살던 집을 훌쩍 나오라는 소리가 아니다.
낡은 생각에서, 낡은 생활 습관에서 떨치고 나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눌러 않아서 세상 흐름대로 따르다 보면
자기 빛깔도 없어지고 자기 삶도 없어진다.
자주적으로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남의 장단에 의해서, 마치 어떤 흐름에 의해서
삶에 표류당하는 것처럼 되어 버린다.
버리고 산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산다는 것이다.
자기답게 거듭거듭 시작하며 사는 일이다.
낡은 탈로부터, 낡은 울타리로부터,
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생명은 늘 새롭다.
생명은 늘 흐르는 강물처럼 새롭다.
그런데 틀에 갇히면, 늪에 갇히면, 그것이 상하고 만다.
거듭거듭 둘레에 에워싼 제방 을 무너뜨려라도,
늘 흐르는 쪽으로 살아야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밖에서 오는 행복도 있겠지만
안에서 향기처럼,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것은 많고 큰 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조그마한 데서 찾아온다.
조그만 것에서 잔잔한 기쁨이나 고마움 같은 것을 누릴 때
그것이 행복이다.
너무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지 말고
때로는 밤에 텔레비젼도 다 끄고,
전깃불도 끄고, 촛불이라도 한 번 켜보라.
그러면 산중은 아니더라도 산중의 그윽함을 간접적으로라도 누릴 수가 있다.
또한 가족들끼리, 아니면 한두 사람이라도
조촐한 녹차를 마시면서 잔잔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거기서 또한 삶의 향기가 피어나올 수 있다.
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 신문도 보지말고,
단 십 분이든 삼십 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 벽을 보고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물어보라.
이렇게 스스로 묻는 속에서 근원적인 삶의 뿌리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명의 커다란 이기로부터 벗어나
하루 한 순간만이라도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자기가 살던 집을 훌쩍 나오라는 소리가 아니다.
낡은 생각에서, 낡은 생활 습관에서 떨치고 나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눌러 않아서 세상 흐름대로 따르다 보면
자기 빛깔도 없어지고 자기 삶도 없어진다.
자주적으로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남의 장단에 의해서, 마치 어떤 흐름에 의해서
삶에 표류당하는 것처럼 되어 버린다.
버리고 산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산다는 것이다.
자기답게 거듭거듭 시작하며 사는 일이다.
낡은 탈로부터, 낡은 울타리로부터,
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생명은 늘 새롭다.
생명은 늘 흐르는 강물처럼 새롭다.
그런데 틀에 갇히면, 늪에 갇히면, 그것이 상하고 만다.
거듭거듭 둘레에 에워싼 제방 을 무너뜨려라도,
늘 흐르는 쪽으로 살아야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밖에서 오는 행복도 있겠지만
안에서 향기처럼,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것은 많고 큰 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조그마한 데서 찾아온다.
조그만 것에서 잔잔한 기쁨이나 고마움 같은 것을 누릴 때
그것이 행복이다.
너무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지 말고
때로는 밤에 텔레비젼도 다 끄고,
전깃불도 끄고, 촛불이라도 한 번 켜보라.
그러면 산중은 아니더라도 산중의 그윽함을 간접적으로라도 누릴 수가 있다.
또한 가족들끼리, 아니면 한두 사람이라도
조촐한 녹차를 마시면서 잔잔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거기서 또한 삶의 향기가 피어나올 수 있다.
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 신문도 보지말고,
단 십 분이든 삼십 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 벽을 보고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물어보라.
이렇게 스스로 묻는 속에서 근원적인 삶의 뿌리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명의 커다란 이기로부터 벗어나
하루 한 순간만이라도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광합성에 대한 긍정의 시-먼지야, 자니?
- 고형렬
빛을 모아들이는 것, 이것이 사랑이다
동전만한 잎사귀의 멍들, 그곳에 각자의 원을 그려대는 것
이 동작의, 복습의 유희성
화법을 배워라 누군가 말했지, 장기를 둘 때 장기를 말하지 않는다*
사랑할 땐 사랑이란 말 절대 하지마
광합성만 열심히 하면 돼
간지럽지? 하지만 절대 널 다치게 광합성하진 않아
걱정하지 마 편히 누워, 그리고 눈감고 느껴, 그리고 한없이 낮아져라
그렇게 사라지면 되는 거야, 넌 그때 이미 무언가가 되어 있어,
물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무엇이지만
그 이름은 나도 몰라,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무엇이지
없어졌다 사라졌다 변형됐다 이런 의심은 가지지 마 제발
넌 너무나 많은 시간 속에서 기다림 속에서
변형되어 왔던 게야, 그게 너야 그게 현재고 너의 내일이야
한없는 금속의 물방울수레바퀴를 타면서, 한없이 고개를 넘으면서 다른
꿈이 되어 다른 몸이 되고 다른 마음이 되면서
다른 시간 속을, 찾아 올 수 없는 망각 속에서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문장을 이어가야 할지 나도 몰라
다른 계절 속에서 음, 그리고 또 노래가 되고, 물이 되고, 공기가 되면서
넌 알지? 난 이제 너를
가르치지 않을거야
다만 광합성에 대해서 꿈꾸고 있어, 잊지 마 나를
나는 어디 가 있나 묻지 마, 사랑은 묻지 않아 지금은 한겨울, 길이 얼어붙었지만
광합성의 부드러운 노래는 이미 시작됐지
나는 지금, 그 소리에 취해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야 이명이야, 소란이야
나는 마른 잎의 귓불의 소리를 끌며 어디론가 이미 떠났어,
통과하지 않은 것들의 세포만이 저 찬란한 허공 줄기 속에 걸려 빛나고 있어 디엔에이처럼
먼지야 자니? 入射點의 햇살들이다
*아르헨티나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명언
빛을 모아들이는 것, 이것이 사랑이다
동전만한 잎사귀의 멍들, 그곳에 각자의 원을 그려대는 것
이 동작의, 복습의 유희성
화법을 배워라 누군가 말했지, 장기를 둘 때 장기를 말하지 않는다*
사랑할 땐 사랑이란 말 절대 하지마
광합성만 열심히 하면 돼
간지럽지? 하지만 절대 널 다치게 광합성하진 않아
걱정하지 마 편히 누워, 그리고 눈감고 느껴, 그리고 한없이 낮아져라
그렇게 사라지면 되는 거야, 넌 그때 이미 무언가가 되어 있어,
물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무엇이지만
그 이름은 나도 몰라,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무엇이지
없어졌다 사라졌다 변형됐다 이런 의심은 가지지 마 제발
넌 너무나 많은 시간 속에서 기다림 속에서
변형되어 왔던 게야, 그게 너야 그게 현재고 너의 내일이야
한없는 금속의 물방울수레바퀴를 타면서, 한없이 고개를 넘으면서 다른
꿈이 되어 다른 몸이 되고 다른 마음이 되면서
다른 시간 속을, 찾아 올 수 없는 망각 속에서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문장을 이어가야 할지 나도 몰라
다른 계절 속에서 음, 그리고 또 노래가 되고, 물이 되고, 공기가 되면서
넌 알지? 난 이제 너를
가르치지 않을거야
다만 광합성에 대해서 꿈꾸고 있어, 잊지 마 나를
나는 어디 가 있나 묻지 마, 사랑은 묻지 않아 지금은 한겨울, 길이 얼어붙었지만
광합성의 부드러운 노래는 이미 시작됐지
나는 지금, 그 소리에 취해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야 이명이야, 소란이야
나는 마른 잎의 귓불의 소리를 끌며 어디론가 이미 떠났어,
통과하지 않은 것들의 세포만이 저 찬란한 허공 줄기 속에 걸려 빛나고 있어 디엔에이처럼
먼지야 자니? 入射點의 햇살들이다
*아르헨티나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명언
사평역(沙平驛)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푸른 곰팡이
- 이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빈센트 반고흐는 고갱과 다투다 귀를 짤렸다죠. 그런데도 고갱을 감싸 주기
위해 자신이 손수 그랬노라고 했다 합니다.
그의 죽음도 자살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총을 맞은 상태였지만, 그 사건 역시
자신이 자살을 기도했기 때문에 생긴 사고였노라 설명하며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 배려했다고 학자들의 발표는 말하고 있습니다.
고흐를 위해 기도를 바치게 되는 날입니다.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빈센트 반고흐는 고갱과 다투다 귀를 짤렸다죠. 그런데도 고갱을 감싸 주기
위해 자신이 손수 그랬노라고 했다 합니다.
그의 죽음도 자살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총을 맞은 상태였지만, 그 사건 역시
자신이 자살을 기도했기 때문에 생긴 사고였노라 설명하며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 배려했다고 학자들의 발표는 말하고 있습니다.
고흐를 위해 기도를 바치게 되는 날입니다.
내 동생 맹미숙
-맹하린
초등학교 때부터 무용에 반한 내 동생 미숙은 고전보다는 현대무용 쪽으로
가닥을 잡더니, 전공까지도 무용을 선택하였다.
미숙이 S대학에 입학시험을 치룰 때 보호자로 따라 다닌 건 나였다.
그런데 동생이 실기시험 중일 때 접한 정보에 의하면, 합격자들은 이미 결정이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었다.
해당 무용교수에게 작품을 받은 학생들로 합격은 정해졌노라 는 은밀한 말들이
학부형들 사이에서 안개처럼 휘돌았다.
그 말에 확신이 설 수 밖에 없는 게 실제로 내 친구 석서현도 재수 삼수만 하다가, 신촌에 있는 대학의 체육과에 버젓이 작품 하나 거래하여 들어갔으니 말이다.
친구 석서현은 무용의 무도 체육의 체도 모르던 애였다.
결국 동생 미숙은 또 다른 S여대 무용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세상물정에 어둡거나 작품을 미리 거래하지 못해 동생과 함께 그 대학에 모인 미숙의
친구들은 참 대단한 집안 출신들이 유독 많았다.
특히나 인물들이 훤하고 출중했다.
얼마 전 내 친구가 메일을 보내왔었다.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역시 다른 동창회에 나온 미숙과 그 친구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 차림새나 인물의 눈부심에 넋이 빠졌다가 왔노라고.
그 표현처럼 미숙도 그 친구들도 한 인물 톡톡히 하는 그야말로 봐줄만한 인물들인 셈이다.
이런 비슷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제부는 피식 웃으며 야유 섞인 일갈을 펼치기 마련이다.
-쳇, 택시 기사 수준 가지고.
어느 날 미숙이 친구들과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은 미숙을 쳐다보느라 운전을 제대로 못해서 미숙의 친구들이 여러 차례 경고를 줬다는 얘기 때문에 생긴 퉁박이었다.
실제로 내가 귀국여행 중에도 미숙이 운전하는 자동차로 내 두 친구와 함께 양수리에 다녀왔는데, 톨게이트의 직원이 미숙에게 거스름 주는 걸 잊고 미숙을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쳐다보고…….
내가 귀국할 때마다 내 친구들은 또 어떤가.
-얘, 얼굴에 칼도 안댄 예삐, 미숙이나 보러가자!
내가 왜 이리 동생자랑을 거창하게 늘어놓는가 하면 미숙은 얼굴보다 마음이 더 빛나는 사람이라는 걸 꼭 말하고 싶어서이다.
만약 시댁이나 친정가족에게 인사 잘 챙기는 상을 주는 제도가 따로 있다면 아마 미숙이 포상감이 아니려는지…….
내가 미숙보다 월등하게 낫다고 자신하는 부분을 든다면 책을 좀 많이 읽었다는 정도?
날마다 책을 손에서 못 놓던 나를 좀 닮아 보려는 의도에서 책 한권 들때마다, 미숙은 한 페이지는 커녕 반 페이지도 못 넘긴다.
골치가 쑤신다, 눈이 따가워지고 있다, 그렇게 엄살을 떨기 시작하는 스타일이었으니 모처럼 맘을 잡아봐야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까.
내가 문학서적을 탐독할 때면 미숙은 보란듯이 만화책만을 챙기고 즐겼다.
나 만약 훌륭하고 현명한 남자였다면, 나는 나와 같이 별난 인간 당장에 밀쳐 버리고, 미숙처럼 단순한 여인을 선택했을 것만 같다
예쁘고, 아담하고, 인사성 밝고, 똑소리라고는 안 나고, 요리 또한 나처럼 뚝딱은 못해도
정갈스러우면서 맛있게 준비할 줄도 아는.
연극영화과 출신의 키 크고 잘 생긴 제부가 몇 번인가 바람이 났어도 아침에 대추를 직접 잘라 넣은 차 변함없이 대령하고 고통스런 내색 전혀 안 비치며 하늘 모시듯 남편을 대접할 줄도 아는 천생 여자 맹미숙.
맛있는 음식 날마다의 일과처럼 만들어 수많은 날들 누군가에게 퍼다 주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아직도 지지배 같은 여인.
나 다시 태어난다면 맹미숙으로 태어나고 싶어진다.
만화책이나 읽고, 글도 안 쓰고 마음이 여린 듯 위대해서 예쁜…….
나 새삼 뒤늦게 맹미숙, 그녀처럼 살고 싶어라.
......세상을 이만큼 흘러와 보고 나서야 나라는 이 미물, 겨우 깨닫게 됩니다.
맹미숙은 바보 같은 똑똑한 인생을 살아왔고.
나, 나야말로 똑똑한 것 같은 바보 인생을 펼쳐 왔음을...... .
오늘부터 나는 나를 겉똑똑이라고 ,
내가 나를 그리 부를 작정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무용에 반한 내 동생 미숙은 고전보다는 현대무용 쪽으로
가닥을 잡더니, 전공까지도 무용을 선택하였다.
미숙이 S대학에 입학시험을 치룰 때 보호자로 따라 다닌 건 나였다.
그런데 동생이 실기시험 중일 때 접한 정보에 의하면, 합격자들은 이미 결정이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었다.
해당 무용교수에게 작품을 받은 학생들로 합격은 정해졌노라 는 은밀한 말들이
학부형들 사이에서 안개처럼 휘돌았다.
그 말에 확신이 설 수 밖에 없는 게 실제로 내 친구 석서현도 재수 삼수만 하다가, 신촌에 있는 대학의 체육과에 버젓이 작품 하나 거래하여 들어갔으니 말이다.
친구 석서현은 무용의 무도 체육의 체도 모르던 애였다.
결국 동생 미숙은 또 다른 S여대 무용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세상물정에 어둡거나 작품을 미리 거래하지 못해 동생과 함께 그 대학에 모인 미숙의
친구들은 참 대단한 집안 출신들이 유독 많았다.
특히나 인물들이 훤하고 출중했다.
얼마 전 내 친구가 메일을 보내왔었다.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역시 다른 동창회에 나온 미숙과 그 친구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 차림새나 인물의 눈부심에 넋이 빠졌다가 왔노라고.
그 표현처럼 미숙도 그 친구들도 한 인물 톡톡히 하는 그야말로 봐줄만한 인물들인 셈이다.
이런 비슷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제부는 피식 웃으며 야유 섞인 일갈을 펼치기 마련이다.
-쳇, 택시 기사 수준 가지고.
어느 날 미숙이 친구들과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은 미숙을 쳐다보느라 운전을 제대로 못해서 미숙의 친구들이 여러 차례 경고를 줬다는 얘기 때문에 생긴 퉁박이었다.
실제로 내가 귀국여행 중에도 미숙이 운전하는 자동차로 내 두 친구와 함께 양수리에 다녀왔는데, 톨게이트의 직원이 미숙에게 거스름 주는 걸 잊고 미숙을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쳐다보고…….
내가 귀국할 때마다 내 친구들은 또 어떤가.
-얘, 얼굴에 칼도 안댄 예삐, 미숙이나 보러가자!
내가 왜 이리 동생자랑을 거창하게 늘어놓는가 하면 미숙은 얼굴보다 마음이 더 빛나는 사람이라는 걸 꼭 말하고 싶어서이다.
만약 시댁이나 친정가족에게 인사 잘 챙기는 상을 주는 제도가 따로 있다면 아마 미숙이 포상감이 아니려는지…….
내가 미숙보다 월등하게 낫다고 자신하는 부분을 든다면 책을 좀 많이 읽었다는 정도?
날마다 책을 손에서 못 놓던 나를 좀 닮아 보려는 의도에서 책 한권 들때마다, 미숙은 한 페이지는 커녕 반 페이지도 못 넘긴다.
골치가 쑤신다, 눈이 따가워지고 있다, 그렇게 엄살을 떨기 시작하는 스타일이었으니 모처럼 맘을 잡아봐야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까.
내가 문학서적을 탐독할 때면 미숙은 보란듯이 만화책만을 챙기고 즐겼다.
나 만약 훌륭하고 현명한 남자였다면, 나는 나와 같이 별난 인간 당장에 밀쳐 버리고, 미숙처럼 단순한 여인을 선택했을 것만 같다
예쁘고, 아담하고, 인사성 밝고, 똑소리라고는 안 나고, 요리 또한 나처럼 뚝딱은 못해도
정갈스러우면서 맛있게 준비할 줄도 아는.
연극영화과 출신의 키 크고 잘 생긴 제부가 몇 번인가 바람이 났어도 아침에 대추를 직접 잘라 넣은 차 변함없이 대령하고 고통스런 내색 전혀 안 비치며 하늘 모시듯 남편을 대접할 줄도 아는 천생 여자 맹미숙.
맛있는 음식 날마다의 일과처럼 만들어 수많은 날들 누군가에게 퍼다 주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아직도 지지배 같은 여인.
나 다시 태어난다면 맹미숙으로 태어나고 싶어진다.
만화책이나 읽고, 글도 안 쓰고 마음이 여린 듯 위대해서 예쁜…….
나 새삼 뒤늦게 맹미숙, 그녀처럼 살고 싶어라.
......세상을 이만큼 흘러와 보고 나서야 나라는 이 미물, 겨우 깨닫게 됩니다.
맹미숙은 바보 같은 똑똑한 인생을 살아왔고.
나, 나야말로 똑똑한 것 같은 바보 인생을 펼쳐 왔음을...... .
오늘부터 나는 나를 겉똑똑이라고 ,
내가 나를 그리 부를 작정입니다.



2011년 11월 20일 일요일
연애편지를 쓰는 밤
-정해종
당신이 마련하신
기쁨과 고통의 행사에
초대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이미 몇 명이 다녀가셨다지요
꽃을 준비하지 못한 건
시들지 않는 기쁨을
선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러나 시들지 않는 꽃이란 게
끝내 사그라지지 않는 사랑이란 게
있기나 하던가요
살아 있음을 인생이라 하고
피어 있을 때만이 꽃이라 하고
고통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때만이
사랑이라 하지 않던가요
믿을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대의 문을 두드리지 못한 건
이 믿을 수 없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당신이 마련하신
기쁨과 고통의 행사에
초대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이미 몇 명이 다녀가셨다지요
꽃을 준비하지 못한 건
시들지 않는 기쁨을
선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러나 시들지 않는 꽃이란 게
끝내 사그라지지 않는 사랑이란 게
있기나 하던가요
살아 있음을 인생이라 하고
피어 있을 때만이 꽃이라 하고
고통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때만이
사랑이라 하지 않던가요
믿을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대의 문을 두드리지 못한 건
이 믿을 수 없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나여, 아픈가?
맹하린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참석하는 모임은 셋이다.
문협과 동문회와 부인회.
부인회는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것 같아 내년부턴 후방에서 관망이나 하려는 결심이지만.
문협과 동문회는 아마 계속적으로 나가게 될 듯.
입에 발린 칭찬인 줄 다 알면서도 나를 보석이라고 아껴주는 맘씀씀이가 고맙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받아들일 칭찬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여도 될 칭찬은 기꺼이 배제하는 성격이다. 왜냐하면 나는 매사에 합리적인 존재는 못되기 때문이다. 질타 역시 그런 식이지만 익살이나 관심을 산뜻하게 접수할 경우도 꽤 많다.
학교 다닐 때 용돈을 타면 나의 가장 라이벌이던 바로 밑의 동생은 비싼 옷 두어 벌 사서
한 철을 입는데, 나는 같은 값이면 저렴한 옷으로 여러 벌을 골라 변화롭게 입어내기를
선호했었다. 얼마 못가 서로 옷을 바꿔 입고는 했지만...... .
그런 선택들도 운명을 결정짓는 것일까?
동생은 여전히 비싼 옷만 입고 사는데, 나는 아직도 날마다 변화를 갈망하는 생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그때의 옷처럼 동생이 인생도 바꾸자고 한다면 절대로 안 바꿀 작정이다.
내 살아온 날들 너무 묵정밭과 같았기에, 내 사랑하는 동생에게 그 맛, 결코 보이고 싶지는 않아서...... .
나는 누구와도 저녁약속을 꺼려 한 달이면 저녁 외출이 고작 모임으로만 굳혀진다.
책 읽고 음악 듣고 글 쓰고 그리 사는 일로 대만족인 생활이라고 거의 자족하며 살고 살아내는 것이다.
오죽하면 가족한테 잊을 만 하면 놀림처럼 불린다.
-맹수녀님!
-맹스님!
옷만 변화를 추구할 뿐 나는 거의 수도자와 다름없는 생활리듬과 사고방식을 실행하며
살고 있어 그런 별명을 얻었을 것이다.
오늘 2시에 Nazca거리와 Rivadavia거리의 Esquina(모퉁이)에 위치한 Clapton에서
문협의 미팅이 있다.
주말이라 자리를 비우면 안 되지만 내가 나다니는 걸 가장 흐믓해 하는 가족을 위해
사뿐 다녀올 생각이다.
사실 나에겐 외출이 휴식이다.
내 영혼 깊숙한 곳에 창조의 본능 같은 게 심겨져 있음으로 해서
나는 자주, 거의 매일 글을 쓴다.
사람은 자기 바라는 대로 되는 편이라지만, 나는 생겨먹은 대로 되어가고 있다.
글을 써야하게 생겨먹은 것이다.
글을 전혀 안 쓰고 골프나 치고 비싼 옷 걸치고 남편이나 자식이나 재산자랑도
은근슬쩍 해내는 부류의 사람들은 결코 안 부러워 해왔지만, 나는 글을 안 쓰는
사람들만은 부러워 할 때 간혹 있었다고 본다.
내가 흘러왔고, 흘러 갈 길에 글이라는 간이역이 서 있어 나 그나마
행복했었고 행복할려나.
문제는 내가 아픔이 있을 때 글을 더 자주, 많이 써낸다는 데에 있다.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산책을 안 나갈 생각을 하니 내 맘이 좀 아픈 모양이다.
어차피 아픔답던 아픔이었다.
참 많이도 갈등했었다.
안 나가자니 아팠고, 나가자니 그 역시 아팠던 그런 날들의 연속…….
이 아픔을 덜 아프면서 견디려면 나는 더욱 변화롭게 옷을 입어야 하리.
틈만 되면, 핑계만 생기면, 기회만 닿는다면 자꾸만 나다닐 수밖에 이렇다 할
도리라고는 그 어디에도 없으리.
나여!
진정 아픈가?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참석하는 모임은 셋이다.
문협과 동문회와 부인회.
부인회는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것 같아 내년부턴 후방에서 관망이나 하려는 결심이지만.
문협과 동문회는 아마 계속적으로 나가게 될 듯.
입에 발린 칭찬인 줄 다 알면서도 나를 보석이라고 아껴주는 맘씀씀이가 고맙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받아들일 칭찬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여도 될 칭찬은 기꺼이 배제하는 성격이다. 왜냐하면 나는 매사에 합리적인 존재는 못되기 때문이다. 질타 역시 그런 식이지만 익살이나 관심을 산뜻하게 접수할 경우도 꽤 많다.
학교 다닐 때 용돈을 타면 나의 가장 라이벌이던 바로 밑의 동생은 비싼 옷 두어 벌 사서
한 철을 입는데, 나는 같은 값이면 저렴한 옷으로 여러 벌을 골라 변화롭게 입어내기를
선호했었다. 얼마 못가 서로 옷을 바꿔 입고는 했지만...... .
그런 선택들도 운명을 결정짓는 것일까?
동생은 여전히 비싼 옷만 입고 사는데, 나는 아직도 날마다 변화를 갈망하는 생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그때의 옷처럼 동생이 인생도 바꾸자고 한다면 절대로 안 바꿀 작정이다.
내 살아온 날들 너무 묵정밭과 같았기에, 내 사랑하는 동생에게 그 맛, 결코 보이고 싶지는 않아서...... .
나는 누구와도 저녁약속을 꺼려 한 달이면 저녁 외출이 고작 모임으로만 굳혀진다.
책 읽고 음악 듣고 글 쓰고 그리 사는 일로 대만족인 생활이라고 거의 자족하며 살고 살아내는 것이다.
오죽하면 가족한테 잊을 만 하면 놀림처럼 불린다.
-맹수녀님!
-맹스님!
옷만 변화를 추구할 뿐 나는 거의 수도자와 다름없는 생활리듬과 사고방식을 실행하며
살고 있어 그런 별명을 얻었을 것이다.
오늘 2시에 Nazca거리와 Rivadavia거리의 Esquina(모퉁이)에 위치한 Clapton에서
문협의 미팅이 있다.
주말이라 자리를 비우면 안 되지만 내가 나다니는 걸 가장 흐믓해 하는 가족을 위해
사뿐 다녀올 생각이다.
사실 나에겐 외출이 휴식이다.
내 영혼 깊숙한 곳에 창조의 본능 같은 게 심겨져 있음으로 해서
나는 자주, 거의 매일 글을 쓴다.
사람은 자기 바라는 대로 되는 편이라지만, 나는 생겨먹은 대로 되어가고 있다.
글을 써야하게 생겨먹은 것이다.
글을 전혀 안 쓰고 골프나 치고 비싼 옷 걸치고 남편이나 자식이나 재산자랑도
은근슬쩍 해내는 부류의 사람들은 결코 안 부러워 해왔지만, 나는 글을 안 쓰는
사람들만은 부러워 할 때 간혹 있었다고 본다.
내가 흘러왔고, 흘러 갈 길에 글이라는 간이역이 서 있어 나 그나마
행복했었고 행복할려나.
문제는 내가 아픔이 있을 때 글을 더 자주, 많이 써낸다는 데에 있다.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산책을 안 나갈 생각을 하니 내 맘이 좀 아픈 모양이다.
어차피 아픔답던 아픔이었다.
참 많이도 갈등했었다.
안 나가자니 아팠고, 나가자니 그 역시 아팠던 그런 날들의 연속…….
이 아픔을 덜 아프면서 견디려면 나는 더욱 변화롭게 옷을 입어야 하리.
틈만 되면, 핑계만 생기면, 기회만 닿는다면 자꾸만 나다닐 수밖에 이렇다 할
도리라고는 그 어디에도 없으리.
나여!
진정 아픈가?
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갈데없이
-정현종
사람이 바다로 가서
바닷바람이 되어 불고 있다든지,
아주 추운 데로 가서
눈으로 내리고 있다든지,
사람이 따뜻한 데로 가서
햇빛으로 비치고 있다든지,
해 지는 쪽으로 가서
황혼에 녹아 붉은 빛을 내고 있다든지
그 모양이 다 갈데없이 아름답습니다
사람이 바다로 가서
바닷바람이 되어 불고 있다든지,
아주 추운 데로 가서
눈으로 내리고 있다든지,
사람이 따뜻한 데로 가서
햇빛으로 비치고 있다든지,
해 지는 쪽으로 가서
황혼에 녹아 붉은 빛을 내고 있다든지
그 모양이 다 갈데없이 아름답습니다
오디나무
맹하린
우리 가게 앞에는 몇 십 킬로는 됨직한 무겁고 큰 화분에 두 그루의
오디나무가 심겨져 있다.
(맨 가장자리 화분에는 일 년 내내 잔잔한 진분홍색 꽃을 수없이 피워내는 사랑초.)
그 오디나무는 보통의 오디나무가 아니라 분재처럼 키워진, 사람 키보다는
큰 정도의 나무다.
그 나무가 봄이면 열매를 조롱조롱 매달고 차츰 붉어지다가는 결국 무르 익어간다.
내 이웃엔 영심이 엄마라는 교민이 사는데, 영심이는 그 집 강아지 이름이고 두 자녀가
엄연히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녀를 영심이 엄마라고 부른다.
그녀의 남편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이미 5년 동안이나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일요일에 J교회의 여신도들이 우리 가게 앞을 지나가면서 객기로 따먹을 때도 있지만,
우리 오디나무의 열매는 영심이 엄마가 거의 다 따먹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오며 가며, 또는 새벽녘에 일부러 나와서 따먹을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녀는 어린잎도 따다가 찻잎으로 덖어서 사용한다고 그러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때때로 살짝 데쳐 쌈으로도 즐긴다는 것 같다.
나는 그 사실을 묵인하는 것으로도 부족하여 고맙게까지 여기게 된다.
그리하여 영심이 엄마가 그럴 때마다 난 영심이네 도우미라도 된다는 듯 오디열매를 따내는 역할에 충실해하며 옆에서 거들어 주기를 즐긴다.
(꼭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는 문제아와 같은 내 행동이여!)
그러는 과정에서 난 겉으론 웃으면서 속으로만 말한다.
(영심엄마, 힘 내, 언제나 파이팅! 알지?)
나는 잠복도 풍부하지만 식복 역시 넘치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뭐든 잘 먹는데 살도 잘 안찌는 체질이라 오디열매 정도는 하루하루가 팍팍해 있을
영심엄마에게 양보해도 그다지 손해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때 바빠서 반찬을 따로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엔 맨 김에 야채 몇 가지 넣고 즉석
김밥을 만들어도 나는 그게 그리도 달고 맛있다고 감사해 하는 소탈 쟁이다.
그리고 밑반찬 위주의 식단이 아닌 즉석요리를 잘 마련하는 성향이 있다.
어쩌다 사먹는 음식을 시키면, 너무 느끼하면서도 퍽으나 진한 맛이라서 아들까지 여러 번
투덜거리므로 그것도 못할 노릇 중의 하나가 된다.
-에이, 입맛 버렸네. 어찌 이리 많은 재료를 넣고도 왜 이렇게 대단한 니글거림으로 남의 입맛을 간단명료하게 망칠 수가 있는 거죠?
그 소리를 서너 번 중얼대는 아들을 바라볼 때의 내 기분이란 참으로 묘해서 가끔은 식당음식을 시켜도 되지 않을까 하는 장난스러움이 불현듯 생겨날 때 또한 없지 않아 있다.
아들은 내가 약간 피곤해 보이거나 살짝 병이 났을 땐 전혀 지시하지 않았는데도 눈치껏 끼니를 마련하는 센스 꾼이다.
주로 파스타나 버터를 발라 구운 토스트에 치즈와 토마토로 속을 채운 샌드위치 정도지만…….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우바(포도) 맛의 헬라티나(젤라틴)를 저녁마다 들 수 있게 미리 마련해 주기도 한다. 중요한 건 아들도 나도 어떤 일을 할 때 솔선수범을 선호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게 자유분방함을 즐기며 사는 것 같은 내게도 걸림돌이 없는 편은 아니다.
나의 일과 중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산책 중에 잘 일어나는 불찰이다.
그 공원에서 저절로 깨닫게 된다.
아픔으로 아픔을 알아보는 일이 어떤 안 아픔에게는 짜증을 안기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또한 그 아픔이 사실은 아픔이 아니라, 그 짜증일 수도 있다는 진리를.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나의 일관된 문학적 지향은 일종의 유미주이이고 탐미주의의 성향이 짙다는 점을…….
나의 문학은 보편적 소통과 진정성에 근거를 두고 싶어 한다는 것을.
나의 냉소적 세계관이나 넘치는 인류애는 비록 회의적일 경우 많다고 해도 절대로 정도 이상의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는 사실도…….
지금 오디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몇 개인가만 남아 있다.
내년 봄을 기다리지 않아도 좋을 어떤 대안을 찾아 영심이 엄마를 돕고 싶고 알게 모르게 거들게 도 될 것이다.
내 주위에 아직 봄이 머물고 있음을 본다.
참으로 해맑음이 푸르청청한, 싱그럽기 이를 데 없는 아침이다.
2011년 11월 18일 금요일
작은 이름 하나라도
- 이기철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모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들
그들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 쌍 수저
식탁 위에 올린다
잊혀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되는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를 위해
내 쌀 씻어 놀 같은 저녁밥 지으며
........청각의 이상을 알고 난 베토벤은 철학적인 책들을 꽤 많이 섭렵했다고 합니다.
호머의 오딧세이, 일리어드를 베토벤이라는 천재이자 음악의 성인 떠올리며, 그의 음악을 빗소리처럼 귀익혀 들으며 참 신명나게 읽었던 기억 새롭습니다.
제 생애의 갈피마다 베토벤의 음악들이 참 많은 청량감을 비처럼 뿌려줬다고 여겨집니다.
오늘은 이 곡이 유난히 감명 깊게 소나기로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모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들
그들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 쌍 수저
식탁 위에 올린다
잊혀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되는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를 위해
내 쌀 씻어 놀 같은 저녁밥 지으며
........청각의 이상을 알고 난 베토벤은 철학적인 책들을 꽤 많이 섭렵했다고 합니다.
호머의 오딧세이, 일리어드를 베토벤이라는 천재이자 음악의 성인 떠올리며, 그의 음악을 빗소리처럼 귀익혀 들으며 참 신명나게 읽었던 기억 새롭습니다.
제 생애의 갈피마다 베토벤의 음악들이 참 많은 청량감을 비처럼 뿌려줬다고 여겨집니다.
오늘은 이 곡이 유난히 감명 깊게 소나기로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신경림
일상에 빠지지 않고
대의를 위해 나아가며
억누르는 자에게 용감하며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며
동지에 대한 비판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치열히
순간 순간을 불꽃처럼 강렬히 여기며
날마다 진보하며
성실성에 있어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보되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며
진실한 용기로 늘 뜨겁고
언제나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바꾸어 내며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고
내가 잊어서는 안 될 이름을 늘 기억하며
내 작은 힘이 타인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배려를 잊지 말고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 없는 역사와 함께 흐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
일상에 빠지지 않고
대의를 위해 나아가며
억누르는 자에게 용감하며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며
동지에 대한 비판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치열히
순간 순간을 불꽃처럼 강렬히 여기며
날마다 진보하며
성실성에 있어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보되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며
진실한 용기로 늘 뜨겁고
언제나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바꾸어 내며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고
내가 잊어서는 안 될 이름을 늘 기억하며
내 작은 힘이 타인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배려를 잊지 말고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 없는 역사와 함께 흐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
사곶 해안
-박정대
고독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곳은 마치 바다의 문지방 같다
주름진 치마를 펄럭이며 떠나간 여자를
기다리던 내 고독의 문턱
아무리 걸어도 닿을 수 없었던 生의 밑바닥
그곳에서 構行하던 밀물과 썰물의 시간들
내가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던 울음을
끝내 갈매기들이 얻어가곤 했지
모든걸 떠나보낸 마음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렇게 넓은 황량함이 내 고독의 터전이었다니
이곳은 마치 한 생애를 다해 걸어가야 할
광대한 고독 같다, 누군가 바람 속에서
촛불을 들고 걸어가던 막막한 생애 같다
그대여, 사는 일이 자갈돌 같아서 자글거릴 땐
백령도 사곶 해안에 가볼 일이다
그곳엔 그대 무거운 한 생애도 절대 빠져들지 않는
견고한 고독의 해안이 펼쳐져 있나니
아름다운 것들은 차라리 견고한 것
사랑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에도
그 뒤에 남은 건 오히려 부드럽고 견고한 生
백령도, 백년 동안의 고독도
규조토 해안 이곳에선
흰 날개를 달고 초저녁별들 속으로 이륙하리니
이속에서 그대는 그대는 마음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또 다른 生의 긴 활주로 하나 갖게 되리라
고독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곳은 마치 바다의 문지방 같다
주름진 치마를 펄럭이며 떠나간 여자를
기다리던 내 고독의 문턱
아무리 걸어도 닿을 수 없었던 生의 밑바닥
그곳에서 構行하던 밀물과 썰물의 시간들
내가 안으로 안으로만 삼키던 울음을
끝내 갈매기들이 얻어가곤 했지
모든걸 떠나보낸 마음이 이렇게 부드럽고 견고할 수 있다니
이렇게 넓은 황량함이 내 고독의 터전이었다니
이곳은 마치 한 생애를 다해 걸어가야 할
광대한 고독 같다, 누군가 바람 속에서
촛불을 들고 걸어가던 막막한 생애 같다
그대여, 사는 일이 자갈돌 같아서 자글거릴 땐
백령도 사곶 해안에 가볼 일이다
그곳엔 그대 무거운 한 생애도 절대 빠져들지 않는
견고한 고독의 해안이 펼쳐져 있나니
아름다운 것들은 차라리 견고한 것
사랑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에도
그 뒤에 남은 건 오히려 부드럽고 견고한 生
백령도, 백년 동안의 고독도
규조토 해안 이곳에선
흰 날개를 달고 초저녁별들 속으로 이륙하리니
이속에서 그대는 그대는 마음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또 다른 生의 긴 활주로 하나 갖게 되리라
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숲에 관한 기억
-나희덕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오기는 왔던가?
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젖은 나비 날개처럼?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꽃그늘에서 입을 맞추었던가?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더 붉어졌던가?
그때 너는 들었는지?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 터는 소리를?
그 황홀한 소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랑은 소음이라고?
네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그 숲이 있기는 있었던가?
그런데 웅웅거리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지?
꽃들은, 너는, 어디에 있지?
나는 아직 나에게 돌아오지 못했는데?
너는 어떻게 내게 왔던가?
오기는 왔던가?
마른 흙을 일으키는 빗방울처럼?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젖은 나비 날개처럼?
숲을 향해 너와 나란히 걸었던가?
꽃그늘에서 입을 맞추었던가?
우리의 열기로 숲은 좀더 붉어졌던가?
그때 너는 들었는지?
수천 마리 벌들이 일제히 날개 터는 소리를?
그 황홀한 소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랑은 소음이라고?
네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그 숲이 있기는 있었던가?
그런데 웅웅거리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지?
꽃들은, 너는, 어디에 있지?
나는 아직 나에게 돌아오지 못했는데?
엄마여!
맹하린
평소의 나는 많은 사람과는 아니지만 열 손가락 안에 들만큼의 가족이나
지인들과 편지를 주고받아 왔다.
몇 분은 친구이고, 그중에는 오빠와 남동생도 들어 있다.
여동생들도 있고, 그리고 여자 친구도 많은데 어쩐 일인지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 모두 남자들이다.
나도 여자라면 여자지만 여자란 참 델리킷한 존재인지라 언제라도 조심스럽기
이를 데 없어 그러는 모양이다.
한 친구는 부인과의 불화를 잠재우고 화목한 장르로 접어든 것 같고,
이혼한 부인을 거의 못 잊는 눈치인 또 다른 친구는 새로이 사귀는 여인이
생겼다는 소식이 여러 바람에 실려 온다.
그런 연유로 나는 멈칫멈칫 편지나 왕래하던 행동에게까지 제동과 함께
조심을 다해 왔다.
편지나 글 쓰는 일만큼은 일사천리라고 볼 수 있는 내 관습을 날이면
날마다 침잠 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나야 워낙 아픔하고만 친구가 될 수 있는 괴짜 아니던가.
찬미의 대상에 대한 감상을 넘어선 미적 관조.
그건 역시 진리에 가까운 또 하나의 예술처럼 느껴졌었다.
굳이 짚고 넘어가자면 기쁨과 고통이 공존하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거기까진 봐주겠는데…….
한동안 뜸했다가 얼마 전 엄마가 보고 싶어 남동생에게 멜을 보냈었는데,
그런 내게 중대한 소식을 보내 온 오빠와 남동생에게조차 지금 답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물며 날마다 딴청이다.
여동생들에게라도 전화를 해줘야 하는데 어찌하여 그 일까지도 차마 못하고
있다. 전혀 안 되고 있다.
모를 일이다.
회한의 삽을 그 어디 쯤 대기만 해도 나라는 방죽이 봇물을 터뜨릴 기세만
같아 그게 두려운지도…….
동생도 되고 조카도 되며 아들이기도 하던 내 친구들이 자주 나를 괴롭히며
놀리던 말…….
“엄마가 아포!”
아파가 아니라 아포라고 위트를 섞던 그 아픔…….
진정 내가 아니라 내 엄마가 편찮으시다고 한다.
기러기 아빠가 된 아들을 정성으로 거두던…….
저녁나절이면 오늘은 어떤 반찬을 해줄까를 즐겁게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셨던
내 엄마가 몇 달째 경희병원에 입원 중이시라고 한다.
여자 친구들이 내 가게에 수시로 드나들지만 나는 내색조차 삼간다.
언제나 그래왔었다.
기쁨은 몰라도 슬픔에 대해선 언제나 혼자서 삭혔으니까.
단지 고요로운 시간을 선택해 묵묵히 기도나 바쳐 왔을 것이다.
도대체 면목이라고는 없다.
이리도 멀리 떠나온 자체가 불효다.
할 말을 잃었지만 그래도 모자란 나는 자주 웃기는 한다.
누구에게든 편지를 전하고 싶은 그런 날이기는 해도, 나 오늘도 여전히 새치름
홀로 자중하게 될 것이다.
엄마여!
간곡히 쾌유를 바랍니다.
꼭 한번만이라도 뵈올 수 있도록 부디 이 청개구리 더좀 기다려 주시기를!!!!!!
......조용하면서 기도까지도 되는 음악을 올리고 싶었는데
오늘 유난히 이 음악이 듣고 싶어 아픔으로 올립니다.
>
2011년 11월 16일 수요일
파문
-권혁웅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 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 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행운을 부르는 여덟가지 습관
- 테네시 윌리엄스
하나 : 불행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지 말라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이나 불행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이 궁지에서 벗어나 마음 편해지기 위해
즉각 다른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물론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기 잘못을 직면해야 하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번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나면
책임을 떠넘기는 건 좀처럼 떨쳐버릴 수 없는
습관으로 굳어지게 된다.
둘 : 진심만을 말하라
상대의 환심을 사면서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면,
상대는 늘 기분 좋게 느끼고
당신에 대해서 좋은 감정으로 갖게 되므로
칭찬은 아부와 다름없는 것이나
상대를 마음대로 하려는 얄팍한 술책이거나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경우를 아부라고 말한다.
그러나 칭찬과 아부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칭찬은 진심이 뒷받침된 것으로 따라서 칭찬을 할 때,
칭찬 그 자체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면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 것이다.
셋 : 똑똑한 척 하지 말라
똑똑한 척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운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똑똑한 척 행동하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된다.
혼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면
사람들은 그를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지나치게 똑똑하면 이로울게 없는 것이다.
넷 : 당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우선 감사하라
당신 스스로 행운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면
먼저 지금껏 당신이 이룬 것들을 열심히 생각해 보고
그것에 감사해야 하며 건강, 가정, 가족의 사랑,
자신의 재능과 기술에 고마워 한다면,
불행에 괴로워하거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에게 찾아오는
행운의 분명한 유형을 알게 되고
더 많은 행운을 만드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다.
다섯 : 단정하게 차려 입어라
단정하고 화려하게 차려 입는것은
당신이 얼마나 유행을 잘 따르는지,
얼마나 돈이 많은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을 보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색상이나 잘 어울리는 옷차림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당신이 단정하게 매력적으로 차려 입으면,
보는 사람들의 감각이 적극적으로 자극을 받아
당신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다.
여섯 : 인내심을 가져라
운 좋은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마감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어느 순간에 페달을 밟지 않고
미끄러져 내려가야 할지도 잘 알고 있다.
일곱 : 질투심을 반드시 버려라
가장 자기 파괴적인 감정은 질투심이다.
질투를 하면 스스로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적극적인 에너지를 쓸데없이 소모해서 실수를 하게 되고,
결국엔 자신의 운과 기회를 망치게 된다.
질투심이 많아 보이면 당신은
결코 운 좋은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운 나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행운에
배 아파하고 인색하게 구는 것이다.
여덟 : 마음을 편히 가져라.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뜬다
삶이 뜻한 대로 굴러가지 않을 때는,
어쩌다 힘든 날일 뿐이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오늘 너무 너무 힘들다면
내일은 더 밝은 날이 기다릴 것이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한숨 자고 나서
한 발짝 물러나 보면 쉽게 풀리기도 한다.
"행운은 스스로 운이 좋다고 믿을 때 찾아온다."
하나 : 불행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지 말라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이나 불행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이 궁지에서 벗어나 마음 편해지기 위해
즉각 다른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물론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기 잘못을 직면해야 하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번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나면
책임을 떠넘기는 건 좀처럼 떨쳐버릴 수 없는
습관으로 굳어지게 된다.
둘 : 진심만을 말하라
상대의 환심을 사면서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면,
상대는 늘 기분 좋게 느끼고
당신에 대해서 좋은 감정으로 갖게 되므로
칭찬은 아부와 다름없는 것이나
상대를 마음대로 하려는 얄팍한 술책이거나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경우를 아부라고 말한다.
그러나 칭찬과 아부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칭찬은 진심이 뒷받침된 것으로 따라서 칭찬을 할 때,
칭찬 그 자체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면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 것이다.
셋 : 똑똑한 척 하지 말라
똑똑한 척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운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똑똑한 척 행동하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된다.
혼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면
사람들은 그를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지나치게 똑똑하면 이로울게 없는 것이다.
넷 : 당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우선 감사하라
당신 스스로 행운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면
먼저 지금껏 당신이 이룬 것들을 열심히 생각해 보고
그것에 감사해야 하며 건강, 가정, 가족의 사랑,
자신의 재능과 기술에 고마워 한다면,
불행에 괴로워하거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에게 찾아오는
행운의 분명한 유형을 알게 되고
더 많은 행운을 만드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다.
다섯 : 단정하게 차려 입어라
단정하고 화려하게 차려 입는것은
당신이 얼마나 유행을 잘 따르는지,
얼마나 돈이 많은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을 보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색상이나 잘 어울리는 옷차림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당신이 단정하게 매력적으로 차려 입으면,
보는 사람들의 감각이 적극적으로 자극을 받아
당신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다.
여섯 : 인내심을 가져라
운 좋은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마감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어느 순간에 페달을 밟지 않고
미끄러져 내려가야 할지도 잘 알고 있다.
일곱 : 질투심을 반드시 버려라
가장 자기 파괴적인 감정은 질투심이다.
질투를 하면 스스로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적극적인 에너지를 쓸데없이 소모해서 실수를 하게 되고,
결국엔 자신의 운과 기회를 망치게 된다.
질투심이 많아 보이면 당신은
결코 운 좋은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운 나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행운에
배 아파하고 인색하게 구는 것이다.
여덟 : 마음을 편히 가져라.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뜬다
삶이 뜻한 대로 굴러가지 않을 때는,
어쩌다 힘든 날일 뿐이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오늘 너무 너무 힘들다면
내일은 더 밝은 날이 기다릴 것이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한숨 자고 나서
한 발짝 물러나 보면 쉽게 풀리기도 한다.
"행운은 스스로 운이 좋다고 믿을 때 찾아온다."
세상속으로
-이기철
나는 오랫동안 풀꽃의 생애를 노래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人事(인사)에 대해서 노래하련다
이제 내 몸이 바라는 곳 눕고 싶은 곳은
산이 아니라 물이 아니라
病(병)이 있고 근심이 있고 자주 흰 걸레를 더럽혀야 하는
마룻바닥이 있는 집
여름에는 퇴근길에 수박을 사고
월말에는 세금을 내러 은행에 가는 마을
이제 나는 이념에 물들지 않은 나무보다
이념을 구겨 호주머니에 넣을 줄 아는 사람이 좋다
仙界(선계)의 산정보다 아직 청소차가 오지 않은 골목들이 좋다
燈(등)을 켜고 다가오는 별을 보면
진흙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정겨워진다
제도가 있고 공장이 있고 못 만날 약속이 있는
집 옆에 집, 아, 사람이 살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풀꽃의 생애를 노래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人事(인사)에 대해서 노래하련다
이제 내 몸이 바라는 곳 눕고 싶은 곳은
산이 아니라 물이 아니라
病(병)이 있고 근심이 있고 자주 흰 걸레를 더럽혀야 하는
마룻바닥이 있는 집
여름에는 퇴근길에 수박을 사고
월말에는 세금을 내러 은행에 가는 마을
이제 나는 이념에 물들지 않은 나무보다
이념을 구겨 호주머니에 넣을 줄 아는 사람이 좋다
仙界(선계)의 산정보다 아직 청소차가 오지 않은 골목들이 좋다
燈(등)을 켜고 다가오는 별을 보면
진흙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정겨워진다
제도가 있고 공장이 있고 못 만날 약속이 있는
집 옆에 집, 아, 사람이 살고 있다.
2011년 11월 15일 화요일
나의 맨발
-맹하린
나는 특별한 날 이외에는 구두를 안 신는다.
슬리퍼나 샌들을 거의 매일이다 싶게 즐겨 사용하는 셈이다.
언제라도 편안하고 싶은 심리상태가 그런 식의 맨발로 증명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엊그제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우리 가게와 반 블록 떨어진 어느
행사장에 꽃배달을 갔었다. 그런데 제때에 빠져나오지를 못한 게 실수였다.
어느 순간,
교민사회에서 내노라하는 이들이 모인 그곳에 있는 나를 내가 발견하게 되었다.
한 손엔 목걸이화환을 든 채
어정쩡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서 있는…….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듯 한 내 몰골이여!
그리고 맨발, 슬리퍼…….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내가 그런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서
있을 때가 있다니.
나도 한 때는 단아했던 날들이 있었지 않을까?
새벽에 앨범을 뒤적여 몇 장의 사진들을 고른 뒤 굳이 여기에 올리게
된다. 새삼 감사로움이 솟는다.
내게 저리도 산뜻한 날들이 주어졌었음에 대한 감사로움이다.
어제까지는 물론이고 지금껏 과히 아름답지 않았던 날들은 없었지 않았던
게 아닌가 그런 상념도 새삼 치밀어 오른다.
앞으로의 내 나날들 또한 아름답지 못할 이유라고는 없다.
사실 최근의 나는 모든 사물이라거나 살아감의 진행이 그저 농담처럼,
단순한 휴식처럼 접수되고, 상쾌함이라거나 의연함에 저절로 얹혀 지나
가고 있는 듯 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음을 구태여 부인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내 찬미하올 신께서는 머리카락의 한 가닥처럼만 사랑한다는
제목이나 계획의 미명 아래 너무도 흔히, 마치 머리카락 전체처럼 나를
갈구고 닥달하는 상황을 자주 연출해온 터이므로.
흡사 전염병의 만연과 같은 환경에서조차 나의 아직껏 유연한 두뇌는 문제의
여러 면을 각양각색으로 포착하는 일에 그다지 소홀하지는 않아 왔다.
나의 슬리퍼, 그리고 나답기에 충실한 내 맨발이여!
어떤 환경에서도 끝끝내 당당 하여라. 결코 어제처럼 스스로를 부끄리는 일은
없기를 소원하노니…….





나는 특별한 날 이외에는 구두를 안 신는다.
슬리퍼나 샌들을 거의 매일이다 싶게 즐겨 사용하는 셈이다.
언제라도 편안하고 싶은 심리상태가 그런 식의 맨발로 증명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엊그제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우리 가게와 반 블록 떨어진 어느
행사장에 꽃배달을 갔었다. 그런데 제때에 빠져나오지를 못한 게 실수였다.
어느 순간,
교민사회에서 내노라하는 이들이 모인 그곳에 있는 나를 내가 발견하게 되었다.
한 손엔 목걸이화환을 든 채
어정쩡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서 있는…….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듯 한 내 몰골이여!
그리고 맨발, 슬리퍼…….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내가 그런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서
있을 때가 있다니.
나도 한 때는 단아했던 날들이 있었지 않을까?
새벽에 앨범을 뒤적여 몇 장의 사진들을 고른 뒤 굳이 여기에 올리게
된다. 새삼 감사로움이 솟는다.
내게 저리도 산뜻한 날들이 주어졌었음에 대한 감사로움이다.
어제까지는 물론이고 지금껏 과히 아름답지 않았던 날들은 없었지 않았던
게 아닌가 그런 상념도 새삼 치밀어 오른다.
앞으로의 내 나날들 또한 아름답지 못할 이유라고는 없다.
사실 최근의 나는 모든 사물이라거나 살아감의 진행이 그저 농담처럼,
단순한 휴식처럼 접수되고, 상쾌함이라거나 의연함에 저절로 얹혀 지나
가고 있는 듯 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음을 구태여 부인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내 찬미하올 신께서는 머리카락의 한 가닥처럼만 사랑한다는
제목이나 계획의 미명 아래 너무도 흔히, 마치 머리카락 전체처럼 나를
갈구고 닥달하는 상황을 자주 연출해온 터이므로.
흡사 전염병의 만연과 같은 환경에서조차 나의 아직껏 유연한 두뇌는 문제의
여러 면을 각양각색으로 포착하는 일에 그다지 소홀하지는 않아 왔다.
나의 슬리퍼, 그리고 나답기에 충실한 내 맨발이여!
어떤 환경에서도 끝끝내 당당 하여라. 결코 어제처럼 스스로를 부끄리는 일은
없기를 소원하노니…….





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선인장
-맹하린
문화가 문화를 양산하고
문학이 문학을 좁쌀로 여기거나 홀대하고
선행이 선행을 오지랖 한껏 펼치며
마음이 마음먹고 헤프거나 졸아드는 일 거듭하는
누구나 인물이 되는
이 풍진 세상에
어정쩡한 문명의 사막에 갇혀
생각마다 가시로 뻗고
푸르른 열정 곰삭혀
노랗고 붉은 꽃
가시 세우며 토해낸다.
모래 위 행진하는 낙타처럼
잔등에 타는 갈증 서리서리 저장하고
하늘 향해 뻗어나는 도타운 순례
- <선인장>, 전문
서평: 황정산 (문학박사. 평론가.시인)
선인장은 한국에 있는 우리의 선인장이기도 하고 남미의 사막에 지천으로 돋아나 있는 선인장이기도 하다. 그것은 다르지만 같은 것이고 같지만 또한 서로 다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우리 것으로 남의 것을 비교하고 남의 것을 통해 우리 것을 보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것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보이기도 하고 남의 것에 대한 무비판적 숭상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그러한 편협한 태도가 세상에 갈등과 폭력, 지배와 착취를 만들어 낸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그런 파괴적인 문화가 아닌 여러 문화를 동시에 감싸 안는 다문화적 시각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선인장 잎(사실은 줄기)이 하나씩 포개지는 형상을 통해 ‘문화가 문화를 양산’한다고 말하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중층적인 문화적 경험이 척박한 땅에서라도 꽃으로 피어나고 또한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영원을 향한 순례가 됨을 지적하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언어는 새로운 언어이다. 그것은 고국의 언어도 아니고 또한 외국의 언어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둘을 섞어놓은 어정쩡한 혼합물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경계의 언어이고 기존의 언어가 가진 한계와 이념적 틀을 넘어서게 해주는 또 다른 가능성의 언어이다. 맹하린 시인의 시들에게서 바로 이 디아스포라 문학의 언어적 힘을 본다.
웃는 나무
-신미균
나무가 웃고 있다
자지러지게 웃고 있다
뒤로 넘어가면서 웃고 있다
징글징글하게 웃고 있다
웃다가 웃다가 허리가 끊어지려고 한다
저러다 죽은 것은 아닐까
자세히 보니
새 한 마리
나무에 간지럼을 태우고 있다
나무가 웃는다
바스러지게 웃는다
바삭 바삭 부서진 유리 조각처럼
빛을 반사하면서 웃는다
고개를 숙이고 웃는다
듬성 듬성 웃는다
자세히 보니
새가 떠나갔는데도
웃고 있다
나무가 웃고 있다
자지러지게 웃고 있다
뒤로 넘어가면서 웃고 있다
징글징글하게 웃고 있다
웃다가 웃다가 허리가 끊어지려고 한다
저러다 죽은 것은 아닐까
자세히 보니
새 한 마리
나무에 간지럼을 태우고 있다
나무가 웃는다
바스러지게 웃는다
바삭 바삭 부서진 유리 조각처럼
빛을 반사하면서 웃는다
고개를 숙이고 웃는다
듬성 듬성 웃는다
자세히 보니
새가 떠나갔는데도
웃고 있다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의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2011년 11월 13일 일요일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 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 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 되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2011년 11월 12일 토요일
오늘을 위한 기도
-이해인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 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 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순천만 갈대숲
-복효근
순천만에 와서
소나무나 참나무숲처럼 갈대들이,
그 연약한 갈대들이 당당히 숲이라 불리는 까닭을 알겠다
그 줄기가 튼튼해서가 아니었다
나이테가 굵어서가 아니었다
바람이 몰려올 적마다
각기 안테나를 길게 뽑아들고
바로 곁에 서 있는 그대를 천리처럼 안타까이 부르는 아득한 몸짓
칼바람에 앞엣 놈이 넘어지면
뒤엣 놈이 받아서 함께 쓰러지며
같은 동작으로 다시 일어서는 탄력의 떼춤을 보았다
그러나 갈대가 한사코 꺾어지지 않기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갈대는 갈 때를 안다
엄동의 긴 밤을 청둥오리떼 날아들자
스스로 제 몸 꺾어
털스웨터처럼 갈꽃자리 깔아주는 것 보았다
그 멀고 긴 쓰러짐의 힘이
이듬해 다시 숲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리라
혼자서 겨울 먼 길을 갈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순천만에 와서 비로소
나를 받쳐준, 혹은 함께 쓰러지던 무수한 허리들이 그리워
휴대전화 안테나를 길게 뽑는다
순천만에 와서
소나무나 참나무숲처럼 갈대들이,
그 연약한 갈대들이 당당히 숲이라 불리는 까닭을 알겠다
그 줄기가 튼튼해서가 아니었다
나이테가 굵어서가 아니었다
바람이 몰려올 적마다
각기 안테나를 길게 뽑아들고
바로 곁에 서 있는 그대를 천리처럼 안타까이 부르는 아득한 몸짓
칼바람에 앞엣 놈이 넘어지면
뒤엣 놈이 받아서 함께 쓰러지며
같은 동작으로 다시 일어서는 탄력의 떼춤을 보았다
그러나 갈대가 한사코 꺾어지지 않기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갈대는 갈 때를 안다
엄동의 긴 밤을 청둥오리떼 날아들자
스스로 제 몸 꺾어
털스웨터처럼 갈꽃자리 깔아주는 것 보았다
그 멀고 긴 쓰러짐의 힘이
이듬해 다시 숲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리라
혼자서 겨울 먼 길을 갈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순천만에 와서 비로소
나를 받쳐준, 혹은 함께 쓰러지던 무수한 허리들이 그리워
휴대전화 안테나를 길게 뽑는다
2011년 11월 11일 금요일
사진
-이성복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 아버지가 우겨서
딴 이름의 학교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친구들 보기 창피하다고 밥도 안 먹고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원하시던 학교에 들어가 처음 교복 입고
노란 교표 달린 모자 쓰고 찍은 사진을
아버지는 늘 지갑 안에 넣고 다니셨습니다
점심값 아끼느라 떡이나 오뎅 사먹고
동대문에서 서대문까지 그 먼 퇴근길 걸어오시던
아버지는 그토록 내가 자랑스러웠던가 봅니다
시험 잘 보고 와도 칭찬 한번 안 하던 아버지,
뭘 좀 잘못하면 눈만 흘기시던 아버지,
정말 내가 크게 잘못한 날에는 자기 종아리 걷고
혁대 풀어, 나보고 때리라고만 하셨습니다
올여름 지나면 아버지 돌아가신 지 오 년,
언제까지 아버지가 내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셨는지 모르지만, 지금 내 지갑에는
이십 년도 더 지난 우리 애들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어느 봄 아파트 정원에서 둘째는 쪼그리고 앉아
깔깔 웃고, 첫째는 동생 목을 휘어 감고 있습니다
지금 그 아이들 군대 갔다 오고 대학 졸업하고
취직도 않고 빈둥거리지만, 나는 녀석들이 지갑 속에서처럼
언제까지나 자라지 않기를 바라는지 모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그 애들을 보듯이
육십 년대 후반, 경리 일 그만두고 집에서 쉬는 동안
아버지는 이따금 내 사진을 들여다보셨겠지요
빳빳한 교복 칼라에 단정하게 모자 쓴 그 아이가
언젠가 그의 가난과 실직과 시들한 살림살이를
하루아침에 바꿔주길 바라셨겠지요
평생 울컥, 화내는 취미밖에 없었던 아버지,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도 경로당 두루마리 휴지를
한 움큼 뜯어 오다 동네 노인들한테 창피당한 아버지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냉동고 유리문 너머 입관하실 때도,
영정사진 모시고 산을 오를 때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린 독한 아들이었습니다
------본국 KBS청주방송국의 고참격인 임성우에게 이 시와 음악을 전하며...
------본국 KBS청주방송국의 고참격인 임성우에게 이 시와 음악을 전하며...
시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2011년 11월 10일 목요일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김선우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풀여치 있어 풀여치와 놀았습니다
분홍빛 몽돌 어여뻐 몽돌과 놀았습니다
보랏빛 자디잔 꽃마리 어여뻐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흰 사슴 마시고 숨결 흘려놓은 샘물 마셨습니다
샘물 달고 달아 낮별 뜨며 놀았습니다
새 뿔 올린 사향노루 너무 예뻐서
슬퍼진 내가 비파를 탔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잡아주고 싶은 새들의 가녀린 발목 종종거리며 뛰고
하늬바람 채집하는 나비 떼 외로워서
멍석을 펴고 함께 놀았습니다 껍질 벗는 자작나무
진물 환한 상처가 뜨거워서
가락을 함께 놀았습니다 회화나무 명자나무와 놀고
해당화 패랭이꽃 도라지 작약과 놀고
꽃아그배 아래 낮달과 놀았습니다
달과 꽃의 숨구멍에서 흘러나온 빛들 어여뻐
아주 잊은채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대 잃은 지 오래인데
그대 만나러 가는 길
내가 만나 논 것들 모두 그대였습니다
내 고단함을 염려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괜찮습니다
그대여, 나 괜찮습니다
월미도
-공광규
얼음길을 우두둑 우두둑 밟으며
내 흰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달빛 아래 잠깐 빛났다 부서진 청춘이여!
밟고 온 얼음길을 뒤돌아보니
헬륨가로등에서 쏟아진 피가 흥건하다.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안 된다며
후회를 바람으로 빨아대는 선창의 깃발,
먼 섬의 불빛이 깜박깜박
네 참회가 그렇게 차가우냐며
취한 눈으로 대답을 기다린다.
그렇다! 나는 난파했다.
섬아 너에게 가 닿고 싶었다.
카페의 홍등이 충혈된 눈으로
걸어가는 난파선 한 척을 바라본다.
흐린 별이 나를 내려다보고
측은하여 눈물이 그렁하다.
낡은 소주집이 우울을 달래고 가라며
양철 연통으로 입김을 호호 불어댄다.
술집에서 새어나온 흘러간 노래가
곡선으로 흘러나와 곡선으로 흘러간다.
왜 흘러간 세월을 파는 가게는 없는 걸까?
잘못 흘러온 길이 막막하여 온몸을 떤다.
네 후회가 그렇게 추우냐 추우냐며
파도가 거품을 물고 해안을 기어오르며 말을 건다.
그래, 나는 잘 못 살고 있다!
맑은 소주잔을 얼음 위에 던지니
흰 뼈에 달빛이 놀라 튄다.
얼음길을 우두둑 우두둑 밟으며
내 흰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달빛 아래 잠깐 빛났다 부서진 청춘이여!
밟고 온 얼음길을 뒤돌아보니
헬륨가로등에서 쏟아진 피가 흥건하다.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안 된다며
후회를 바람으로 빨아대는 선창의 깃발,
먼 섬의 불빛이 깜박깜박
네 참회가 그렇게 차가우냐며
취한 눈으로 대답을 기다린다.
그렇다! 나는 난파했다.
섬아 너에게 가 닿고 싶었다.
카페의 홍등이 충혈된 눈으로
걸어가는 난파선 한 척을 바라본다.
흐린 별이 나를 내려다보고
측은하여 눈물이 그렁하다.
낡은 소주집이 우울을 달래고 가라며
양철 연통으로 입김을 호호 불어댄다.
술집에서 새어나온 흘러간 노래가
곡선으로 흘러나와 곡선으로 흘러간다.
왜 흘러간 세월을 파는 가게는 없는 걸까?
잘못 흘러온 길이 막막하여 온몸을 떤다.
네 후회가 그렇게 추우냐 추우냐며
파도가 거품을 물고 해안을 기어오르며 말을 건다.
그래, 나는 잘 못 살고 있다!
맑은 소주잔을 얼음 위에 던지니
흰 뼈에 달빛이 놀라 튄다.
2011년 11월 9일 수요일
전화보다 예감을 믿는 저녁이 있다
-박용하
새들이 날아가다 철탑 위에 멈춰 서면 그리웁지 않은 것도
그리워진다. 그리움보다 멀리 빨리 닥쳐오는 것은 예감밖에
없다. 저녁은 둥글고 노란 감나무 빛깔의 안녕을 전해준다
전화보다 예감을 믿는 저녁이다
그래 예감보다 폭력을 믿는 저녁이다
폭력보다 돈을 믿는 저녁이다. 하지만 비는 나무에서 먼저 오고
하늘은 구석기의 얼굴을 장쾌하게 보여준다
비는 그 먼 거리에서 와 자신을 박살내면서 육체를 완성한다
그래 주룩주룩 물방울 많기도 투명하기도 외롭다
인간들보다 하얀 자작나무를 믿는 저녁이다
사회보다 자연을 믿는 저녁이다
국가보다 오래전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믿는 저녁이다
집들 사이의 나무들보다 나무들 사이의 집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예감은 그 어떠한 매스 커뮤니케이션보다 화려하다
나는 이 예감으로 20세기의 불행을 추억보다 빨리 완성하리라
전화보다 예감을 믿는 저녁이다
아니야 예감보다 주먹을 믿는 저녁이다
주먹보다 쓸쓸하게 나를 나뭇잎 지는 저녁을 믿는 아침이다
새들이 날아가다 철탑 위에 멈춰 서면 그리웁지 않은 것도
그리워진다. 그리움보다 멀리 빨리 닥쳐오는 것은 예감밖에
없다. 저녁은 둥글고 노란 감나무 빛깔의 안녕을 전해준다
전화보다 예감을 믿는 저녁이다
그래 예감보다 폭력을 믿는 저녁이다
폭력보다 돈을 믿는 저녁이다. 하지만 비는 나무에서 먼저 오고
하늘은 구석기의 얼굴을 장쾌하게 보여준다
비는 그 먼 거리에서 와 자신을 박살내면서 육체를 완성한다
그래 주룩주룩 물방울 많기도 투명하기도 외롭다
인간들보다 하얀 자작나무를 믿는 저녁이다
사회보다 자연을 믿는 저녁이다
국가보다 오래전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믿는 저녁이다
집들 사이의 나무들보다 나무들 사이의 집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예감은 그 어떠한 매스 커뮤니케이션보다 화려하다
나는 이 예감으로 20세기의 불행을 추억보다 빨리 완성하리라
전화보다 예감을 믿는 저녁이다
아니야 예감보다 주먹을 믿는 저녁이다
주먹보다 쓸쓸하게 나를 나뭇잎 지는 저녁을 믿는 아침이다
시간퇴행(時間退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젊음은 아름답지 않았어
가난이 질척거리는 길바닥 맨발의 슬픔으로
그대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
때로는 미농지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숨으로
마른 꽃잎 한 장도 끼워 두었지
언제나 그대는 주소불명
편지는 반송되고
밤마다 허기진 불빛으로 돌아오는
남춘천 마지막 열차
나는 늑골을 적시는 겨울비에 진저리를 치면서
사랑을 예찬하는 모든 시인에게 침을 뱉았어
통금이 임박해 오는 목로주점
밤마다 흐린 백열전구 불빛에 흔들리며
차라리 자살한
어느 저음가수의 통속한 생애를 예찬했지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어
인생은 지느러미를 잘리운 채로
어두운 바다 절망의 동굴 속을 헤엄치는 꿈
내 시간의 폴더에는
불러오기 파일이 손상되고
어느새 무서리 내리는 지천명
잠결에 듣는 바람소리에도 온 생애가 펄럭거리네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젊은날을 회상하면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돌출하는 메시지
'당신의 인생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좋아하는것과 사랑하는것
-좋은 글(펌) | ||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은 수첩의 맨 앞에 적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은 가슴에 새기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그에 대해 알고싶은 것이 더 많은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보고싶은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똑같은 선물을 나누어 갖고싶은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그에게 줄 선물로도 늘 주머니가 가난합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내 생일이 기다려지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의 생일이 기다려집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친구들과 어울려도 즐거울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나하고만 있어야 기쁜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질 땐 아쉽지만 돌아서는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은 함께있는 이 순간에도 아쉬움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우정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느낌표지만 사랑은 곁에 있을수록 확인하고픈 물음표입니다. |
2011년 11월 8일 화요일
율포의 기억
- 문정희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소금기 많은 푸른 물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다가 뿌리 뽑혀 밀려 나간 후
꿈틀거리는 검은 뻘 밭 때문이었다
뻘 밭에 위험을 무릅쓰고 퍼덕거리는 것들
숨 쉬고 사는 것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먹이를 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왜 무릎을 꺾는 것일까
깊게 허리를 굽혀야만 할까
생명이 사는 곳은 왜 저토록 쓸쓸한 맨살일까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저 무위(無爲)한 해조음을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물 위에 집을 짓는 새들과
각혈하듯 노을을 내뿜는 포구를 배경으로
성자처럼 뻘 밭에 고개를 숙이고
먹이를 건지는
슬프고 경건한 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절대 궁합의 작사가 채정은의 감각터치와 자유자제로 멜로디 라인을 넘나드는 임재범의 로맨틱한 보컬로, 라틴 라인의 보싸노바 재즈를 유감없이 보여준 감미로운 곡이다. 저 달무리 그 뒤로 그대 숨지를 마오 달빛보다 더 큰 아름다움을 내 심장이 내눈이 그댈 찾아 냈으니 내 어찌 그대를 떠날 수 있겠소 그대는 정말 너무 모르오 빛이 없어도 환한 그대 가치를 저 깊은 수면 속 모래알처럼 깍이고 깍여서 그대 앞에 왔소 몇 광년을 돌아 겨우 만나진 인연 그걸 어떻게 몰라 보겠소 그대는 정말 너무 모르오 빛이 없어도 환한 그대 가치를 이 시간 이 세상 같이 태어나 또 한번 주어진 사랑할 기회오 몇 광년을 내가 기다려 왔던 사람 그게 그댄걸 왜 모르겠소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소
Don Silvano(돈 실바노)
맹하린
동문회에서 Pilar 지역에 위치한 펜션 '돈 실바노'에 관광을 떠나기로
정한 지난달에는 되도록 가겠노라고는 했지만, 나는 언제나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정확한 결정여부를 깨닫게 됨으로 크게 기대 같은 걸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나는 꽤나 변화무쌍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내 속을 나도 모르는
언제나 오리무중인 작자인지 작가인지 그런 족속이다.
톨스토이였던가. 우리 형은 작가가 될만한 유능함은 모두 지녔는데 작가가 갖춰
야할 단점은 전혀 간직하지 못했노라고 말한 작가는?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유능함은 모자라지만 꼴통기질은 무진장 넘치는 셈이니
아무래도 결핍개념에만 젖어 있는 작가?
그제 오후엔 가지 않을 단정으로 굳혀 있었는데, 어제 새벽엔 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러나 가기를 백번이나 잘한 일 아닐까.
여행, 이 언어는 현재의 내게 가장 매력적인 제안이랄 수가 있겠다.
어떤 돌파구 같은 게 간절토록 요구되는 시점의 극한상황이었으므로.
왜 그쪽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선 아직껏 전혀 감이 안 잡히지만, Panamericana
고속도로를 진입하기 전에 지나던 빨레르모공원 요소요소마다 봄의 여신이랄 수 있는
하까란다가 우아한 자태로 짙고 깔끔한 보라색 꽃나팔 떨기들을 고고히 피우고 있어서
그 점 특히 마음 밝아지게 하는 바이러스로 각인되었다.
영국혈통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2000헥타르(1헥타르=3300평) 중, 형제들과 분배한 어떤 영국인 2세의 땅 380헥타르를 1989년 실바노라는 이탈리아 태생의 현지인이 구입하게 되었고, 곧장 거대한 농장으로 조성되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펜션 "돈 실바노'는, 때마침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알팔파 군락이 지평선처럼 아득히 파릇파릇 펼쳐져 있었다.
월요일인데도 러시아와 유럽인들과 약간의 중국인으로 팀을 이룬 관광객들이 우리 동문들 12인과 합류하자 71인이나 되었다.
아침으로 제공된 엠빠나다(군만두)와 포도주는 따로 들었지만. 점심식사는 함께 아사도
(갈비구이)를 들고 다 함께 탱고, 사냥감을 향해 겨냥하던 볼레아도라스를 흔들며 추는 말람보, 아르헨티나 각 지방마다의 고유음악, 관광객들이 지닌 국가들의 전통음악, 그리고 6세부터 그 농장의 터줏대감으로 살아온 현지인 사회자가 한국어로 부르는 아리랑을 눈물 글썽이며 소리소리 함께 따라 부르게도 되었다. 세상 태어나 그리도 소리 높여 부르던 노래 처음이었다고 본다. 오후에 농장의 벌판 객석에 앉아 구경하던 가우초쇼.
아침나절에 가장 먼저 제시 되었던 말이나 마차타기를 분기점으로 마떼와 간식을 드는 일로 관광코스를 매우 알차고 산뜻하게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일사천리로 잘 해낼 수 있었다.
오고가는 두 시간은 물론이고, 진정 즐겁고 흥미로움이 함께 한 관광이었다고 여겨진다.
인공미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 개성 있게 자라난 나무숲과 화초들, 많은 종류의 동물들, 홍학, 오리, 공작, 생전 처음 보는 난쟁이 소. 많은 골통품으로 변모된 예스런 농기구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말 타기가 두려워 마차타기를 선택했던 내가 탄 흰 색 쌍두마차는 가우초 차림의 청년마부가 건네는 절제 담긴 지시와 채찍질에도 전혀 움직이지를 않아서 말이 말을 참 안 듣는구나, 그렇게 안타까움과 관심으로 바라보았는데, 원래의 관리자인 아가씨마부로 교체되자 언제 그랬었냐는 듯 말이 말을 각본이 짜인 것처럼 잘 듣기 시작했던
시간…….
결국 고집쟁이 말도 사랑에는 말이 따로 필요치 않아 말을 잘 듣기 마련이구나.
K동문의 남편 되시는 W장로님께서 가리키는 커다란 나무의 하늘 가까운 부분인 꽤 굵은
팔뚝이 옆 나무에게 신세를 안 지려고 팔을 휑하니 돌려 완만한 한 아름의 소용돌이로 서
있는 모습 또한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길은 함께 손을 붙잡고 사는 일은 아니라는 듯 회오리바람
처럼, 포옹처럼, 자제하고 서 있는 그 자태는 말 그대로 눈물겨운 살아냄이었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거나 눈 감고 휴식 중인 동문들의 맨 앞 쪽 좌석, 단독으로 된
전망 좋은 자리를 선택했던 나는 차창으로 스쳐 지나는 초록빛 광야를 싱그럽게 주시
하며 싱싱 신나게 돌아오고 있었다.
내가 언제나 흐르는 곳.
어디로인지 가고 가는 것 같은데 계속 머물러야 할 곳으로 오며 오게 되는…….
관광시간 내내 동문들은 내게 수시로 질문을 보내왔었다.
" 시가 저절로 나오지요?"
겉으로는 웃었고, 그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으나 나는 속으로 응답했을 것이다.
(아뇨, 시가 잽싸게 도망가요. 자연 앞에서는 따로 시가 필요하지 않거든요.)
다음 달에 사라떼 강으로 떠나보기로 한 낚시관광, 그걸 꼭 가게 될지 나는 아직
모르고 있다.
당일 새벽에나 결정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가고 가는 게 아니라 오며 오고 있어라.
헤르만 헤세가 말한 구원의 길…….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통해 있지 않은
자기 자신의 마음 속
신과 평화가 존재하는 곳으로.
나 오늘 어찌하여 불현듯 엄마가 보고 싶다.
그리하여 몸을 둘로 접듯이 엎뎌 조금 울컥해지는가 하면 거의 쓸쓸해진다.
한동안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도 없다고 큰소리였었는데 …….
'돈 실바노'처럼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내 나라, 그리고 청주.
그 나라와 그 도시는 오늘 내게 너무 멀구나.
···아래의 동영상은 '돈 실바노'의 공연과 수준이 다름을 밝힙니다.
아래의 무용수들은 이 나라에서도 저명한 예술인들이라고 합니다.
2011년 11월 7일 월요일
명편
-복효근
채석장 암벽 한구석에
종석♡진영 왔다 간다
비뚤비뚤 새겨져 있다
옳다 눈이 참 밝구나
만 권의 서책이라 할지라도 이 한 문장이면 족하다
사내가 맥가이버칼 끝으로 글자를 새기는 동안
그녀의 두 눈엔 바다가 가득 넘쳐났으리라
왔다 갔다는 것
자명한 것이 이밖에 더 있을까
한 생애 요약하면 이 한 문장이다
설령 그것이 마지막 묘비명이라 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이미 그 생애는 명편인 것이다
채석장 암벽 한구석에
종석♡진영 왔다 간다
비뚤비뚤 새겨져 있다
옳다 눈이 참 밝구나
만 권의 서책이라 할지라도 이 한 문장이면 족하다
사내가 맥가이버칼 끝으로 글자를 새기는 동안
그녀의 두 눈엔 바다가 가득 넘쳐났으리라
왔다 갔다는 것
자명한 것이 이밖에 더 있을까
한 생애 요약하면 이 한 문장이다
설령 그것이 마지막 묘비명이라 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이미 그 생애는 명편인 것이다
2011년 11월 6일 일요일
詩
-이기철
성공하려고 시를 쓴 건 아니다
물살같이 가슴에 아려오는 것 있어 시를 썼다
출세하려고 시를 쓴 건 아니다
슬픔이 가슴을 앨 때 그 슬픔 달래려고
시를 썼다
내 이제 시를 쓴 지 삼십 년
돌아보면 돌밭과 자갈밭에 뿌린 눈물 흔적
지워지지 않고 있지만
나는 눈물을 이슬처럼 맑게 헹구고
아픈 발을 보료처럼 쓰다듬으며 걸어왔다
발등에 찬 눈 흩날려도
잃어버린 것의 이름 불러 등을 토닥이며 걸어왔다
읽은 책이 모두 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식이란 부스럼 투성이의 노인에 다가가는 것
앎은 오히려 저문 들판처럼 나를 어둠으로 몰고 갔으니
그러나 노래처럼 나를 불러주는 것
이기는 일보다 지는 일이 더 아름다움을
깨우쳐준 것은 시뿐이다
나무처럼 내 물음에 손 흔들어주는 것은
시뿐이다.
고요의 힘인, 삶의 탕약인
성공하려고 시를 쓴 건 아니다
물살같이 가슴에 아려오는 것 있어 시를 썼다
출세하려고 시를 쓴 건 아니다
슬픔이 가슴을 앨 때 그 슬픔 달래려고
시를 썼다
내 이제 시를 쓴 지 삼십 년
돌아보면 돌밭과 자갈밭에 뿌린 눈물 흔적
지워지지 않고 있지만
나는 눈물을 이슬처럼 맑게 헹구고
아픈 발을 보료처럼 쓰다듬으며 걸어왔다
발등에 찬 눈 흩날려도
잃어버린 것의 이름 불러 등을 토닥이며 걸어왔다
읽은 책이 모두 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식이란 부스럼 투성이의 노인에 다가가는 것
앎은 오히려 저문 들판처럼 나를 어둠으로 몰고 갔으니
그러나 노래처럼 나를 불러주는 것
이기는 일보다 지는 일이 더 아름다움을
깨우쳐준 것은 시뿐이다
나무처럼 내 물음에 손 흔들어주는 것은
시뿐이다.
고요의 힘인, 삶의 탕약인
인생을 다시 산다면
If I Had My Life To Live Over Nadine Stair* I'd dare to make more mistakes next time. I'd relax, I would limber up. I would be sillier than I have been on this trip. I would take fewer things seriously. I would take more chances. I would take more trips. I would climb more mountains and swim more rivers. I would eat more ice cream and less beans. I would perhaps have more actual troubles, but I'd have fewer imaginary ones. You see, I'm one of those people who live sensibly and sanely hour after hour, day after day. Oh, I've had my moments, and if I had it to do over again, I'd have more of them. In fact, I'd try to have nothing else. Just moments. One after another, instead of living so many years ahead of each day. I've been one of those persons who never goes anywhere without a thermometer, a hot water bottle, a raincoat and a parachute. If I had to do it again, I would travel lighter than I have. If I had my life to live over, I would start barefoot earlier in the spring and stay that way later in the fall. I would go to more dances. I would ride more merry-go-rounds. I would pick more daisies.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내딘 스테어* 이번에는 실수를 더 많이 하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지금보다 더 어리석어지리라. 심각하게 생각하는 버릇을 줄이고 대담하게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도 더 많이 다니겠다. 산에도 더 자주 오르고 강에도 더 자주 갈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먹고 콩은 줄이리라. 현실의 괴로움은 늘어날 터이나 가상의 괴로움은 줄어들리라. 보다시피, 나는 시간 시간, 하루하루를 분별 있고 건전하게 사는 사람 오, 나는 의미 있는 순간들을 체험해 보았다. 하여 다시 산다면, 그러한 순간을 더 많이 체험하리라. 사실, 다른 것은 원하지 않느니 그런 순간들이면 족하리라. 기나긴 세월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살지 않고, 한 순간 한 순간을 살리라. 나는 여태까지 온도계와, 온수병과, 비옷과, 낙하산 없이는 어느 곳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었나니 다시 산다면, 이번엔 가벼이 차리고 여행하리라. 내가 다시 산다면 이른 봄에 맨발로 시작하여 늦가을까지 맨발로 다니리라. 춤추는 곳에 더 자주 가련다. 회전목마를 더 자주 타겠다. 데이지 꽃을 더 많이 딸 것이다. *인터넷의 어떤 페이지에는 이 평범한 시가 보르헤스의 작품으로 나와 있다. 제목도 순간들이라고 되어 있고. 잘못된 일이다. 사실은 내딘 스테어의 작품임. 보르헤스의 시는 항상 수학적인 편인데...... . |
2011년 11월 5일 토요일
친애하는…….
두서너 달 적조했습니다.
쨍쨍함이라거나 어스름을 가리려 할수록 더 많이
빛이시던 님…….
그대를 기억에서 지우려고 자주 산책을 일삼던 길의 꽃과 잎에서
세상을 향한 의미일지도 모르는 메시지를 마치 내 것인 양 마시고
흡수하고 그랬던 적 여러 번 있었을 겁니다.
맨날 외로움이나 노래 삼아 읊고, 틈날 때마다 시에 매료되고
음악에만 의지하고 살다가 오늘은 최근의 아르헨티나를 약간
조명해보고 싶어져 고즈넉한 맘 애써 밀치며 이 글을 적습니다.
달러 구입 봉쇄령, 연방 세입청의 환전 승인, 또는 불가 판정…….
때 아닌 굵직굵직한 활자들이 신문의 지면을 쿠데타처럼 점령하고
있는 작금입니다.
대통령 크리스티나가 바보는 아니겠지요. 저의 표현이 지나쳤나요?
집권 초반부터 정계나 민심을 이런 식으로 흔들고 있다는 건, 결코
미련해서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상상이 떠올려져서 꺼내는
얘기입니다.
초장부터 해외도피자금유출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거대한 암묵적 플랜이
저 같은 서민에게도 훤히 엿보이고 있습니다.
고통이 동반된 물밑작전이 급물살을 탔을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악어의 눈물'도 흘렸을 테지요.
그동안 이미 20퍼센트 정도 상승곡선을 그었던 인플레와 물가까지도 어깨를
나란히 세운 뒤 함께 행진을 시키기 위해선 달러의 상승작용은 거의 불가피한
입지전적 변수로 여겨지는군요.
20프로 이상은 오르리라고 관망한다해도 큰 무리수는 아니라고 우기며
강압적으로 실행될 수도 있으리라고 사료됩니다.
서서히……. 또는 한꺼번에.
이건 순전히 현지인의 논평에서 얻어낸 소견일 따름입니다
대통령 크리스티나의 에비타 흉내 내기 지향은 지난 몇 년처럼 계속되어질
전망은 다소 흐릿해 보입니다.
저소득층이라고 볼 수 있는 종업원들이나 노동자들에게 많은 혜택과 보상을
베풀어 오면서 예상치를 넘는 표밭의 수확과 목표달성을 무난히 이룩했고,
점차 보상금을 줄이겠노라는 발표까지 있었기에 하는 말입니다.
자명한 일은 만약 경제파동이 몰려 온다하더라도 저소득층이야 크게 압박 받지
않으리라는 점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체질적으로 연금이나 보험이라거나 보상금 따위에 알레르기를
일으켰던 저와 비슷한 부류는 갈수록 이런 제도에 거부감을 일으키리라는 거죠.
더욱 절약을 익혀야 하리라고 작정하게도 됩니다.
이보다 더? 이 이상 더 어떻게? 그리 투덜대기도 하면서요.
어쩌겠어요.
10년 마다 주요 행사처럼 치르고야 마는 고질병 아니던가요?
이미 지난 일이라고는 해도 우린 그동안 얼마나 어쩌구니없고 암울하던 세상을 태연히, 그리고 무난히 겪어냈을런지요.
자고 새면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로 숨을 쉬게 되던 물가와 인플레에 시달리면서요.
그야말로 아침마다 물가가 올라도 단지 선비기질을 못버렸던 영향 탓에 그나마 견뎌왔었지 않았나 싶군요.
사재기까지 하면서 살기는 싫다며 모아둔 지페들이 하루하루가 아니라 시시각각 휴지조각처럼 가치를 상실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지켜만 보던...... .
그땐 기도 안 막혔었지만 지금에와선 참으로 흥미진진했던 시절들이었다고 흔쾌히 웃어 넘길 수도 있게된 세월들...... .
하물며 얼굴은 백만페소지만 값어치는 백달러에도 턱없이 못미치게 되는 그리도 희한한 지폐까지도 등장하고 받아들였지 않았던가요?
모국 여행 중에 조카들에게 한 장씩 나눠주자, 사용은 못하지만 그 나름의 희귀성 때문에
무진장 좋아라 하던그런 날들...... .
어려서 부터 우표와 동전, 그리고 각국의 지폐를 수집하는 아들은 지금도 백만페소 화폐를 수십장이나 지니고 있기도 하지요.
다시 힘내야겠지요.
내 나라에서도 힘들다 그러고, 미국이나 멕시코에서도 아우성이고
그야말로 우리는 언제 유목민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는지요 .
다시 소식 드리겠습니다.
주말이라 바쁘다는 핑계로, 점묘화 그리듯 쉬엄쉬엄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수시로 고치게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
.
어젠, 비 같지도 않은 비였고 무덥기까지 했지만
가장 산뜻한 맘으로
오늘 그렇게 흐르시기를 바라며…….
토요일 정오 무렵에
맹하린 올림.
6월
-이외수 | ||
- | ||
바람부는 날 은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知天命)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
2011년 11월 4일 금요일
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그렇게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이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이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 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만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그렇게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이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이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 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만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2011년 11월 3일 목요일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천양희
원고료도 주지 않는 잡지에 시를 주면서
정신이 밥 먹여 주는 세상을 꿈꾸면서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제 숟가락으로 제 생을 파먹으면서
발빠른 세상에서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하면서
냉정한 시에게 순정을 바치면서 운명을 걸면서
아무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면서
새소리를 듣다가도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고 책상을 치면서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시적인 삶에 대해 쓰고 있는 동안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무지하게 땀이 났다
*연암 박지원의 글
악수
-천양희
내가 시를 받아주는 줄 알았는데
요즈음은 시가 날 받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가 날 받아줄 때 시인인 게 행복하고
시가 시답지 않을 때 시인인 게 부끄럽다
그러니 시여, 날마다 내 손을잡아다오
원고료도 주지 않는 잡지에 시를 주면서
정신이 밥 먹여 주는 세상을 꿈꾸면서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제 숟가락으로 제 생을 파먹으면서
발빠른 세상에서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하면서
냉정한 시에게 순정을 바치면서 운명을 걸면서
아무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면서
새소리를 듣다가도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고 책상을 치면서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시적인 삶에 대해 쓰고 있는 동안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무지하게 땀이 났다
*연암 박지원의 글
악수
-천양희
내가 시를 받아주는 줄 알았는데
요즈음은 시가 날 받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가 날 받아줄 때 시인인 게 행복하고
시가 시답지 않을 때 시인인 게 부끄럽다
그러니 시여, 날마다 내 손을잡아다오
강물이 될 때까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흐린 강물이 흐른다면 흐린 강물이 되어 건너야 하리 디딤돌을 놓고 건너려거든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디딤돌은 온데간데없고 바라볼수록 강폭은 넓어진다 우리가 우리의 땅을 벗어날 수 없고 흐린 강물이 될 수 없다면 우리가 만난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사람이 아니고 디딤돌이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유진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가슴 흐린 날에는
당신이 지어주신 그리움을 읽고,
눈부시게 맑은 날에는
점 하나만 찍어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저녁 창가에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
저리도 붉게 타는 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편지
책상 모서리에 쌓아두고
그립다.. 쓰지 않아도 그립고,
보고 싶다.. 적지 않아도 우울한...
내 생애
가장 그리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여태껏
한 번도 부치지 못한 편지는
당신..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신이 괜찮은 척 하는 만큼
나도 괜찮은 것이라고,
당신이 참아내는 세월 만큼
나도 견디는 척 하는 것이라고,
편지 첫머리마다
쓰고 또 쓰고 싶었던 편지도
당신..이라는 사랑이었습니다.
내 생애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편지였듯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답장도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당신이었습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가슴 흐린 날에는
당신이 지어주신 그리움을 읽고,
눈부시게 맑은 날에는
점 하나만 찍어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저녁 창가에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
저리도 붉게 타는 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편지
책상 모서리에 쌓아두고
그립다.. 쓰지 않아도 그립고,
보고 싶다.. 적지 않아도 우울한...
내 생애
가장 그리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여태껏
한 번도 부치지 못한 편지는
당신..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신이 괜찮은 척 하는 만큼
나도 괜찮은 것이라고,
당신이 참아내는 세월 만큼
나도 견디는 척 하는 것이라고,
편지 첫머리마다
쓰고 또 쓰고 싶었던 편지도
당신..이라는 사랑이었습니다.
내 생애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편지였듯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답장도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당신이었습니다.
2011년 11월 2일 수요일
여행
-박경리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
피치 못할 일로 외출해야 할 때도
그 전날부터 어수선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나다니기를 싫어한 나를
구멍지기라 하며 어머니는 꾸중했다
바깥 세상이 두려웠는지
낯설어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도 남 못지 않은 나그네였다
내 방식대로 진종일 대부분의 시간
혼자서 여행을 했다
꿈속에서도 여행을 했고
서산 바라보면서도 여행을 했고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면서도,
서억서억 톱이 움직이며
나무의 살갗이 찢기는 것을,
그럴 때도 여행을 했고
밭을 맬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여행을 했다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
행선지도 있었고 귀착지도 있었다
바이칼 호수도 있었으며
밤 하늘의 별이 크다는 사하라 사막
작가이기도 했던 어떤 여자가
사막을 건너면서 신의 계시를 받아
메테르니히와 러시아 황제 사이를 오가며
신성동맹을 주선했다는 사연이 있는
그 별이 큰 사막의 밤하늘
히말라야의 짐진 노새와 야크의 슬픈 풍경
마음의 여행이든 현실적인 여행이든
사라졌다간 되돌아오기도 하는
기억의 눈보라
안개이며 구름이며 몽환이긴 매일반
다만 내 글 모두가
정처 없던 그 여행기
여행의 기록일 것이다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이기철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해야 하리라
내 등뒤로 사라진 어제, 나 몰래 피었다 진 들꽃
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
눈 속에 묻힌 씀바귀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철새들의 영혼
오래 만지다 둔 낫지 않은 병,
추억은 어제로의 망명이다
생을 벗어버린 벌레들이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 가벼워서 가지조차 흔들리지 않는 집
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이 아려온다
짓밟혀서도 다시 움을 밀어 올리는 풀잎
침묵의 들판 끝에서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제부도
-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2011년 11월 1일 화요일
뼈아픈 별을 찾아서-아들에게
-이승하
취해서 귀가하는 어느 밤이 온다면
집에 당도하기 전에 꼭 한 번
하늘을 보아라 별이 있느냐?
별이 한두 개밖에 없는
도회지의 하늘이건
별이 지천으로 돋아난
여행지의 하늘이건
뼈아픈 별 몇이서
너를 찾고 있을 테니
그 별에게 눈 맞춘 다음에야
벨을 눌러야 한다
잠이 들어야 한다 아들아
천상의 별을 찾는다고 네 발 밑에서
지렁이나 개미가 죽게 하지 말기를
통증을 느끼는 것들을 가엾어하지 않는다면
네 목숨의 값어치는 그 미물과 같지
아들아 네 등뒤로 떨어지며 무수히 죽어간
별똥별의 이름은 없어 뼈아픈 별이기에
영원히 반짝이지 않는단다.
취해서 귀가하는 어느 밤이 온다면
집에 당도하기 전에 꼭 한 번
하늘을 보아라 별이 있느냐?
별이 한두 개밖에 없는
도회지의 하늘이건
별이 지천으로 돋아난
여행지의 하늘이건
뼈아픈 별 몇이서
너를 찾고 있을 테니
그 별에게 눈 맞춘 다음에야
벨을 눌러야 한다
잠이 들어야 한다 아들아
천상의 별을 찾는다고 네 발 밑에서
지렁이나 개미가 죽게 하지 말기를
통증을 느끼는 것들을 가엾어하지 않는다면
네 목숨의 값어치는 그 미물과 같지
아들아 네 등뒤로 떨어지며 무수히 죽어간
별똥별의 이름은 없어 뼈아픈 별이기에
영원히 반짝이지 않는단다.
연못을 파고 살아야지
-공광규
몸에 연못을 파서
수심을 뚫고 올라온 연꽃을
수면에 모시고 살아야지
흙탕물을 맑게 하고
쓰레기를 가라앉힌 연못
그 바닥에서 솟아오른 연꽃을 모시고 살아야지
연못의 마음은 수평
다시 수평을 잡는 수면
몸에 날아오는 돌 하나쯤
퐁당! 맑은 소리로 받은 뒤
다시 수평으로 돌아와야지
벌레가 뛰어들면
수면을 약간 흔들어
반짝반짝 아름다운 물별을 보여줘야지
마음에 천둥이 와서
수심을 흔들고 수위가 넘쳐 눈물 보이더라도
이내 수평으로 돌아와야지
몸에 연못을 파서
깨끗한 뼈가 드러나도록 파서
수면에 연꽃을 모시고 살아야지
몸에 연못을 파서
수심을 뚫고 올라온 연꽃을
수면에 모시고 살아야지
흙탕물을 맑게 하고
쓰레기를 가라앉힌 연못
그 바닥에서 솟아오른 연꽃을 모시고 살아야지
연못의 마음은 수평
다시 수평을 잡는 수면
몸에 날아오는 돌 하나쯤
퐁당! 맑은 소리로 받은 뒤
다시 수평으로 돌아와야지
벌레가 뛰어들면
수면을 약간 흔들어
반짝반짝 아름다운 물별을 보여줘야지
마음에 천둥이 와서
수심을 흔들고 수위가 넘쳐 눈물 보이더라도
이내 수평으로 돌아와야지
몸에 연못을 파서
깨끗한 뼈가 드러나도록 파서
수면에 연꽃을 모시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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