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2일 일요일
한국인으로 다른 나라에 살아가는 날의 삽화(揷畵)
맹하린
토요일 오후 7시에 있었던 C교회의 Total웨딩 꽃을 도맡았던 나는 사흘 동안 쉴 새 없이 바빴다.
금요일은 많은 꽃을 구입했었고, 장식과 납품과정까지 한 치라도 손색없이 치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인생사(人生事)가 항상 그렇듯, 큰 행사를 맡은 날은 주문이 더 많이 겹치고 한두 가지의 크고 작은 차질(差跌)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엔 오후 2시에 도착되기로한 트럭이 말썽이었다.
모든 결혼식 꽃을 우리는 가게에서 장식한 뒤 트럭으로 납품해 왔다. 해당 교회에서 일하게 되면 일의 능률도 떨어지는 데다, 시간이 서너 배쯤 더 걸리게 되고 밤까지 세워야 되는 불편함이 따라서였다.
항상 5분 정도는 늦어 왔지만, 15분이나 늦는 경우는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15분 뒤에 막상 도착한 트럭은 시동이 잘 안 걸리는 문제가 있었나 보았다.
아들은 밥보(바보)는 아닌지라 아치라거나 꽃길에 사용할 소품들을 무조건 싣지 않고, 우선 차를 버스정거장인 우리 가게보다 약간 뒤쪽으로 대라고 지시한다.
시동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실었다가 다시 내리는 수고와,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는 낭패를 맛보고 싶지는 않은 포석(布石)같았다.
20미터도 못 움직이도록 다시 시동이 안 걸리는 트럭.
나는 다가가 현지인 기사에게 친절을 다해 부탁하게 된다.
“당신 회사에 전화해서 다른 차로 교대할 수 있나요? 똑 같은 크기거나 더 크다고 해도 상관은 없어요.”
늦게 왔어도 한 마디도 짚고 넘어가지 않지
시동이 안 걸려도 전혀 당황하지 않지
다른 차로 교체해 달라고 명령도 안 하지
시동이 안 걸리는 트럭을 오히려 가엾어 하는 내게 감동한 그 기사는 단박에 회사에 전화했고, 대신 오게 될 동료에게 까지 전화해서 15분 후 더 큰 트럭이 도착되도록 최대한의 선처를 다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불붙기 직전인 그의 속통에 성냥을 그어대는 인간은 못된다.)
그 기사에게 애석한 일이었다면서 팁도 건네고,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고 악수까지 나누기를 나는 솔선수범 해냈다.
교회에 도착해서 하얗게 칠해진 쇠로된 소품들과 꽃장식들을 교회 마당에 일단 옮길 경우 기사들이 약간이라도 도와주면 나는 팁을 더 얹어준다.
허리가 아파서, 팔을 다쳐서라고 적절한 이유를 다는 기사들한테도 나는 꼭 팁을 내주어 왔다.
그리고 팁보다 더 중요한 건 가식(假飾)없는 친절이다.
쓰잘데기 없는 얘기 안하면서 마치 내 오랜 동료처럼 대해주는 편안함 말이다.
국위선양(國威宣揚).
한국인으로 태어나 외국에 얹혀살면서 아플 때 무료로 치료해주고, 아들이 초등학교부터 대학 다닐 동안 무료로 다닐 수 있었고, 부에노스대학에 다니던 아들이 몇 년 동안 학비라고는 낸 적도 없었고, 책은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카피했었기 때문에 책값 하나 안 들었고, 버스나 전철비 밖에 안 들었던 고마운 나라에 대해 내가 감사하면서 내 나라를 손톱만큼이라도 알릴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언제 어떤 일을 만날지라도 내 편에서가 아니라 그들 입장이 되어주는 게 내 사고방식이고 방침(方針)이랄 수 있었다.
이 작은 일들조차 누구한테 배우고 익혀서라기보다 나는 위대한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一員)이라서 더 그래왔을 것이다.
체널 2 아메리카 방송의 어느 코미디 프로에서 활약(活躍)하는 유태인 Korol을 주축(主軸)으로 한 남녀 코미디언들이 중국슈퍼에서 동전 대신 캐러멜을 거스름 삼아 내주는 현실(現實)을 풍자하여 우리 교민사회, 특히 교민인터넷 게시판이 며칠 동안 와글와글 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슈퍼마켓은 중국인들이 생업으로 삼고 있는 판국인데, 한국인이라고
지칭(指稱)한 데서 문제가 야기(惹起)된 것이다.
작금의 아르헨티나는 지폐를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발행해 오고 있고, 동전도 품귀상태다.
새로 나온 2페소의 동전을 나는 겨우 하나만 기념주화로 모시게 되었을 정도다.
정말 시중에 더 돌고 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귀한 2페소 가치의 동전들...
어떤 면으로는 동전의 품귀상태를 회자(膾炙)시켰을 확률을 배제할 수는 없겠다.
또한 아베쟈네다 의류도매상가가 유태인으로 조성되었던 역사를 점차적으로 변환시켜 한인들이 거의 확보한데서 오는 원한이 개입되었을 확률 역시 유념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물론 유태인들이 한국인들에게 아베쟈네다를 점령당하긴 했어도, 그들은 이미 건물주로 격상하여, 3년에 한 번씩 되돌려 주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 조치를 당하지도 않는 권리금을 기만 달러에서 기십만 달러까지 챙긴다.
하물며 다달에 월세까지 오천달러에서 1만 달러까지도 챙기는 잇점까지 따르고 있다.
하지만 건물을 소유하지 못했던 유태인들도 많아서 상권을 빼앗겼다는 라이벌 의식에서 일이 그런 방향으로 흘렀으리라는 관점도 없잖아 있으리라고 사료(思料)된다.
이번 기회에 따끔히 혼을 내줘야 한다는 측과 코미디는 코미디일 뿐이므로 조용히 지켜보자는 사람들로 양분(兩分)되어 그 귀추(歸趨)가 주목되는 형세다.
물론 나는 조용히 지나가자는 온건파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 북에 오른 해당 관련의 글에 대한 조회 수가 이미 7만을 넘었다고 한다.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잘못 입을 열면 코미디가 되고
잘못 입을 달싹이면 비난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조용히 관망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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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본토인들에게 정말 잘 해주고 계시네요. 그게 한국인들이 더 대접받고 쓸데없는 비난을 받지 않게 되는 지름길이지 싶구요.
저도 유툽에서 그 코미디클립을 봤는데 조회수가 얼마되지 않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면 짧은 시간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리라 생각됩니다.
괜히 항의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게 무슨 소린가 하고 더 시청하게 되는 역효과가...
며칠 동안 교민 게시판이 와글거렸지만, 이제 조용해 보입니다.
현지인에게 특별히 잘 해주는 건 없구요.
인격적으로 대하는 편이라고 할까요.
왜냐하면 내가 바로 인격적으로 대함을 받는다면 기분이 나쁘진 않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 나라 역시 다른 서양나라들처럼 유태인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이슈건 간에 불씨를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는 일인이거든요. 저는...
적절한 말씀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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