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8일 일요일

Chascomus 호수



      맹하린


'뿐따 라라'라는 이름을 지닌 강 역시 그래왔지만, 차스코무스 호수는 내가 매년 한 두 번씩 소풍을 다녀오는 유원지의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낄메스 지역의 Jockey Club과 인접해 있는 어느 강은 오후 5시 무렵이면 밀물이 서서히 다가오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 장면에 매료된 나는 이번 노동절을 앞당긴 4월 30일(공휴일)의 문협야유회에,  다시 그곳으로 가자고 제안하게 되었다.

차스코무스 호수는 얼마나 넓고 기다란지, 미니관광버스로 45분을 드라이브해도 언제 끝날지 감(感)도  못 잡아 결국 도중에 포기하고 돌아오게 된다.
3,044헥타르의 면적에 길이 15Km와 넓이 5Km의 규모이며 1.50M에서  2.5M까지의 깊이를 간직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쯤  달려야 닿게 되는 강이다.
아르헨티나의 관광지는 인공미가 전혀 보태어지지 않은 자연미로만 이룩되어 그 점이 가장 매혹적이다.
누가 한국과 아르헨티나 중 어느 나라의 풍경(風景)이 더 아름다운가를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단연, 둘 다 아름답다가 될 것이다.
한국은 아기자기, 올망졸망, 알뜰살뜰.
아르헨티나는 광활하고, 꾸밈이 없고, 각양각색이고.
누가 두 나라 중 어느 나라가 더 좋은가를 질문한다면
나는 단연 두 나라 모두 좋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한국의 기득권(旣得權)이 권위만 고집하는 세태에 대해서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관점과 입장을 지니고 있다.
모든 분야에 알게 모르게 골고루 분포(分布)되어 있는 본국 기득권층의 횡포(橫暴)는 날이 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아 보인다.
나처럼 자유주의에 넋 빠져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비록  이민자의 삶이라는 게  때로 뼈시리게 외로울지라도 차라리  견딜 만 하다는 안도 같은 걸 하게도 된다.
문명과 권력에 중독되어 어쩌고저쩌고 떠들기만  좋아하는 기득권마니아들의 윤리와 비윤리.
그건 흡사 아르헨티나의 강과 바다만큼이나  넓고 큰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고 사료(思料)되기도 한다.
이해가 안되지만 이해를 넓히려고는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사는 곳엔 어디나 그런 현상과 병폐가 기득권이라는 이름의 기치 같은 걸  내세우기를 마다하지 않고  영낙없이 존재하고 있음에랴.

호수, 차스코무스.
언덕에 앉아 물끄러미 호수를 지켜보노라면
낮은 벼랑 아래에서 찰나처럼 포옹하는 파도와 수초들의 함성이
끊임없이 귀를 간질이고는 한다.
나는 그럴 때,  뜻밖의  사고(思考)에 잠기게 된다.
글에서 멀어진다면 그 무엇이 나를 자연과 자주 만나게 해줄 것인가.
자연을 만날 때마다 가장 절실하게 깨닫는 사실이 또 있다.
자연이야 당연지사 만나게 되어 있지만, 자연 앞에서는 세상살이에서 특별히 아끼는 이들을 일렁이듯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일부러 그러려고 해서도 심심해서도 아니다.
그냥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아마도 경계심이 사라져서인 것 같다.
마치 소나기를 지켜보는 날에 그러하듯이.

그리고 결과적으로 볼 때,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放置)하고 밀쳐 두었던 나.
내가 바라보기에도 때로 쓸쓸해 보이는
그 , 나와 긴실하게 만나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다가온다.
그러한 순간들이 하나하나 엮이어
내게 언제라도 생(生)의 배경(背景) 과 울타리가  되어주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나는 이미 소풍을 기다리고 있다.
자연도 자연이지만, 고즈넉이 나를 만나기 위해서다,
서정성(抒情性)의 복원이 될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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