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5일 목요일
그대, 그대!
맹하린
어젯밤 퇴근 후.
우박을 겸한 폭풍우가 한참이나 내렸습니다.
내게 내리는 푹풍우가 그대에게 이슬비일 수 없겠다는 생각을 순간처럼 했었어요.
일부러 현관으로 나가 비와 우박이 섞이듯 쏟아지는 마당을 한참이나 지켜봤답니다.
가락져 살라는데 가락져 사는 일이 의외로 버거운 느낌 잦고 잦습니다.
그럴 때마다 게을러 보이는 기다랗고 특이한 내 손가락들을 유심히 바라보게도 됩니다.
그리운 대상을 범람하는 강 양쪽에서 무심껏 서로 건너다보듯 대책 없을 때 참 많았습니다.
우리는.
저는 톨스토이의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인간이란 강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어느 강에서나 똑 같아서
어디를 가건 변함이 없지만
강 그 자체에 이르러서는 좁은 것도 있거니와
빠른 것도 있고. 넓은 것도 있거니와 고요한 것도 있고
맑은 것도 있거니와 흐린 것도 있고, 찬 것도 있거니와
따스한 것도 있다.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 속에 인간으로서의 온갖 성질의 싹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때는 하나의 성질이 나타나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다른 성질이 나타나고 해서
똑 같은 사람이면서도 가끔 전혀 다른 성질이 나타날 때도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등에 진 짐 덜기 위해 더 이상 애쓰지 않겠다고 작정 같을 걸 굳혔는데
그런데 짐이 저절로 내려지고 있음을 섬광처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짐은 내리려고 하면 더 무거워질 뿐이라는 걸 한두 번 겪었던 게 아니라서
나는 현재 있는 그대로 잘 흐르려고 하는 것입니다.
상황이라는 것은 얼마나 흔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일탈을 부추겨 왔던 지요.
내가 살아가는 주위마다 언제나 거대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나지막이 또는 우뚝, 고즈넉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내가 이 도시에서 자나 깨나 터득한 유일한 진리는 인생을 관조하는 자조와 같은 자세였던 게 아니었나 싶어집니다.
나는 항상 어느 정도는 내 시야로 살아 냈지만, 또 어느 관점으로는 다른 이의 시선을 중요시하면서 살아 왔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관습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집착하면서 상념을 키우게 되면 우리는 한층 획기적인 창조의 가능성을 잃게 되는 우매함에 처하게도 되죠.
생각을 약간 바꾸고 배열만 달리해도 매우 혁신적인 결과를 얻게 되는 계기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작가들이 좋은 작품 하나를 위해서는 무조건, 써야지라는 각오만 가지고는 지난할 일이 될 것입니다.
자극도 필요하고 긴장도 주어져야 하고 해이나 휴식이나 산책도 필수적 여건이 되리라고 여겨집니다.
오늘 역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튀지 않고 단지 고요를 아끼며 살아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이 시점에서 말입니다.
압니다.
갈등이 어떤 의미에서는 나를 많이 떠밀기도 했고, 그리고 데리고 다니기까지 했다는 거.
언젠가부터 겨우 깃을 펼치던 화평조차도 오래 전에 마련된 일이었다는 거.
때로 그 선택과 같은 예비에 대해서 뭐라 표현키 힘든 경이를 껴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미움이고 누군가의 그리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사실 기쁨이라기보다는 고통의 폭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단정 됩니다.
글을 써낼 때마다 무슨 생각으로 치열해지는 줄 아시는지요?
글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난다면 진심이 아닐 테죠.
걱정, 사람, 사건. 그런 것 싹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이고 싶은데 그런 것들과 함께 하기 위해,혹은 그것들을 애써 잊으려고 나는 글을 써내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지도 모릅니다.
운명이 불쑥 내 앞에 나타나서 나를 겁주다가 제멋대로 자취를 감추는 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시로 가능했습니다.
겪을 만큼 겪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더니 어느 날부터 운명에게서 너무나 자유로워졌습니다.
부활주간입니다.
어쩐지 할말도 못하겠으며
회개하라 권유하는...... .
자고 났더니 세상이 온통 어수선 해져 있었습니다.
폭풍우라고 알고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downburst였더라는 얘기가 됩니다.
지난 밤의 재난으로 17명의 사망과 500여명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지방도시에선 지붕이 날아간 집들이 많아서그 피해가 예상외로 컸다고 합니다.
여러 차례 지적해온바 있지만 아르헨티나의 토질은 약간의 비에도 물의 흡수가 재빠릅니다.
그런 반면, 거목의 나무들은 지나치게 뿌리가 얕게 뻗어 있습니다.
국민성이 그렇다기에는 어폐가 있겠고, 일종의 정책을 닮았다고나 표현하고 싶어집니다.
상띨리 공공환경부장관의 발표에 의하면 복구작업에 6백만 페소(1백 2십만 달러 상당)의 경비가 소요되고 있고, 1,500명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쓰러진 나무가 무려 1만여 그루나 된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장관은 , 이와 같은 재변에 대해서 61년만에 발생 했으며 , 인간이 환경을 파괴한 데서 빚어진 피해로 간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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