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1일 월요일
내 잘못이다
맹하린
이른 아침 시간인 7시경에 출근해서 인터넷을 점검할 때면, 맨 먼저 Google뉴스를 보고 hot메일과 g메일을 체크한다.
hot메일의 경우 트위터에 팔로우 해달라는 요청이 500이 넘게 도배되어 있다.
숫자라는 숫자마다에 지극히 약할 뿐 아니라 중노동자인 나는 일일이 응답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담엔 내게 평화를 안기는 이웃 블로거 몇 분에게 다녀온 후 트위터에 들른다.
공감 가는 좋은 말에 리트윗 정도나 하고 정치적인 얘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흥미조차 안두는 편이다.
드디어 Kornet에 들러 교민뉴스를 접하고 가장 나중에 이윽고 도착하는 곳이 상조회의 자유게시판이다.
회원이 된 지 벌써 4~5년 되었을 것이다,
한동안은 일주일 간격으로 좋은 시와 음악을 펌으로 올렸고 아침마다 의무처럼 댓글을 여럿씩 달았었다.
너무 나대는 인상을 안길까 염려한 나머지 몇 개의 중복 아이디를 사용할 때도 많았다.
그곳의 몇몇 누리꾼들은 나에게서 얘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매우 특이한 재주들을 지녔다.
그것도 내가 자진해서 말하지 않을, 그리고 그런 식으로 결코 마음을 열지 않을 일에 관해 짧거나 길게 얘기를 시키는 재능꾼들이다.
언젠가부터 포스팅도 리플 달기도 삼가고 있다.
나로서는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했던 걸로 아는데, 밀당을 제대로 못해낸 게 아닌가 싶어지는 일이 자주 반복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운명론자다.
닥치는 일마다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떤 인연조차도 오면 운명이고 가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찰랑찰랑, 거의 쏟아질 듯 넘치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가끔은 악플러에게 할큄을 받고 며칠 쯤 안 들어 갈 때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표적도 크지 않은데 화살을 자주 얻어맞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꽤나 얼떨떨해지는 기분 같은 게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 환경과 나의 모든 습관을 사랑하고 아끼듯이 타인(他人) 역시 그래왔었다.
여러 해 동안 자유게시판은 내게 하나의 습관이었다.
그들과 함께 지냈던 일 자체가 하나하나의 일과(日課)였으며 새로운 취미로 부상(浮上)하듯 떠오르기도 했다.
가장 확실한 건 나는 그들에게 나에 어울리는 역할을 두리뭉실 이행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커다란 오류가 발생했을 것이다.
마치 병살타(倂殺打)를 맞은 것처럼 어리둥절한 느낌이 하염없이 밀어 닥칠 때면 아예 그 사이트를 차단시켜 놓은 기간도 몇 번인가 있었다고 자인하게 된다.
그럴 때는 며칠도 지나지 않아 눈치 백단인 가족이 내 대신 다시 설치해 놓고는 했다.
내가 어딘지 모르게 심심해 보인다는 게 이유이고 결정이고 배려가 되었다.
못 이기는 척 다시 눈팅이라도 시작해야 했다.
나를 위해선지 가족을 위해선지 그 적절한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새삼 가족에게 고맙다.
또 다시 며칠은 되었다.
눈팅도 안 하다가 눈팅만 하게 된 지가.
여태까지와는 다른 각오다.
그 어떤 새로운 아이디로도 게시 글이나 댓글을 안 올릴 뿐 아니라 눈팅 정도만 해낼 생각이다.
그렇지만 장담은 나를 위해서도 가능하다면 금물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머잖아 다가갈 확률을 과감히 배제하지는 못할 일인 것이다.
나의 감성이나 나약함을 폭로함으로서 스스로 나를 소개(紹介)하고 나설 필요는 없다는 단정이 뒤늦게 생긴 뒤인 데도 말이다.
나는 익명(匿名)의 남용(濫用)과 악용(惡用)에서 이제라도 벗어났음을 안도하고 있을까.
겉으로는 가벼워 보였으나 내게는 지독하고 극심했던 질타(叱咤)의 누적을 타파하기 위해서
특히나 이러는 것일까.
아니다.
나는 제 정신이다.
다만 고독했을 따름이다.
고독하지 않다는 것은 나의 관념에 위배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깨닫게 되었다.
자유게시판은 크게 참을성을 배울 수 있었던 너무도 유익했던 장소였다는 사실을.
귀뚜라미 몇 마리가 앞뜰의 이곳저곳에서 뜰뜰뜰 노래한다.
그동안 내 두뇌에 세심하게 찍혀 있었을 폐쇄회로 카메라를 세심하고 지긋하게 파악하는 심정이기만 하다.
나 어느덧 새로운 장르에 입성(入城)을 했을지도 모른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을 꿈꾸며.
글이나 가까이하며.
굳이 밝히고 싶은 건 내 악플러는 허구헌 날 나를 쫒아 다니며 내가 처한 환경이라거나 내가 머무는 세상을 지적하던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는 점이다.
철학적이라거나 심리학적으로 바른 말만 하는 사람도 아니다.
내 나이를 들추고 내 실명을 거론하고 내 생업을 밝히던 이는 더욱 아니었다.
그들은 보기 드문 지식인들이었다.
내가 가장 못견뎌하는 악플러는, 결국 선한 리플만을 달았었다고 건방 떨고 자부(自負)했을지 모르지만, 그들에게 살갑기만한 토닥임을 건넸었다고 여겼었던 내 스스로의 선풀에 내가 먼저 자주 얻어터진 거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
내 잘못이다.
바로 나다.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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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저같은 경우 그런 이유로 인해 인적이 드문 구글블로그에서만 지냅니다. 찾아 오는 사람도 많지 없고 와서도 선한 댓글만 남겨주시는 분들과 서로 마실 다니며 지내는 게 좋습니다. ^^
와글거릴 때는 저 나름으로 그걸 즐겼었는데 이젠 또 다른 길에 접어든 느낌입니다.
새로운 변화를 즐거움으로 받아 들이려 합니다.다음 주부터는 다시 온화해 진다는 뉴스지만
지금 이곳은 영하를 오가는 추위입니다.
사는 건 이런 거죠?
어떤 사람들은 따뜻함을~
또 다른 사람들은 시원함을 그리는~ㅎㅎ
ㅎㅎ 선생님 너무 겸손하신건 아닌지요?
사람들마다 각자의 개성과 느낌이 다 다른데 그중에 저를 싫어하는이도 있을것이며, 좋아하는 이도 있습니다. 제경우...타인과는 무언가 달라야 한다는 행동과 생각이 오히려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반증이 되더라구요.오히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그 감정을 순화된 언어로 솔직하게 표현함이 오히려 많은 이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전 악플보다, 무플이 더 견디기 힘듭니다.^^
자유게시판에서는 제가 아르님~그랬죠?
지금부턴 르헨님~ㅎㅎ
선생님? 그럼 나는 쌤!그럽니당!
악플이 악플 같지도 않고, 그래서 저의 고민은 시작이요 진행이로소이다...
거기다 아직도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능~
무플은 그런 것 같아요.
익명의 바다에서도 상대에게 거친 파도로 보여서는 안 되리라는 배려 정도...
비 같지는 않지만 비 내리나요?
새벽달도 보이고~
어딘지 모르게 기쁨이 함께 하는 오늘 되시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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