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일 토요일

딸년을 안고


-김사인



한 살배기 딸년을 꼭 안아보면

술이 번쩍 깬다 그 가벼운 몸이 우주의 무게인 듯

엄숙하고 슬퍼진다

이 목숨 하나 건지자고

하늘이 날 세상에 냈나 싶다

사지육신 주시고 밥도 벌게 하는가 싶다

사람의 애비 된 자 어느 누구 안 그러리

그런데 소문에는

단추 하나로 이 목숨들 단숨에 녹게 돼 있다고도 하고

미친 세월 끝없을 거라고도 하고

하여, 한 가지 부탁한다 칼 쥔 자들아

오늘 하루 일찍 돌아가

입을 반쯤 벌리고 잠든 너희 새끼들

그 바알간 귓밥 한번 들여다보아라

귀 뒤로 어리는 황홀한 실핏줄들

한 번만 들여다보아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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