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3일 토요일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소통인가
네 파아란 잎과 향기를 위해 나는 날마다 한 桶의 물을 길어 나르며
울타리 밖의 햇살을 너에게 끌어다 주었건만
이파리 사이를 들여다보면 너는 어느새 은밀히 가시를 키우고 있었구나.

그러나 사랑은 또한 얼마나 장렬한 소통인가
네가 너를 지키기 위해 가시를 키우는 동안에도 나는
오로지 너에게 아프게 찔리기 위해,

오로지 상처받기 위해서만 너를 사랑했으니
산초나무여, 네 몸에 돋아난 아득한 신열의 잎사귀들이여.
그러니 사랑은 또한 얼마나 열렬한 고독의 음악인가


......................................................................................................




문우 이향희 선생의 영전에 바칩니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초여름-
몇 년 전에 문협의 부회장을 맡았던 이향희 선생이 향년 60세로 타계했다.
임파선에  작은 암덩이를 발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는데  예고도 없이
그렇게 빨리 떠났다.
문협의 모임에 한동안 안 나타나서 안부전화만 몇 번 했었는데...
부군이신 김목사님께 전화도 드릴 수가 없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한 마디도 건네지  못하겠기 때문이다.

영원히 살아 낼 것처럼 아집을 부리며 서로 기고만장한 이 들에게 전하려던 시였었나?
결코 아니다.
나는 지금 오로지  묵상 중이다.
하물며 나의 문우 하나가 세상을 떠난  마당이 아닌가.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