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3일 수요일
젊은 베르테르처럼은 아니라서
맹하린
격동(激動)과 급변(急變)이라는 무장(武裝)을 갖춘 채 연병장(練兵場)을 돌고 돌며 강한 언어들이 날마다 강행군을 치르는 게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팽개쳐지고 있는 정세 속의 나날들이다.
해처럼 떠오르거나 달처럼 떠오르고
해처럼 지다가 달처럼도 지고 있는 현실이다.
입에 올리기도 손으로 쳐들고 보기도 두려워 컴퓨터의 자판을 두들기며 지켜보게 되는, 각종 매스컴을 굵직굵직한 메인뉴스로 장식하는 표제(標題)들.
'암달러, 거침없는 상승세 지속'
'환전규제 강화로 예금인출 사태'
'정부가 돈으로 노조원들 매수'
'채무 페소화'
'정부 모든 공직자의 금융자산 페소화'
' 민법 개정안 연방 상원에 제출'
'정기예금보다 자동차 투자가 낫다'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 크리스티나는 매우 역설적인 민법개정안을 과감하게 표출했다.
"법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자세로 21세기의 문제를 19세기의 법으로 해결하는 일은
지난(至難)한 일"이라는 제시였다.
본국의 뉴스 역시 강한 결정타를 날리며 절대적으로 만만치가 않다.
특히 이 제목이 나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리트윗, 조심!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 빠른 전파성, 그리고 이용자들의 동정심을 악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경고다.
수백만 명이 삽시간에 운집을 보일 수 있는 트위터 이용자들.
그들의 선량한 마음이 범죄행각 은폐를 노리고 올리는 글에 이용 되어 노도(怒濤)와 같은 트위터리안들이 앞 다투어 퍼 날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장식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사태를 발생시킨다는 지적이다.
"자신의 리트윗이 본인이나 남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경찰청 사이버기획수사팀 관계자가 밝혔을 정도로까지 일의 심각함이 절정에 이른 것이다.
트윗하느라 좋은 말 올린 기억이 한 두 번 밖에 안 되고, 리트윗 역시 격언이나 속담이 되는 좋은 말에만 했었기 때문에 그나마 나 스스로에게 안도하게 된다.
세상이 이리저리 회오리 칠 때는 조용히 책이나 읽으며 지내는 게
상책(上策)이라는 결심이 불현듯 치밀고 있다.
예전에 읽어냈던 책이 될 경우 또한 배제하지는 않는다.
어제오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가까이 하고 있다.
아래의 부분을 웃음으로 접했다.
"오늘 나는 로테네 집에 가지 못했네.
피치 못할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지.
나는 하인에게 로테네 집에 다녀오라고 시켰지.
로테 곁에 가 있다가 온 인간을 내 몸 가까이
있도록 하고 싶었던 걸세.
얼마나 마음을 죄며 그 하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는지
모른다네. 이윽고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나는 가슴이 설레도록 반가웠다네.
체면 대문에 차마 그러지는 못했지만 그의 목을
껴안고 키스를 해주고 싶었네.
형광석(螢光石)은 햇빛을 흡수해서, 밤이 되어도 얼마 동안은
빛을 발한다고 하더군.
그 젊은 하인이 나에게 있어서는 그것과 같은 존재였네.
그녀의 눈길이 그의 얼굴, 그의 뺨, 그의 홑저고리 단추.
그리고 그 하인의 외투 깃에 닿았었다고 생각하니,
그 모든 것이 신성하고 소중한 것으로 여겨졌네."
나 지금 또 다시 습관처럼 인터넷 서핑을 떠나는 중이다.
젊은 베르테르처럼 살 수 있는 세대는 죽었다 깨어나도 아니 되는 탓에
세상 어디나 널려 있는 자극적이며 충격적인 메인뉴스마다 새롭게 접수하며
나와 내 가족과 내 이웃과 내 교민과 내 조국과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휘휘 둘러보기 위한 신념을 산뜻함으로 간직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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