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5일 월요일

조사(弔詞) (6월 25일 한인묘지에서 있었던 이향희 선생의 하관예절에서)



삶이 향기롭던 향희 선생!
              
                 맹하린
 

상상치도 못했던 당신의 부음(訃音)을 접하고
우리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울음조차 막히고 말았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목이 꽉 잠기는 이 혼란은 대체 무슨 일입니까?
당신이 가시다니요.
이렇게 떠나다니요.
문학을 사랑하고
가족을 아끼고
교회와 신앙을 꽃처럼 가꾸던 당신이
그리도 서둘러 떠나시다니요.
최근 들어 지치고 힘든 투병생활을 하는 중에도
언제나 직선적이면서
늘 다른 이를 배려하던 당신이 아니셨습니까?
아픔의 고통 속에서도 오히려 가족을 위로하고 미소로 다독이던 당신은
이제 우리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고 그리도 바삐 떠나고 말았더이다.

갑자기 그렇게 떠나셔서 작별인사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지만
우리 이제 슬픔을 잊고 기도 안에서 그리움을 나누며
화평의 꽃만을 피우도록 해요.
당신이 떠나신 그곳은 의심 없이 좋은 곳인 것만은 확실한 사실일 테니까요.
참으로 강하던 당신이 그렇게 선선히 떠난 뜻은 따로 예비(豫備)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아픔 속에서도 아름답게 사랑하고 애착을 보이셨던 이 세상은 속히 잊고
주님의 나라에서 행복하시기를 간곡히 바라게 됩니다.
그곳에서도
이곳에서도
우리 이제 오로지 선한 모습으로만 살아가기로 해요.

향희선생!
이제 당신은 그곳에서
우리는 이곳에서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보아요.
언제나 밝고 환하게요.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였다가
새로운 별이 된 향희 선생…….
우리 모두 모처럼 한마음 되어
슬프고 아쉬우나 더없이 순명(順命)하는 자세로 인사합니다.
안녕히, 부디 안녕히 가시옵소서!

    당신의 문우 올림.

   
-초여름-

우리가 부대끼며 살아내는 하루하루가
한 시각 한 시각이
얼마나 소중하면서 첨예로운지
새삼 깨우친 어제와 오늘이었다.
나는 천주학쟁이지만
향희선생을 땅에,  또는  하늘에 보내며
그녀의 교우들이 슬픔의 빛으로 부르던
거기서, 거기서, 거기서...
그 찬송이 첨 듣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싸한 기운으로 마음 속을 헤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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