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4일 목요일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


           맹하린

1983부터 시작하여 1989년에 임기를 마친 알폰신 대통령 시절이었을 것이다.
오스발도 그라나도스(Osvaldo Granados)라는 TV방송국 기자가 있었다.
그 당시의 아르헨티나 사회를 압박하며 휘젖던 인플레시온은 4.000프로까지 치솟았다.
그야말로 자고 새면이 아니라 아침에 오르고 저녁에도 올랐었다.
백만페소 단위의 지폐가 한동안 나돌던 시절이었고, 우리 교민들은 해가 떠도 오르고 해가 지고 나서도 오르는 물가를 따라 잡기 위해  날마다 생필품이라도  사들여  화폐의 잔여가치를  붙들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오스발도 그라나도스는 특별히 경제학을 전공한 일도 없었고, 일개  기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가 매스컴을 통하여 한 마디만 하면 환율이 훌쩍 뛰는 일이 반복됐다.
많은 아르헨티노들은 그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기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추종자 역시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주식시장을 차치하고 나선 환율시장의 개미들이었다.
온국민이 달러 사재기와 달러 끌어 안기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의 지적에 힘입어 재산상의 이익을 꾀했던 사람들의 성공도 점차 늘어났다.
속설(俗說)에 의하면 그는 환율을 쥐락펴락하는 정계인사와 은밀히 내통하는 사이였다는 설, 그리고 그 설이 지금까지 잔존해 있는 실정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가 된 피그말리온 효과가 발생했던 것.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사이프러스(Cyprus)섬에 살고 있었다.
그는 예술에 깊이 심취해서 본인의 조각상들 세계에서만 최상의 행복에 잠길 수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 무렵의 그곳 처녀들은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를 겁 없이 시샘하고 헐뜯다가 아프로디테 여신에게서 벌을 받게 되었고 수치스러운 생활을 하다가 결국은 바위로 화했다.
그런 연유로 피그말리온은 여자를 한층 싫어했고 단지 아프로디테만을 열렬히 숭배했다.
그러던 그는 상아(象牙)로 만든 여자상을 하나 만들기 시작했는데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작품으로 완성시키게 되었다.
스스로 만든 조각상에 크게 도취된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여신에게 살아있는 여자의 혼을 넣어달라고 소원을 간청하게 되었다.
피그말리온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은 그 조각상에게 영혼을 불어 넣어 주게 되었다.
갈데이아(Galatea)라는 이름을 받은 그 여자와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 여신의 축복 속에서 결혼하게 된다.
많은 학자들이 피그말리온 효과를 예로 들면서 인간은 기대하는 대로 혹은 믿는 대로 이룩된다는 현상을 속속 증명하고 있다.

작금(昨今) 의 아르헨티나 사회는 환율매입절제령과 고환율정책시행으로 심한 독감을 앓는 과정을 겪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포용하고 편견 없이 받아들이며  공정한 게임을 앞세우면서 선정(善政)
을 펼쳐 나가겠다는 모토를 세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상상 외로 병의 진전이  빠르고  깊어 보이는 데다 합병증까지 앓는 형국에 이르렀다.

인플레이션.
유럽사회에서 양에게 억지로 물을 먹여 잡는 형식에서 어원이 된 참으로 역설적인 이 언어가  이렇게나 거대한 부풀림을 가져올 줄이야.
하기야 1923년의 독일물가는 1913년 대비 13740배나 뛴 일도 있었다니 현재의 실태 가지고는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닌지 모른다.
그 인플레이션은 중산 계층의 몰락과 노동자의 궁핍을 휘몰고 왔지만 렌텐마르크의 등장으로 무난히 극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남아 있다.

원래는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시키고 그 외의 다른 나라의 통화는 달러에 고정시킨다는 제도가 1944년 국제통화제도협정에 따라 구축되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본래의 의도나 계획 같은 건 물거품이 된 지 오랜 역사로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달러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동양의 3대 국가, 즉 한국, 중국, 일본이 되겠지만 , 그 외 여러 나라들까지 달러 확보에 연일 치중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많이 파는 만큼 많이 찍어내서 문제가 생기는 달러.
아르헨티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육지책(苦肉之策)의 한 방편으로 페소를 많이 찍어내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엊그제 뉴스에 따르면 백 페소의 고액권이 시중에 많이 유통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잔돈이 부족한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결국 요즘의 달러화 고액환율현상은 외채상환이 코앞이라는 긴박감과 함께,  미국보다 더 많은 화폐를 아르헨티나가 남발하고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스페인 외교부는 렙솔의 자소유였던 석유회사 YPF의 강제수용 관계에 의거하여  돌출되었던 마찰을 반추하며,  아르헨티나를 위한 개발지원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단호하게 표방하고 나섰다.
메르코수르 상호협력관계와 무역협상을 일부 깨버린 아르헨티나당국을 향해 브라질 역시 보복작전을 과감하게 경고한 상태다.
냉동감자에 이어 사과 수입 또한 금지한다는 조치를 발표하기에 이르른 것.
몇 년에 걸쳐 우려하던 일이 하루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수입품제한, 서민층 보상금 지급으로 인한 재정지출 팽창, 생산활동위축 등 굵직하면서도 중요한 사안들이 서로 좌충우돌을 일삼고 있는 매우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극처방전의 수습책을 내놓던 대통령 크리스티나가 앞으로 어떻게 빠르고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일종의 우려와 함께 지대한 관심까지  쏟게 되는 바이다.
우리 교민들 또한 여러모로 적잖은 혼란을 겪겠고,  크고 작은 자금의 병목현상까지도  자연스레 불거지리라 예상된다.
한인교민들의 현명한 대처를 기원하게 된다.













댓글 2개:

Oldman :

어느 나라를 가도 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한 요소는 늘 있는 것 같습니다.

글과는 동떨어진 이야긴데 혹 미국에서 계신 지역으로 소포를 보내려면 어떤 방법들을 주로 사용하시나요? 니카라과에 뭘 좀 보낼 일이 있는데 운송료가 엄청나네요.

maeng ha lyn :

저는 미국 지역에서 뭘 받기 전에 성가시다, 세관에 가면 반나절은 기본이다 그러며 사양해 와서 잘 모릅니당~
언젠가 남편 동창이 오하이오에서 달러 5백을 보내 온 일이 있는데 책 겉장에 넣고 젤 비싼 우편으로요!
그런데 반장님, 그리고 장로님은 물자를 보내시는 듯 해서 올바른 답을 드릴 수 없군요.
아마 선교용이나 대사관의 한국학교 돕는 명목으로는 가능할 듯 하오이다~
계속 좋은 일 마니마니 하시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