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하린
25 de Mayo(5월 25일)라는 명칭 아래 혁명기념의 국경일이 되는 어제.
까뉴엘라 지역의 46 de Ombu라는 별장에서 내가 소속되어 있는 부인회의 가을맞이 단합대회가 있었다.
10명의 소유주로 구성된 교민들의 의기투합이 불 붙게 되어 구입한, 6헥타르의 면적을 차지한 휴양 시설이었다.
몇 년 동안이나 부인회의 일을 함께 담당했었고. 감사 역할 역시 같이 맡게 된 친구 N의 남편도 그 10명의 주주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대여(貸與)였고 혜택이었다.
머잖아 교민을 위한 골프연습장과 테니스장, 그리고 야외행사장이나 실내행사장이 신설되며 컨트리 클럽 타입의 설비가 속속 들어 찰 전망과 단계에 있다고 한다.
어떤 단체를 막론하고 도착하는 대로 아사도(갈비구이)와 김치나 야채샐러드 등이 주된 메뉴인 점심을 마치고 나면 곧장 게임이나 노래자랑이나 춤추기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뿐따 라라 강으로 장소를 정했었어도 그들은 강에게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고 오로지 게임이었다.
어제는 회원 중의 한 사람이 노래방 기계와 전자 오르간을 준비해서 하루 종일 노래하고 춤추느라 몹시도 흥겨운 분위기로 들끓었다.
그녀들의 노래와 춤이 흥겨워 보이기는 했지만 내게까지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나는 바깥의 원탁에 앉아 몇몇 회원들과 담소(談笑)하거나 작은 폭포가 떨어지는 연못주위를 혼자서 산책하거나 4백년이나 됐다는 Ombu나무를 앞에 하고 한참이나 우러러 보기도 했다.
가히 400살이 짐작되어지는, 대단히 어르신답던 자태의 우람하고 웅장한 나무였다.
별장의 입구까지 되짚어 걷다가 토끼를 키우는 방목장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주 가끔씩 차고 습기 찬 바람이 별장의 이곳저곳을 휩쓸 듯 지나갔다.
식당 쪽에서 들려오는 생철(生鐵)이 찢어지는 듯 한 노래 소리가 때때로 나를 쫒아 다녔다.
그렇게 맘껏 소리를 지르면 한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나 보았다.
특별히 예닐곱 사람쯤 앉을 수 있는 널빤지 그네를 단감을 베어 먹으며 탈 때의 기분이란 누가 뭐래도 과연 유치원생 맛이었다.
국경일마다 가게를 닫고 나돌아 다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치밀었던 시간이었다.
남편과 나를 반반씩 닮아 남편처럼 수학이나 화학에 소질이 있는가 하면, 인문계통에도 도를 튼 아들은 성격 면으로는 남편과 나를 골고루 답습하지 않았나 싶다.
국경일마다 가게 문을 닫자고 제안해도 고객 한 사람에게라도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고집스레 열고 있기를 주장하는 것이다.
공휴일이나 국경일이면 묘지에 다녀오는 분들과 선물용 꽃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이 몇몇은 있기 마련이라 서다.
그런데 혼자서 충분히 해낼 수 있으니까 나는 예외로 치겠다는 얘기다.
참가상품으로 한국산 미역과 당면, 그리고 N이 보물찾기에서 탄 순창고추장을 살짝 건네 줘 그것들을 들고 가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쯤이었다.
때로는 한국산 유리그릇이나 반찬그릇일 때도 많지만 나는 그릇이고 뭐고 가진 것도 줄이는 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의 상품들이 항상 늘 푸르게 실용적인 것들이어서 그 점이 참 귀엽게 여겨지고 웃음 퐁퐁 솟는 기쁨이 된다.
우리는 그리도 알뜰살뜰 살아온 이민자들인 것이다.
여러모로 나를 쭈그려 뜨려야 하고 적성에도 안 맞아 그동안 남모르게 잦은 갈등을 겪었던 단체 활동이지만 어느 날부터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더불어 사는 것을 추구할 뿐 아니라 무구(無垢)와 평범 속에서 평화를 얻으리라는 내 나름의 각오와 의향이 비온 뒤의 죽순처럼 삐죽삐죽 싹을 틔운 것.
만나서 기쁘다고.
삐딱하게 머리에 얹은 내 모자나 보라색 톤으로 매치해낸 옷차림을 칭찬해줘서 고맙다고.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너무나 즐거웠다고.
어제 내가 30여 회원들 중 특히나 가까운 10여명의 여인들과 서로 포옹하며 주고받은
Beso de Paz(사랑의 입맞춤=뺨맞춤)는 무려 서른 번은 되었을 것이다.
신앙과 가족과 재물이 있으면 어디라도 천국이라고 단정 짓는 그녀들 사이에서 나 어제 30번이나 행복했어라.

항상 나를 배려해 주는 친구 두 사람이 나를 다시 배려한다는 게 아주 베개로 여기네욤~~~

막내야, 포도주를 겁도 없이 들이켰다지?

주먹만한 단감의 남은 조각을 희극적으로 먹으며 타던 널판지 그네입니당!!!

미 아모르! 한 잔 했넹?ㅎㅎ

막내 때문에 모두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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