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7일 월요일

CCTV





      맹하린


온세 지역에서 의류도매상을 잘 하더니, 15년 전 미국으로 재이주를 떠났었다.
그랬던  K여사 내외가 금요일 오후 불현듯 나타났다.
둘째 손자의 돌 꽃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목요일 아침 아르헨티나에 도착 했다 한다.
나는 그분들이 손자의 돌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하지 않고, 우리 가게에 주문하려고 아르헨티나에 온 것처럼 반가웠지만, 호들갑은 사양했다.
(꽃이나 많이 넣어 고급스러우면서도 산뜻하고 예쁘게 장식해야지…….)
따님 결혼 꽃은 물론이고 작년에 큰 손자 돌 꽃도 우리 가게에 주문했었다.

한국으로 치면 강남 땅 정도 되는 Puerto Madero 지역의 중국식당 Royal China로 토요일 오후 배달까지 도맡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우리 교민들의 대다수가 상류층 부류에 진입한지 오래고, 치안문제의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잔치나 행사의 장소가 때로는 급전환을 시도하는 추세다.

토요일 새벽, 나는 몇 개 쯤 겹쳐 있는 예약에 대비하려고 6시 반경 가게에 도착했다.
7시쯤, 어딘지 모르게 가게 밖이 소란스러웠다.
현지인들 간에 싸움이 터졌지 싶었다.
투덕투덕, 퍽퍽, 서로 두들겨 패는 소음도 들려왔다.
나까지 구경하고 상관할 일은 못된다고 단정했다.
길에서 일어나는 사건마다 모두 구경하고 참견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그런데 오아시스받침을 가지러 매장에 나갔던 나는 금세 작업실로 다시 되돌아오고 말았다.
가게 건너편의 산책길에 예닐곱의 경찰과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앉아 있는 현지인 남녀와 그리고 엎드려뻗친 자세인  또 한 명의 현지인을 액션영화 관람하듯 바라보고 말았다.
경보 등을 켠 경찰차들과 구급차는 서로 누가 더 많이 현란하고 요란하게 반짝일 수 있는지를 내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 들렸을 사이렌 소리는 지나가는 중이려니 그렇게 예사로 지나쳤을 확률이 많다.

영문을 알 도리가 없었지만, 이웃의 그 누구에게도 오전 내내 내색하지 않았다.
내 주위에서 나보다 일찍 출근하는 사람은 몇 년을 가도 없었고, 그 일에 대한 해답을 듣기에 앞서 내 쪽의 설명이 한층 불가피한 상황을 연출 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최근의 나는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어딘지 모르게 전혀 나답지가 않다.
그런 이유로 장난기만은 여전히 살리는 중이다.
편의점 K여인이 문간에서 몇몇의 쓰레기 나부랭이를 서너 번에 걸쳐 발로 차내는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잽싸게 다가가 발길질이 그렇게나 재미있으면 나도 해봐야 한다며 나는 그녀를 고스란히 흉내 냈다.
자연스레 K여인을 파안대소하도록 유도한 일이 되었다고 본다,

오후 다섯 시가 다 될 무렵, Royal China에 가려고 서둘렀다.
큼직한 사방 화와 두 개의 유리화병에 얹을 꽃 장식을 싣고 레미스로 출발했다.
여름휴가철이라선지 거리마다 자동차들이 눈에 띄게 적어 상상외로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40분까지도 정체현상을 일으키던 길이었다.
아르헨티나 역시 한국처럼 날이 갈수록 자동차들이 늘어나고 있다.

레미스 기사 후안에게 질문하려고 오전 내내 침묵하고 있었다는 듯 나는 돌아오는 도중에
선뜻 물었다.
"오늘 아침, 우리 가게 건너편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대낮엔 노숙인 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밤이면 마약판매원인 청년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왼편에서 걸어오다가 오른편에서 걸어오던 다른 세력의 한 명과 패싸움이 벌어졌었다고 한다.
우리 가게와 매우 근접한 곳에는 시청에서 설치해 둔 CCTV가 있다.
문제의 그 장면은 고스란히 포착되었고,  빠르고 강경하게  따로 지시를 받은 경찰들이 순식간에 속전속결을 단행 했었다는 설명이었다.

이렇다하게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가능한 한도에서 뭐든  상관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에 치우친 경찰들이 마약쟁이들을 꽤나 두들겨 패더라고 했다.
누구 하나 죽어 없어졌을 수도 있었던 패싸움은 경찰의 개입으로 일단락 됐다는 의미도 된다는 얘기였다.
나는 서부영화도 갱영화도 아닌
마카로니웨스턴에 나오던 돌아온 장고의 세상 역시 아니고 아닌
빠꼬(싸구려 마약)꾼들 벌판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마끄리가 일을 하긴 하는구나.
한인 타운을 관할하는 50경찰서가 그렇게 빠를 때도 있구나.
CCTV가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구나.
한인 타운 회가 미리미리 정책적 교류와 악수를 굳세게 많이 해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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