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0일 일요일
행복하고 기쁨 가득하기를…
맹하린
우리 가게에서 세 블록 떨어진 C마켓에 어제 오후 산보(散步) 삼아 다녀왔다.
생선코너에 진열된 오징어가 꼴뚜기보다는 크면서 야들야들 싱싱해 보여 그걸 구입하여 오징어덮밥을 마련했다.
매콤하게 양념하여 프라이팬에 재빨리 볶았고, 깻잎과 풋고추와 파 마늘을 듬뿍 얹어 다시 한 번 볶아냈다.
꽤 그럴싸한 맛이었다.
나는 매일 장을 보기 때문에 그날그날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성격이라 같은 음식이 다음날까지는 안 간다.
밑반찬 위주에서 해방 된지 오래되었고, 두세 가지 이상은 준비하지 않는 주의다.
그런 이유로 우리 집 냉장고는 사시사철 텅텅 비어 있는 편이기도 하다.
명태와 무를 넣은 찌개는 다음 날을 위해 미리 끓이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가까운 무렵이라 맘 놓고 준비했다고 본다.
이상하게도 한국적인 음식을 만들 때면 현지인 고객이 닥치거나 소중한 손님이 찾아와 결국 맘속에서 민망함이 설익을 것처럼 뚜껑이 열린 채 들끓게 된다.
처음 보는 젊은 커플이었다.
다음날 생신을 맞는 어머니를 위해 주문을 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신비가 엿보일 정도로 말수가 적었고 지나치리만큼 정중했다.
메시지는 가뭄에 콩 나듯 주고받고 서로의 글에 댓글이나 달던, 내겐 은둔의 문우인 아르헨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휩싸이던 순간들이 존재했다.
갈 때 매우 짧게 인사를 나누며 듣고 보니 지인(知人)의 자제였다.
바로 이틀 전, 장갑 사달라고 울던 그 아드님의 유년시절에 대한 얘기를 접했던 터라서 나는 퐁퐁 샘솟던 웃음다발이 생선찌개 때문에 창피한 상태의 내 마음을 연신 식혀 주고 있음을 감지했다.
너무도 잘 어울리던 두 사람이었다.
그들이 너무 아름답고 눈부셨던지라 장미 50송이쯤 채우기로 했던 꽃바구니를 지인(知人)의 나이수로 알고 있는 77송이로 장식했다.
두 사람에 대한 축복 역시 잊지 않고 기원했다.
행복하고 기쁨 가득하기를…….
평소에 아끼던 시집(詩集)을 읽느라 그날밤 잠을 설쳤다,
나처럼 감정이입(感情移入)에 멈칫대거나 넋을 드러내는 수식어가 아니라, 빈틈없고 짜임새 있고 서정(抒情)이 살아 있는 시어(詩語)들의 정원(庭園)이었다.
모처럼 불면을 겪었으나, 새벽길을 걷는 산책로 전체에 감성이 찰랑이고 있었다.
오늘 불현듯 스스로에게 감격이다.
나는 때로 길을 잃고 살아온 것이다.
짧은 시간의 숙고(熟考)도 거치지 않고, 나이나 취향에 상관없이 오직 느낌으로만 타인의 인격을 두둔하고 아끼려드는 내 단순명료한 성품.
예술을 신뢰하는 마음.
그게 없었더라면 나는 인생을 망쳤을까.
내가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의 조건마다 아낌을 고수(固守)하며 산다는 것.
그게 그리도 못난 일일까.
결국 내가 지향하는 참된 진리의 길은 자유가 아니려는지…….
나는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 모호함과 불가사의(不可思議)를 선망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진정한 글쟁이 맞다.
그 작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서 오늘이 특별하고 사는 일 한층 감사하다.
고맙고 고맙다는 마음 새록새록이다.
내 친애하는 그대들에 대해서도.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