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6일 월요일
Pablito
맹하린
빠블리또는 내가 자주 가는 나무시장의 현지인 종업원 빠블로의 애칭(愛稱)이다.
내 아르헨티나 이름 마르가리따도 꽃시장이나 나무시장에서는 마르가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나무시장은 광활(廣闊)한 영역이다.
몇 헥타르인지는 굳이 묻지 않았으나 수백 종류의 크고 작은 나무들이 각양각색의 단지(團地)를 이루고 각자들의 개성 넘치는 옷을 울긋불긋 떨쳐입은 채 상쾌하게 잘들 살고 있다.
나무시장의 철칙(鐵則)은 화원(花園)을 하고 있다는 증명을 제시하지 못하면 단박에 출입금지를 당한다. 절대적으로 개인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수칙(守則)을 고수한다.
윗선에 계신 높으신 현지인 사주(社主)가 직접 개입하지를 않는 시스템이라선지 종업원이나 사무원들이 마냥 여유롭게 일해서 나처럼 고객의 급 주문을 받은 사람은 초반부터 조바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 짜증을 내봐야 이래저래 본인만 손해다.
도대체 바쁜 사람을 반나절씩이나 낭비하게 만드는 상업태도가 가당키나 한 얘기인가.
생각의 끝자락을 부여잡은 나는 어느 날 부터 팁을 주기 시작했다.
역시 달라졌다.
30종반인데도 너무나 느릿느릿 일을 하던 빠블리또의 행동이 신비로울 정도로 잽싸졌다.
일본인을 부인으로 맞은 지 5년이 됐다는 일상사(日常事)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털어 놓는다.
그와 나는 자연스레 서로 뺨을 대는 인사까지 나누게 되었다.
토요일에 급 주문을 받은 여러 개의 축하화분들을 다듬고 포장하고 리본 달고 글씨 쓰고 납품하느라 주말을 몹시도 분주하게 보냈다.
얼마 전 두 나무에서 세 줄기의 꽃들을 탐스럽고 향기롭게 피워 냈던 행운 목 두 그루까지 모두 시집보낸 날이었다.
J교회의 창립40 주년 기념및 취임예배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행운 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Palo de Agua라고 부르지만 나무시장에서는 라틴말에서 유래된 Massangena de Tronco라고 불린다.
가게의 면적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관리하기가 불편해서 그때그때 필요할 때만 사들인다.
며칠 안으로 다시 나무시장에 가야할 것 같다.
빠블리또에게 적정선의 팁도 건네고 화분을 고르면서 그의 일본부인의 안부도 묻고 그럴 것이다. 맘 같아서는 작고 앙증맞은 부케형 꽃다발이라도 만들어다주고 싶지만, 보는 눈들을 샘나게 할 계기를 만들 것도 같고 해서 그런 내 맘을 살며시 접는다.
바쁜 와중이어서도 그랬지만 시사성이 있는 글이라서 급히 올리느라 어제는 제목과 본글에서 실수를 여럿이나 일으켰다. 오늘 새벽에야 깨달았기 때문에 출근하자마자 고쳤다.
올림픽을 월드컵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나는 이럴 때 창피하지는 않아 한다.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성격이어서다.
실수도 안하고 사는 사람은 소름이 돋는다는 주의(主義)다.
어제는 너무 지쳐서 저녁식사를 몇 가지 과일로 대신했다.
마르가리따인 나를 마르가로 불러 주는 현지인들이 있어 나 그나마 사는 일 팍팍하지가 않다는 느낌이다.
한국인들…….
내가 아는 한국인들은 겉으로는 친구라고 피력하면서도 언제라도 꼭 나이에 대한 예절과 의리를 지키려 해서 그점 꽤나 거북하고 불편하다.
때로는 잊고 싶은 게 나이인 것을.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당연하고 분명한 일이기는 하다.
내가 악마와 맺은 계약 중의 일부가 글에 대한 열정(熱情)과 나이를 잊고 사는 일이라는 사실을…….
아무리 그렇단 들 이제 더 이상 악마와의 계약은 맺지 않을 작정이다.
악마와의 계약은 철두철미한 구석이 너무 많다.
깨뜨릴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하지만 계약은 이미 끝났다.
지금은 천사와의 계약을 지켜야 한다.
천사와의 계약 역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살면서 조금씩 선(善)한 흐름으로 흐르면 되는 일이라 다행이다.
내가 소원(所願)하고 있는, 소박하다면 소박한 꿈 몇 가지만 이룩하면 내겐 특별히 소원할 일도 없다.
무얼 더 바랄 것인가.
뒤늦게 중노동자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내게 일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내가 살아가는 여정(旅程)에 빠블리또와 같은 현지인들이 있어 나는 반갑게 안녕을 주고받고 손 흔들어 감사할 따름인 것을.
사는 일은 어떤 면으로는 감사(感謝)를 익히는 일이다.
추위 속에서도 봄이 포르르르 날아온 모양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소르살 꼴로라도(유색의 개똥지빠귀)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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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살아가면서 우리의 삶과 교차되는 분들과의 만남이 촘촘히 모여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하는 듯 합니다. ^^
미쿡은 지금 낮인가요?
캘리포니아의 동서가 전화 할 때마다 항상 4시간의 시차가 있다고 알려 줬는데, 그런데 항상 헤매요.
늦다고 했는지 이르다고 했느지를요.
진리말씀 하셨어요.
촘촘~~~
풍성!!!
그리고 교차요~!~!~!
우린 어쩌면 자식들에게 좋은 표양을 보이려고 이 세상에 보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님처럼 교회에서 대하는 어린이들도 모두 우리의 간접적 자녀 같아요.
제 고객은 청소년층이 많아서 되도록 친절하려고 노력해요.
한 치도 허투루 살아선 안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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