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5일 일요일

런던올림픽 경기를 보며


           맹하린


한국과 영국이 대결을 벌인 런던올림픽 축구의 8강 전, 특히 연장전에서의 승부차기골  장면들을 지켜보면서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웠다.
어려서는 아르헨티나와 스포츠강대국들만을 편들던 가족이 한국 아나운서, 그리고  축구 해설가의 사투리와 억양을 골고루 흉내 내면서 절대적으로  한국 편을 들고 있어서였다.
“아~ 골입니다!  자, 이제~ 한국이 이겼습니다. 정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입니다!”
그렇게 소리 높여 흉내 내고 외칠 때마다 내게서는 웃음이 폭탄처럼 터졌었다.
(가족이여! 우리의 장난스러움은 언제나 우리한테만 사용하도록  조심하자,  우리는...)
남미축구를 관전할 때처럼 아슬아슬한 장면은 많지 않았지만, 내 조국의 선수들이 열심을 다해 뛰는 모습은 참으로 듬직하고 흐뭇했다.
모든 운동경기에도 운(運)이 따른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경기였다.

런던올림픽의 축구경기가 시작될 무렵.
영국을 대표하는 가수 폴 메카트니는 인터뷰를 통해 강하면서도 예리한 지적을 마치 영국 벌의 대표나 되는 것처럼 웽웽웽, 쏘아 댔었다.
“영국의 축구대표 감독은 축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위인이다. 영국은 베컴을 기용했어야 한다. 나이는 들었지만, 페널티킥을 베컴처럼 자신만만하게  소화해낼 선수는 드물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영국 벌 폴 메카트니의 말이 매우 적절했다는 결과가 생기고 말았다.

이번 월드컵에 아르헨티나 축구팀이 출전하지 못해서인지 거리마다  너무나  조용했고, 어딘지 모르게  아늑하기까지 했다.
청소년 대표 팀으로 선수를 집약하느라 그런 일이 생긴 모양이다.
아르헨티나 축구는 20세로 제한된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우승한 남미 4개국 안에는 들었지만,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브라질과 다른 나라 팀이 올림픽 대회에 참가하기로 암묵적 선을 그어서 부득이 참여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생겼다고 한다.
기발하게 급조한 협정이었다고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경비를 줄이자는 의도가 가장 강했지 않았나 싶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되는 사태다.
참으로 현실적이기도 했고, 비현실적이게도 보였던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중계방송을 통해 수영, 펜싱, 축구, 테니스, 그리고 로마시대의 골리앗처럼 생긴 선수들이 던지는 원반던지기까지 흥미진진 관전하면서, 4년에 한번 씩 열리는 월드컵이 있어 사는 맛 그런대로 쏠쏠하다는 느낌이 연신 들었다.

런던올림픽 개막식 때,  총연출가인 세계적 영화감독 대니 보일은 ‘ 경이로운 영국’을 한 편의 영화처럼 극적이고 아름답게 연출했다.
<해리포터>의 작가인 조엔 롤링이 <피터 팬>의 첫 구절을 낭송하는 장면도 감동이었으며, 피날레로 비틀스의 폴 메카트니가 ‘헤이 쥬드’를 합창하는 장면 역시 장엄한 마무리로 장식 되었다.

어떤 매체에서든 내게 세계최고의 명작소설 다섯 권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두 번이나 세 번째에 넣고 싶은 소설이 영국의 ‘트레인스포팅’이다.
그 작품을  영화화 했던 감독 대니 보일은 이번 올림픽 개막식이 정치적 관점을 특별히 배제했다는 면을 유난히 강조했었다.
영국의 축구감독은 한국과의 경기 내내 석고처럼 굳어 보였으며 속이 타들어 가는 듯 한 표정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정황을 지켜보면서, ‘영국이 산업사회의 시작이었고 세계 산업화에 일익을 가져 왔다는 점을 알리려 했다’고 개막식의 진정한 모티브와 초점에 대해 강조에 강조를 했던 대니 보일…….
그가 공식 인터뷰에서 간접적이면서 패권주의적으로 표현했던,  영국을 우월주의의 권좌에 오르게 하고 돋보이도록 이끌려던 발언들이 미묘하게 오버랩 됨은 내 개인의 편향된 시선에 불과한 것일까,  잠시 유추해 보게도 된다.

오늘 정오쯤, 세계랭킹 9위인 아르헨티나의 대표 테니스 선수  델 뽀뜨로와 세계랭킹 2위인 노바크 조코비치 ******(링크) 선수가 동메달 쟁탈전을 벌이는 시합이 있었다.
일하는 틈틈이 그  경기를  보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광경에 한동안 사로 잡히게 되었다.
델 뽀뜨로의 적수인 세르비아의 프로 테니스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 때문이었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관중석의 아기 울음소리에 신경이 쓰여 오롯이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 했던 것.
그는 관중석의 아기 아빠에게 아기를 내가 봐 줄까요? 아니면 아기를 내게 줄래요?
정도의 제스처를 과감하게 보냈고,  아기아빠는 곧장 아기를 안고 퇴장했다.
곧장 퇴장하는 아기를 안은 아기아빠의 주위에 앉거나 서 있던  관중들은 대체적으로 웃는 분위기였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결국 승리는 델 뽀뜨로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내 제2의 나라 아르헨티나의 선수 델 뽀뜨로의 고군분투에 가깝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렇지만  아기의 울음을 결코 무시할 수 없어 하던,  어느 프로 선수의 예민했고 아픔으로까지 느껴지던 , 한 편의 예술작품과 같던 장면을  한동안 잊지는 못할 것만 같은 예감이다.
동질감은 아니더라도 동감에 젖는 나를 아스라히 깨닫는다.
스포츠의 거장이 되는 길은 그다지 평범한 길이 아니며, 너무 인간적인 면에 연연해서도  곤란하리라는 점 또한 아릿하게 안기던  순간이었다.







댓글 2개:

lovemate :

요즘 올림픽때문에 얼마나 가슴을 조이는지 이러다 심장마비 올것 같아요.ㅋㅋ
런던에서 나라를 위해 정말 열심히 경기에 임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선수들 비록 메달을 따서 기뻐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메달을 아쉽게 못 따는 선수들도 있습니다.하지만 메달을 따는게 중요한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주는게 더 좋을것 같습니다.^^ㅎㅎ런던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들 화이팅~~!!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이제 동메달 하나라는데..참 ㅡ.,ㅡ;;

maeng ha lyn :

올림픽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예전엔 한국의 학생들이 가난하면 더 공부를 잘했잖아요. 부자 애들은 공부를 좀 못하고...
그런데 현대는 가진 사람들의 자녀들이 공부를 더 잘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철저하고 탄탄한 뒷바라지~~~
올림픽에 뽑혀 나온 선수들도 그렇찮던가요?
국력이 부강해진 나라의 선수들이 판을 휩쓸어요. 그런 면에서 우리는 강한 조국과 약한 제 2의 나라를 골고루 섭렵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너무 메달에 연연하지 맙시다요.
이 나라 선수들의 그 귀티는 참~~~
그리고 아나운서나 해설가들의 그 고고함이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