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8일 화요일

충성입니다!



        맹하린


나는 어제도 출근하면서 잊지 않고 남편의 사진 앞에 섰다.
이윽고  군인(軍人)처럼 경례(敬禮)를 올려 부쳤다.
“충성, 충성!”
어제는 그의 기일(忌日)이었다.
5년을 빠짐없이 출근할 때마다 그에게 경례를 바쳐 왔다.
함께 여행할 사람도 없고 해서 외박을 전혀 안 했기에 그러한  개근(皆勤)스러움을  지켜 낼  수가 있었을 것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레미스 비용이 100페소였고 작년엔 180페소였는데, 올해는 330페소 (70달러 상당)라고 한다.
한인묘원에 다녀 오는 비용이 그렇다.
얼마 전 반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레미세리아에 직접 가서 문의(問議)했었다.
후안, 뚜르꼬, 빤쵸, 오스칼, 다리오 등의 기사들이 주욱 몰려 앉아서 한담(閑談)을 나누다가 너도 나도 교대로 대답을 해냈다.
고참(古參)격인 후안과 뚜르꼬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주로 말했다.
“마르가리따, 당신은 우리 사무실의 단골고객이니까 좋은 해결을 드려야죠.”
“가장 낮은 가격을 말하겠습니다. 250페소 아래로는 곤란해요.”
나는 그럴 경우 그 자리에서 당장 답을 남기는 사람은 못된다.
메니저 격인 현지인 안나에게 애매한 언질만 건네고 그곳을 나왔다.
“일단 가족과 상의해야겠어요. 내가 다시 이 일로 전화하면 누구라도 보내줘요. 되도록 순서에 어긋나지 않게요. 만약 전화가 없으면 내 아는 분이 돌아 가셨구나, 그 버스로 대신 다녀왔겠구나, 그렇게 추측해도 돼요.”

그랬다.
나는 며칠 전 돌아가신 분의 장의사에 조의금(弔意金)을 접수했고, 그 다음날 장례버스에 합류하여 다녀온 것이다.
갈 때마다 챙겨 가는 꽃과 음로수와 그리고 담배. 젖은 헝겊조각(비석을 닦기 위해서).
타계(他界)하신 분의 하관예절이 끝나고 조문객들이 화장실에 다녀오고 그러는 사이 나는 서둘러 남편의 묘에 갔다.
담배 한 대는 불 피웠다가 끄고, 나머지는 묘지의 인부들이 잔디를 깍으며 피우던지 말던지 그렇게 단정하며 그 자리에 둔다.
그리고 네 번의 큰 절.

그런데 묘하게도 마음이 쉼없이 서걱인다.
하물며  어딘지 모르게 편치가 않다.
며칠 안으로 가족과 함께 다시 다녀와야 할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아낄 걸 아껴야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이지 싶다.
물론 친구들에게 신세를 질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이민자들은 하나 같이 1인 8역이다.
아베쟈네다의 도매상들은 본국의 웬만한 중소기업과 맞먹는 규모와 경영이지만 손수 운전하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일 것이다.
그리고 신세는 원래 신세로 갚아야 하는 게 세상 이치인지라 어딘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검은 색은 잘 안 입지만, 검은 정장을 하고 다시 담배와 소주 한 병, 박커스도 한 병 준비하고, 그리고 절도 네 번 다시 해내고, 천천히 얘기도 좀 하고 오리라.
"여보야, 나 참 잘 있어요."
경례도 올려 부치고, 충성도 말하게 될 것이다.
내 특유의 장난기가 넘쳐서 이렇게 외칠 지도 모른다.
"축하, 5주년 기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그는 좋은 곳에서 잘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내가 이리도 평화로이 싱싱 신나서 잘 살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사실이 절감된다.
그는 누구보다 나를 신뢰해 왔다.
현재 역시 믿고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댓글 짓이나 좀 해냈고, 가끔 뭐랄까,  편지질 정도 즐긴 거 빼고는 이렇다하게 죄진 일은 없었다고 본다.

어제는 혼자 있고 싶었던 날이었다.
밤에 H회관에서 있었던 동문회에 다녀오면서 일부러 회원의 자동차를 안 타고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약간 절룩이며 걸어오는데...... .
(그런데 어쩐지 눈물은 나더라요. 그래도 나 씩씩했죠? 5년을 아무 사고 없이 잘 지내왔잖은가요?  함께 있어줬던 날들 너무나 고마웠어요. 같이 있었던 날들일 때도 고마웠지만,  같이 없으니까 그 고마움,  때로 사무쳐요.)
"충성! 충성입니다!"




댓글 2개:

lovemate :

님의 심정 절실히 이해합니다.
저도 저에게 그렇게 다정다감하게 해주신 큰이모님이 돌아가신지 3년이 좀 넘었는데 아직도 즐거웠던 시절이 모두 생각납니다.
울지마세요. 여지것 잘하셨잔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하실것이라 믿습니다.

maeng ha lyn :

큰 이모님요?
그럼 작은 이모님은 계시네요~ㅎㅎ
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서의 칭찬도 가치가 있지만 스스로에게서 받는 칭찬 역시 소중하다고 봐요. 저 가끔 제가 저 칭찬하는 바보랍니다.ㅎㅎ
울먹일 때도 착하다고 제 머리 쓰다듬어여~
무엇을 더 바라겠는지요?
그대들도 계신 세상임에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