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6일 수요일

경고(警告)





                    맹하린


하루 온종일 창을 열어 놓지는 않아도 즐겨 찾기를 클릭하면 방문이 가능한 사이트.
내가 하루에 열 번도 더 들락거리는  재아 상연회 자유게시판.
그곳의 관리자가 이틀에 걸쳐 내게 간헐적인 제한조치 경고를 띄우고 있다.
서반아어로 표시한 Limite(제한) 어쩌고의 경고다.
어제 정오쯤 오른 부고는 어땠는가.
46세의 젊은 한국여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알림이었다. 아마 지병(持病)탓이었나 보았다.
나는 일단 내 아이디 중의 하나와 비밀번호를 입력했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댓글을 슬픔까지 얹은 후, 올리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경고가 떴기 때문에 금세 댓글을 접어야 했다.
"다른 사람과 똑 같은 댓글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무슨 얘기인가. 내 댓글 바로 위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었지만 그 위와 또 그 위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 위아래로 씌어져 있었는데 말이다.
몇 년에 걸쳐 몇몇의 악플러에게 여러 번 시달림을 받아온 지라 최근 들어 열흘에 한 번 정도만 댓글을 써냈을 것이다. 쓰고 싶어서 썼지만 쓰기 싫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후 내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댓글은 사다리의 칸들처럼 여럿이나 올려져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부고가 올려 져 있는 경우  조의를 표하는 댓글을 거의 올렸었지만, 일단 포기하게 됐다.
세상 그 누구라도 권좌의 위치에 오르면 절대 권력은 점차 약시(弱視)가 된다는 말은 정녕 진리라는 입증(立證)이 아닐 수 없었다.
경고라는 것은 지켜보는 나를 매번 밀치는 느낌으로만 특히 밀쳤다.
어찌 됐던 경고는 과연 경고다웠다.
얼마 전 페북의 유명인사에게서 개인적인 강퇴를 맞은 것과 겹치게 된 일은 강퇴의 상호우연으로 보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댓글이 겹치면 안 된다는데,  강퇴가 겹치면 안 된다는 법이 따로 마련되지는 못했을 터.
누군가는 이랬을 것이다.
"권리의 위임이란 권리행사의 유보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나는 미사참례를 잘 못 지키고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카토릭정신이다.
이런 일 가지고 내 손으로 죽지는 못하는 영혼의 소유자인 것.

상연회 자유게시판의 위대하신 관리자분!
그동안 심심찮게 드나들 수 있어서 꽤나 고마웠다고 인정을 하게 됩니다.
자유게시판과 절친들이 내 졸작(拙作)들을 엮던 도중의 산소 노릇을 톡톡히 해줬을 테고요.
이점만은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희망 하나를 잃으면 또 다른 희망이 다가오는 법입니다.
새로운 희망이란 그래요. 차라리 홀가분하고 편하고 자유롭다는 입장을 갖추게 하죠.
부탁하건대 다시는 실명이라거나 직업과 나이 등등을 공개하는 일 더 이상 없기를 간구하는 바입니다.
멀쩡한 사람 정신과 치료 꼭 받으라는 지적질도 들을 만큼 들었으니 그만 삼가시구요.
그럴 때마다 같은 대꾸 안하려고 얼마나 참고 참아야 했던지요.

나이 들추는 거 지긋지긋해서 페북에 갔더니, 그곳에선 나이를 제대로 먹는 일이 화두라고 하네요.
페북도 그렇군요.
예술 하는 사람들이 예술 하는 사람을 나이로 저울질 하는 일.
그거 올바른 화두 맞습니까?
제대로……. 그 말의 진정한  뜻은 별다른  의미가 따로 감춰져 있다는 얘기 아닐까요?
귀 게시판에서, 혹은 아르헨20년님의 블로그에서 배워둔 가락으로 표현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나 잠수합니다.  찾지 마세요."

댓글 3개:

lovemate :

님..저 돌아왔습니다.^^;;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이 구정인걸 점심에 어머니가 해주신 떡국을 먹으면서 알았습니다. 사는게뭔지 바쁘게 사는것도 좋지만 가끔은 한박자 쉬어가면서 주위도 돌아봐야겠어요.
게시판에 뭔일있었나요? 기분이 많이 상하셨네요. (토닥토닥)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너무 개의치 마세요. 담아두면 자신만 괴롭습니다. @.@;;
한마디 더 하구 갑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

lovemate :

님.. 저 돌아왔습니다.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이 구정인걸 점심에 어머니가 해주신 떡국을 먹으면서 알았습니다. 사는게 뭔지..가끔은 한박자 쉬어가면서 주위도 돌아봐야겠습니다.
상조회에 뭔일 있었나요? 기분이 많이 상하셨나봅니다. (토닥토닥)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자신만 괴롭습니다.@.@;;
한마디만 더 하구 갑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

maeng ha lyn :

퍽도 반가웠었나 봅니다. 나도 모르게 두 번 올렸어요. 하나는 삭제하려다가 그냥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여전히 모셔 둡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말 한 마디 댓글로 올렸다가 실명 공개 등등을 당했던 접니다.
지금은 안 괴롭습니다. 마음이 정리 됐다고 보여집니다.

제 걱정은 걱정답지도 않았을 겁니다. 님의 어머니께 걱정 끼치는 일 없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