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9일 화요일

행주강

                

            박철                                 



 
   내 눈이 점점 커지는 것은 외로움 탓이다
  시가 길어지는 일처럼 요즘 그리움이란 지금은 부재하는 저 하늘의
  별들과 같다 누군가 나의 별빛을 본다면 희망에 대해 노래해다오
  꿈의 불빛을 따라 김포에서 일산으로 이사 와 나는 자주 강으로 나간다
  안개 짙은 야적, 강의 하류에선 그들 나름대로 시대를 앓고
  둑으로 쌓아 올리는 바람이 외면을 받으며 갈대 곁에 섰다
  언덕을 돌아 결국 다시 만나련만
  강폭이 점점 커지는 것은 할 말이 많아서일 거다
  사랑이든 역사든 배고픔을 달래는 무엇이든 말로서 될 일이 아니건만
  물살이 거듭 손마디를 꺾으며 행주강이 흐른다
  400년 전 임진란의 함성이 되살아나 내 가슴에 화살을 쏘아대는 강
  치마폭에 돌덩이를 주워 담던 아낙도 가끔은 허리를 펴 강 건너 친정아비의
  안부가 그립기도 했을 저녁 바람처럼 날이 진다

  오늘은 먼 사랑
  내 인생은 겨우 강 하나 건너온 것이다
  그것도 개구리헤엄조차 잊고 육중한 시멘트 다리를 빠르게 건너왔다
  사람들은 5분이면 건너는 강을 때론 50년이 걸려서 지나온다
  오늘은 내가 다시 사랑하고 싶은 날
  꿈의 불빛을 따라 김포에서 일산으로 이사 와 나는 자주 강으로 나간다
  물수재비를 뜨며 천둥오리 날고
  나의 파랑波浪을 아는 안개가 더 큰 한숨을 쉬노니
  안개의 흐린 눈빛은 다만 난세 탓이고
  내가 점점 외로워지는 것은 그래도 생의 아름다운 때문이다
  그렇게 믿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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