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디자이너’ -최윤희-
가장 비싼 강사, 가장 바쁜 강사, 가장 독특한 강사…. 그에게 붙는 수식어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지만 결국은 한 가지다. 행복을 전하는 강사, 행복 디자이너.
‘식식’거리는 압력밥솥 소리에 놀라 도망갈 만큼 연약한 전업주부, 남편의 사업 실패로 도망치듯 지방으로 내려가 살면서 우울증세까지 엄습해오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그는 가족 동반 자살 대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렇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최윤희 씨(61)는 압력밥솥의 시끄러운 소음도 식사시간을 알려주는 고마운 노랫소리로 바꿔 파악할 만큼 딴 사람이 됐다. 청와대 비서관, 흉악범, 룸살롱 여 종업원, 재벌 총수, 장애인 등 그를 찾는 사람은 대한민국 각지에 길게 늘어서 있다. 그들이 최씨를 찾는 이유도 한 가지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옛날에 애꾸눈 임금님이 살았어요. 임금님은 죽기 전에 멋있는 초상화를 남기고 싶었죠. 전국에 있는 유명한 화가를 다 불러서 그렸는데 아부를 잘 하는 화가는 눈을 성하게 그리고 정직한 화가는 애꾸눈 그대로 그렸어요. 임금은 눈이 성한 그림은 보기 좋았지만 가짜라서 던져 버렸고, 정직한 화가가 그린 그림은 보기가 싫어 던지면서 불같이 화를 냈죠. 그 때 한 사람이 자기가 그려보겠다고 했답니다. 임금님은 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고 ‘바로 이거야’라고 소리쳤어요. 그 그림은 성한 눈이 있는 방향의 옆모습을 그린 것이었어요. 인생도 이와 똑같아요. 어느 순간에나 희망과 절망, 불행과 행복,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어요. 나도 이 사람처럼 최대한 좋은 쪽을 보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뽑아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고 설령 저를 떨어뜨린다 해도 귀사의 번영을 빌겠습니다.”
이 자기소개서로 그는 서른여덟 살 나이에 대기업 신입사원이자 카피라이터가 됐다. ‘특기-멍하니 하늘 쳐다보기, 취미-인상 쓰는 사람 간지럼 태우기, 희망 급여-물질은 완전 초월, 맘대로 주세요.’ 고용주가 보기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어째 요즘 이런 이력서를 썼다가는 ‘장난하나’란 생각에 똑 떨어질 것도 같다만, 당시 그의 소개서는(더군다나 창의력을 요하는 카피라이터였기에) 사장님이 무릎을 ‘탁’ 칠만큼 파격적이었다.
행운은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 못한 데서 찾아오는 것이라지만 꿈같은 일이었다. 물론 한 편의 드라마처럼 자기소개서가 우연히 빛을 발했다고, 그가 회사에 입성하기까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사장님의 선택에 회사는 발칵 뒤집혔다. 38살, 경력 전무한 주부 신입사원이라니. 밥줄 걸고 사장에게 삿대질하며 최씨의 입사에 항의하는 직원도 있었단다.
그의 신입사원 생활은 굳이 듣지 않아도 ‘비디오’다. ‘제 발로 나가게 해 주겠다’는 각오로 그를 대하는 상사들의 집단 따돌림과 무시는 종종 눈물이라는 결정체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했다면 오늘의 영화 같은 인생극장은 만들어지지 않았으리라.
견뎠다. 죽어도 평범한 건 싫다던 천성 덕분에 ‘히히 낙락’ 상사들의 괴롭힘을 잘도 받아쳤다. 그의 얘기에 한참 빠져들다 보면 ‘더 약이 오른 상사들도 결국엔 미운 신입사원에게 녹아내리는 것 말고 방법이 없었겠네’라는 생각이 절로 엄습할 만큼 묘한 매력을 풍긴다.
화초 대신 약초임을 증명하다
카피라이터의 ‘ㅋ’도 모르는데 업무를 배우기는커녕 매번 해야 하는 일이라곤 상사의 각종 공과금 대신 납부하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 전화 받기, 커피 뽑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특유의 재치와 장난끼로 먼 길까지 공과금을 납부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그였다. 다짜고짜 반말로 ‘당장 부장을 바꾸라’는 전화 속 고객의 호통엔 “고객님, 제가 하늘처럼 존경하는 부장님께 그런 타락한 말을 어찌 전할 수 있겠사옵니까”라고 유머러스하게 받아치며 무너뜨렸다.
험난한 인적 네트워킹은 타고난 성격으로 극복했다지만 실력은? 별 도리가 없었다. 위궤양을 감수하며 밤새 공부하는 수밖에.
“처음 회의에 참석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었어요. ‘PT’라는 둥, ‘티저’라는 둥 광고 전문용어가 난무하는데 정말 외계인이 된 것 같더라고요. 할 수 없이 광고 책을 ‘이~만큼’ 쌓아두고 이면지에 무작정 베껴 쓰면서 공부했죠.”
‘예쁘지 않은 나이 많은 아줌마.’ 화초가 아니라는 이유로 설움을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결국 사내에는 화초가 아닌 약초가 필요함을 직접 증명해 보이며 그는 인생 최대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생 한번 안 해보고, 모든 것이 맘먹은 대로 된다면 뺀질뺀질 인간미가 없다. 고통도 이겨내고 역경도 뛰어넘어야 향기가 나는 법. 아름다운 향수는 샤워 한 번에 사라지지만 발효된 인간의 향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때 거지가 되지 않고 늘 순탄대로기만 했다면 지금처럼 책을 쓰고, 사람들 앞에 나서 강의를 하는 일은 상상조차 못했을 터. 그는 스스로 ‘오늘’의 뿌리를 절망에서 찾는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역전시킬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안 예쁘고, 나이 많은 아줌마의 희망 스위치
라디오 생방송 중 개그맨 김영철이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 요즘처럼 어려운 때에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야겠죠?” 최씨는 툭 내던지며 답했다. “요즘은 너무 힘들어서 긍정 가지곤 안 돼. 초를 한 방울 떨어뜨려서 ‘초’ 긍정으로 살아야해.”
김씨가 우울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물었다. “선생님, 저는 입이 튀어나와서 잘 안 다물어져요. 늘 먼지가 입으로 들어와서 불편해 죽겠어요.” 역시 핀잔 섞인 최씨의 대답에 결국 대화는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그냥 마셔. 뭐가 약이 될지 몰라.”
이게 바로 ‘초’ 긍정의 힘일까? 하루하루 지치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그는 이렇게 참아낸다고 했다.
“누군가가 묻더군요. 나는 24시간 행복해 보인다고. 아니, 내가 무슨 정신병자도 아니고 어떻게 늘 행복하겠어요.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밤 12시까지 방송 녹화하고, 강연하고 몸과 마음이 힘들 때도 있지만 이제 파출부로도 안 써주는 나 같은 아줌마를 여기저기서 찾아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에요.”
그가 전국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때론 마음속의 불이 꺼져버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재빨리 희망의 스위치를 올려라. 인생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긴다면 분명 숨겨진 힘이 솟아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 같지만 유독 사람들이 그를 찾는 건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실된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본인을 보며 ‘그래, 저 사람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잘 사는데, 저기에 비하면 난 얼마든지 할 수 있지’라는 자신감이 절로 생기길 바란다고.
고통을 무서워 않으면 숨겨진 힘들이 솟아날 거야
그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영화관에서 산다. 이른바 ‘망한’ 영화까지 빼놓지 않고 챙겨 본단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니까. 책도 밥보다 맛있단다. 꿀꺽꿀꺽 글을 삼키다 보면 때론 문학소녀도 됐다가, 악역과 싸우는 정의사도도 됐다가, 훌쩍훌쩍 눈물 콧물 닦느라 하던 일을 잊기도 한다.
댓글 2개:
많은 사람들이 행복=돈 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게 돈이 많았더라면 지금보다 행복할까요?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단정 짓지도 못해요. 얼마 먹지 않은 나이이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돈이요?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슬퍼 할것도 못되더라고요.
일상에서 나에게 닥치는 사소한 것들일지라도 항상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면, 어렵고 힘든 과정에서도 스스로 행복할 것입니다.
새벽에 시장 가는 시간에 비가 억수로 왔심더.
비 오면 비 와서 좋아하는 저의 모자람을 새삼 감사하게 됐쥬~
주말 지나고 보려고 영화 하나 구웠십니더.
Warrior=워리어.
액션인데 댓글들 보니까 감성도 있어 보임니더.
잼 있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열시미 주말을 잘 살아야겠스므니더.ㅎㅎ
님도 행복하게 잘 지내시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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