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도도하기는 커녕



    맹하린


두어 달 전의 어느 새벽녘.
아베쟈네다 지역으로  일찍어니  꽃배달을 보내야 해서 6시 30분경에 집을 나섰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어떤 상점 앞에 경찰 차 3대가 경고등을 번쩍이며 주차해 있었고,  경찰들은 거적이 덮인 피해자의 현장 주위를 꼼꼼하게 조사 중이었다.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된 건지 태연자약 그 건너편을 잘도 지나오게 된다.
액션영화를 너무 많이 보아낸 결과지 싶다.

한국식당 앞 근처에 상주하는 노숙자 중의 한 청년이 쪼르르 달려 왔다.
보호 차원에서 나를 가게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얘기다.
무슨 작전이 있었다고 한다.
잠바의 주머니에서 동전보따리를 꺼내 자랑처럼 보여 주었다.
"나보다 동전을 더 많이 소유한 사람이 있군요."
나는 그렇게 감탄을 나타내 주었다.
가게 앞에서 그에게 약간의 적선을 건넸다.
웹서핑하며 알았다.
마약을 판매하는 현지인 청년 하나가 Flores 지역에서 총격을 받았으며, 보복살인을 당했다는 기사였다.

사는 게 팍팍한 것 같은 기분이 몰려오면 서재를 헤매며 읽을 만한 책이나 시집을 고른다.
그리고 쓰기도 한다.
사는 일은 자박자박이지만, 글만은 도도하게 걷고 싶었었다.
그러나 도도하긴 커녕 적나라해졌을라나.

전면이 유리로 된 서재에서
글이나 쓰다가
음악이나 듣다가
화초나 가꾸면서
나 그처럼 근사하게 살고자 했는데
이리도 현장감 넘치는 시대를 걷고 있다.

박경리 선생의 유고 시집에서 마음 절절한 시 하나를  읽고
하물며 나는 아침 내내 기분이 땅속으로 스며 드는 느낌이다.


일 잘하는 사내

-박경리-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초여름-

키르츠네르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개인 자산이 몇 년 전에 7백만 페소였는데
현재는  8천 9백만 페소로 불어 났다는 현지 경제학자들의 논평입니다.
3선이 있기까지의 정치변동을 염려하는 국민들의 우려는,  생활비조차 최대한으로 안쓰기 작전을 펼치는 와중입니다.
장사는 그럭저럭 안 되진 않지만, 그동안 인플레이션의 뛰어오름이   너무 급격했었나 봅니다.
지폐의 가치가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 없어졌음을  날로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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