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9일 목요일
나를 친구로 대하는 막시(Maximiliano)
맹하린
꽃 시장에 가려면 새벽 4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
아침마다 해내는 약간의 기도와 준비 과정이 30분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꽃 시장은 6시에 개장(開場)한다.
나는 자가용이 없다.
예전엔 차가 있었고 운전도 했었는데 내가 하는 일이 워낙 복합적인데도 행동반경
은 뻔해서 그다지 차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차를 소유하는 건 한 가족의 생활비보다 훨씬 웃도는 소비 문화를 유도한다.
꽃 시장에 갈 땐 레미스를 이용한다.
벌써 8년 동안 현지인 레미세로 막시와 다니고 있다.
막시는 내 아들 또래다.
꽃 시장에 가면 내가 손 하나 까딱 안 하도록 본인이 다 들고 다니고 내가 꽃을 구입하면 일단 자동차에 갖다 두고 다음 코스에서 내가 꽃을 사는 동안 그는 금세 나타난다. 내가 찾아다니는 꽃 집의 순서를 이젠 훤히 꿰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고마워서 크리스마스 라던가 여름 휴가를 갈 때면 잊지 않고 막시에게 약간의 촌지(寸志)를 건네 왔다.
지난 여름 휴가에, 그들 내외는 Necochea지방에 다녀오면서 Alfajor(쵸코파이)와 수정으로 된 돌멩이가 달린 열쇠 고리를 사다 주는 연례 행사를 잊지 않고 해냈다.
해마다 작은 정성이지만 꼭 그런 식으로 보답을 할 줄도 안다.
나는 봄의 날이나 연인의 날 등에는 꽃다발을 만들어 주며 부인에게 가져다 주라고 말한다.
차가 고장 나면 자기 아버지 차를 대령 해서라도 꼭 약속 시간을 지켜내는 막시.
8년 동안 그가 약속을 못 지켜낸 건 두 번인가 세 번 밖에 안 될 정도다.
정말 책임감 넘치고 신용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認識)이 저절로 든다.
내가 새벽 차창(車窓)을 보며 상념(想念)에 잠길 때면 말을 아끼고 조심할 줄도 안다.
새벽 하늘에 떠오른 아름다운 무지개에 넋이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면 그는 차를 천천히 몰 줄도 안다.
그는 나에 앞서 먼저 말을 시키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내가 글 쟁이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5년 정도 레미스 기사로만 일했지만 3년 전부터는 그 일의 한계성을 깨닫고 대형 식품공장에 취직하여 물류 담당의 일을 하고 있다.
레미스 기사보다 월급 제때에 받고 보너스와 연금이나 의료보험 수당등의 혜택을 회사 차원에서 지급 받는 형편의 지금이 훨씬 안정된 생활이라고 말한다.
누가 뭐래도 그는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다.
아침 7시가 출근 시간이라 내가 꽃 시장에서 돌아오는 시간과 잘 맞아 떨어져 그 점을 몹시 안도하는 눈치다.
어느 바람이 몹시 불던 날.
무개차(無蓋車)로 꽃을 잔뜩 싣고 가던 현지인이 거친 바람에 Flor De Seda(비단꽃) 두 단을 휘날린 채 velez Sarsfield 거리의 대로변을 아무 것도 모르고 달려가 버렸다.
막시는 자동차를 스톱하고 막무가내로 달려오는 자동차들 사이로 뛰어가 그걸 주워다 내게 건네 줘 함께 마구 웃었던 일도 있었다.
도저히 주인을 찾아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어쩌면 내게 남편과 같다.
나를 키워 준 내 조국은 절대 아닌 것이다.
말썽 쟁이가 아닌 것처럼 말썽쟁이고 어떤 면으로는 나를 아끼는 것 같은 태도지만 온갖 고생 다 시키고 달러 갖고 장난이나 치고 매사에 편안하지도 않고 집안에서는 희생하기를 강요까지 한다.
하물며 대내외 적으로 태연자약 참고 살아가기만을 강요하는 나라.
그나마 막시가 친구처럼 대해줘 고맙다.
친구라고 말해줘서 고맙다.
7월 20일이 되는 친구의 날.
나를 친구로 여겨 주는 고마운 이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한마음 가득 보낸다!!!
그리고 기회가 닿으면 이 영화 한 번 보라고 권유하게 된다.
안 보이는 친구의 역할이 잘 표출된 영화다.
제목...DAS 레벤 데르 안데르벤=타인의 삶
(잠시 우분트로 설치한 탓에 부호도 영문도 난해...)
* 1986년 대의 동독 비밀 경찰 슈타지를 다룬 영화다.
비밀 경찰 대위 비슬리의 시선을 통해 비 인간적이고 억압 적이던 동독의 인권 탄압을 조명했다.
독일 영화 11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으며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의 후미(後尾) 역시 압권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가 드라이만의 새 소설 “선한 사람을 위한 소나타”의 첫 장에 ‘HGW/XX7'에게 바칩니다 라는 문구를 발견하는 비슬러...
계산대 앞에선 비슬러에게 점원이 묻는다.
“선물로 포장해 드릴까요?”
“아니오. 이 책은 나를 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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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요즘은 보기 드물게 현지인치곤 성실한것 같고,인간미도 있네요. 좋은 우정 오래 지속 되시길 바랍니다.
저도 가끔 sarmiento 길에 있는 꽃 도매 시장에 갑니다. 큰이모가 계신 묘원 가기전에 꼭 들려서 마음에 드는 꽃을 고르곤 해요.
"이꽃으로 할까? 저꽃으로 할까?" 행복한 고민을 좀 한답니다.꽃밭에 묻혀 지내시는 님이 부럽습니다.ㅎㅎ
꽃 한송이 두고 갑니다.
@}>->----
저도 성실한 사람으로 여깁니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는 젊은이죠.
신혼 아파트를 할부로 구입해서 더 절약하는 모습입니다.
저 역시 그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편이네요.
오늘처럼 결혼식 꽃을 많이 사야 하는 중요한 날에 늦게 오는 겁니다.
그럴 때 저는 전혀 내색을 안 합니다.
잔소리는 제 사전에 없거든요.ㅎㅎ
님이 가시는 꽃 시장은 그리 싼 가격은 아닐 걸요.
꽃밭에 묻혀 지낸다기 보다 꽃의 수술실에서 지낸답니다.
어떻게 아셨나요_ 제가 꽃 한송이 좋아 한다는 거스르르르요...ㅎㅎㅎ
고마워°°°°°°요...
잘 오래 간직할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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