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하린
9시 미사에 갔던 어제.
본당신부님의 강론이 유난히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나는 전신 마취를 하면서 수술을 일곱 번이나 받은 사람입니다. 내가 다른 사제보다 더 똑똑하고 잘나거나 젊고 건강해서 이곳에 파견된 건 아닐 것입니다. 신(神)의 뜻에 의해 오게 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광고 시간에 깍두기가 곁들여진 배추 국이 20페소(4달러 상당)라고 하는데 아침을 일찌거니 들었고, 점심으로는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10시쯤 미사가 끝나자마자 나는 서둘러 가게로 돌아오게 되었다.
중노동자 티를 내는 것일까.
잘 사 먹지도 않으면서 점심 메뉴를 알리는 성당의 광고 시간마다 내 귀는 솔깃해지고는 해서 그러는 나를 내가 쿡쿡 웃어줄 경우 퍽도 많다.
월례회 광고 때문에 친구에게 들렀다가, 미리 와 있던 친구들과 이미 들었던 점심을 또 들게 되었다. 반찬만 대강 먹는 시늉을 했다.
혼자만 우두커니 앉아 있기도 멋적어서였다.
배추 국에 솔깃했더니 점심을 두 번이나 먹는 일이 생기다니…….
며칠 전 친구의 부탁으로 아이디 두 개 만들어 냈고, 몇 번 장난처럼 사용했었는데 간 김에 아예 건네고 왔다.
그리고 한국 학교에서 4시에 개최될 청소년 연주회의 꽃다발 주문이 느닷없이 몰려들었다.
아마 서너 시간 뛰면서 일했을 것이다.
끝날 무렵엔 꽃이 바닥이 났을 정도가 되었다.
유태인 실존 인물이었던 스필만을 다룬 영화를 보느라 퇴근 시간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말았다.
오늘 새벽, 꽃 시장을 다녀 온 후, 남은 부분을 관람했다.
영화가 마지막을 장식하기 약간 전, 호센필드라는 독일인 장교가 피아니스트 스필만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나누던 대화.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께 감사하게. 모든 게 신의 뜻이고, 우린 그렇게 믿어야지.”
그 대목에서 나는 꺽꺽대며 울었다.
이미 스필만이 호센필드에게 은신처를 들킨 뒤, 피아노를 칠 때 역시 많이 울었었다.
한 때는 영화 볼 시간이 허락되면 책을 읽었다.
한동안 책을 볼 시간이면 영화나 볼 생각이다.
호센필드가 스필만에게 해준 말처럼 신께 감사하면서, 모든 게 신의 뜻이고 우린 그렇게 믿어야지 그러면서.
예전에 스필만이 음악에게로 회귀했 듯 나 역시 다시 문학에게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쇼팽의 발라드만 듣게 되어도 눈물을 글썽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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